코로나 사태로 돌아보는 북한의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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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여기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들에서 코비드 19이라고 부르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캐나다 정부와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바로 국경을 두고 가까이에 있는 미국 뉴욕시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의료체계가 붕괴될 정도로 패닉에 빠진 지난 3월 말 필수적인 곳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들을 폐쇄할 것을 결정했고 극장과 공공시설들은 문을 닫았는데요. 사무직들은 대부분 자택근무로 들어갔고 미국과의 국경도 닫았습니다.

사람들은 화상채팅 프로그램으로 만나고 회의하고 집에서 식료품 등 장을 보고 잠간 산책하는 것 외에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피하고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쓰는 것을 필수로 규정했습니다.

간혹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경비원이 바로 제제를 하고 마스크를 꼭 쓰고 다시 들어오도록 조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 간의 접촉을 제한하니 가장 우선 문제는 실직자들인데요.

캐나다 정부는 코로나로 인해 일을 할 수 없게 된 근로자들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1인당 2.000달러씩 지급했습니다. 캐나다 달러 2000이면 북한 돈으로 1300만원인데 이것은 북한에서 쌀을 3천키로 정도 살수 있는 금액입니다.

물론 이곳에 사는 일반 사람들은 월급 절반 이상이 집을 빌리는 값으로 나가니 그 나머지로 생활하려면 당연히 넉넉지 않고 이곳 생활에 필요한 것을 구입하려면 부족한 금액일수도 있지만 최소한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생활비걱정은 하지 않게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근세에 전염병 하면 가장 경험이 많은 것은 바로 북한주민들이며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까지 북한을 휩쓴 전염병은 북한에서 대량 탈북이 일어나게 한 원인중의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대량아사는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지만 북한주민들의 대량 죽음과 탈북을 이끈 전염병에 대해서는 아사와 겹쳐 많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종 전염병이 대량으로 휩쓸기 전부터 북한주민들 속에 널리 퍼진 결핵은 절대로 없애지 못하는 병으로 주민의 32% 가 앓고 있을 만큼 심각합니다.

탈북민 제니씨입니다.

[제니] 우리 집에서 한 10리 떨어진 골짜기에 결핵병원이 있었어요. 북한에서 일단 결핵이라고 하면 근처에 얼씬도 안하고…..

북한에는 거의 군에 하나씩 결핵병동이 있는데 결핵에 걸린 사람들은 일단 격리시키고 치료도 못하고 죽으면 바로 화장 하는데, 이런 북한의 결핵 사망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북한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전염병은 결핵이 아니라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파라티브스, 홍역, 장티브스, 콜레라 등입니다. 이 전염병들은 당시 안 걸린 사람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북한 전 지역을 휩쓸었는데요. 제니씨의 남동생은 당시 파라티브스에 3번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제니]
사람들이 세 번째는 죽었다고 생각했대요. 한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앓았으니까, 완전히 시체가 되어서 가지고, 근데 앓던 말던 사람들이 신경도 안 쓰고, 그때 당시는 막 옆에 시체를 두고도 옆에서 밥을 주면 먹는 상황이었고.. 사람들이 한끼를 못 먹으면 내일 굶어 죽을지 모르는데, 약도 하나도 못쓰고 일단 먹을 것이 없으니 굶어서 누워서 파라티브스에 걸려서 있다가 나가서 막 빌어먹었다잖아 요. 지금이라고 달라졌겠어요?

북한주민들에게 더 무서운 것은 전염병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먹을 것이 없는 것이 더 근심이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있을 당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죽으면서도 전염병의 공포는 먹을 것보다 덜 했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증언입니다.

북한 전역에 전염병이 가장 심했던 1997년 북한 함흥 시 에는 거의 온 도시가 시체냄새로 꽉 찰 만큼 거리에 여기저기 시체가 널려 있었고 만성적인 영양부족에 시달리던 북한주민들이 콜레라, 파라티브스등 전염병에 걸리자마자 치료도 없이 바로 바로 죽어갔습니다.

지금 인터넷 검색사이트인 구글에는 매 시각 전세계 코로나 19 상황이 국가별로, 지역별로, 날자 별로, 상세히 올라오고 있는데요, 북한의 전염병 상황은 여전히 세상사람들이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