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 영화시장에서 개봉되고 있는 월트 디즈니 영화 "뮬란"이 논란과 함께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월트 디즈니란 세계에서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를 위주로 제작해서 배포하고 있는 가장 영향력있고 거대한 미디어 그룹입니다.
영화 "뮬란"은 아버지 대신 전쟁터로 나가 영웅이 된 여인 뮬란에 대해 그린 중국의 전설 목란시에 기초한 것으로 중국에서는 지난 1500여년간 화목란에 대한 이야기가 시, 소설, 연극 영화로 재 창조되어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뮬란은 중국 식의 영어발음입니다.
또한 아시아 스토리로는 최초로 월트 디즈니가 채택해1998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고 2020년에는 실사영화 즉 실제배우가 출연하고 3D기법을 함께 사용한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영화 스토리를 잠깐 말씀 드리면 고대 중국에 화조우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전쟁에 나갔다가 다리를 다쳐서 고향에 돌아와 두 딸을 낳았습니다. 그 맏딸이 화목란입니다. 목란이 자라 시집갈 나이가 되었을 때 나라에서는 징집령이 떨어졌고 목란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장에 나갑니다.
수많은 화살과 창이 날아오는 전장에서 남장을 하기 위해 착용했던 두꺼운 가죽 가슴붕대가 창을 막아주었고 목란은 자신이 여자임을 밝힙니다. 수많은 싸움 중에 마침내 목란은 황제를 구하기까지 하는 엄청난 공을 세우고 마침내 고향에 금의 환향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개봉되기 전부터 홍콩 민주시위 탄압옹호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공안기관에 감사 표시, 역사 왜곡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디즈니가 화목란 이라는 중국 남북조시대의 여성인물을 인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캐릭터로 내세운 것은 중국문화의 힘이 미국의 거대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세계 곳곳을 파고드는지 역력히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에도 화목란 못지 않은 용감하고 진취적이고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남장을 하고 전장에 뛰어든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설죽화인데요. 설죽화는 북한 평안북도 일대에 설화로 내려오는 여성 장수의 이야기입니다. 북한에서는 1980년대에 이 설죽화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설죽화는 고려무관의 딸이며 그의 아버지 이관은 설죽화가 10살 되던 해에 거란의 고려침입을 막아 귀성전투에서 전사 했습니다. 이때 그의 품 안에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리라는 시가 발견됩니다.
시가 적인 헝겊은 그의 딸 설죽화에게 전달되고 설죽화는 아버지 뜻을 이어 무예를 익히기로 결심합니다. 이윽고 세월이 흘러 설죽화가 꽃다운 나이가 되었을 때 그녀는 한 귀족가문의 아들과 약혼을 맺게 되는데 그때는 서로 얼굴을 모른 채 언약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 거란의 3차 침입이 시작되고 이 소식을 들은 설죽화는 남장을 하고 귀주성에 진을 치고 있는 강감찬 장군에게 찾아갑니다.
하지만 강감찬 장군은 어려 보인다고 받아주지 않는데 이때 설죽화는 "나라를 위하는데 어찌 몸이 크고 작음을 가리겠나이까"라고 하며 꼭 전장에서 싸우겠다고 호소합니다.
마침내 강감찬 장군은 그녀를 받아주며 설죽화는 고려 군의 선봉에 서서 용감하게 싸웁니다.
이때 설죽화는 그와 언약을 맺었던 약혼자도 선봉장으로 함께 전장에 있다는 것을 어머니로 부터 전해듣고 얼굴을 보게 되었지만 그에게 자신이 약혼자라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귀주대첩의 마지막 순간에 설죽화는 선봉에 서서 적들의 수없이 목을 베였는데 뒤에서 날아온 화살에 맞아 그만 전사하게 됩니다.
전투가 끝났을 때 설죽화의 시체에서 나온 아버지 이관의 시를 보고 강감찬 장군은 그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임을 알게 됩니다.
북한이 만든 영화 "설죽화"는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영이 금지가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거란침략이야기가 중국의 역사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주민들 속에서 돌았습니다.
프랑스에는 잔다르크가 있고 중국에는 화목란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설죽화"가 있다는 것은 참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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