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커피 대 북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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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곳 신문에 북한에서 커피 가격이 캐나다 돈으로 120 달러에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실려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 봉지에 몇 그램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이곳 캐나다에서 300그람이나 400그람되는 봉지의 커피는 5달러에서 10달러 사이입니다. 커피의 본고장이라고 알려진 에티오피아에서 들어오는 가장 질 좋고 비싼 커피도 17달러 정도입니다.

그러니 북한에서 커피 한 봉지가 120달러에 팔리고 있다니 정말 깜짝 놀랄 소식이지요. 커피가 북한에서 이렇게 비싸다는 이야기는 대개 두 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는데요. 하나는 수입품목인 커피의 수입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이렇게 커피가 비싼데도 사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인 1980년대나 90년대까지만 해도 커피라는 것은 영화에서나 보는 자본주의 음료였습니다. 북한 영화라도 서구사회의 장면을 보여줄 때에는 커피가 대부분 등장하기도 하고 또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들이 끼리끼리 모이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이들은 이렇게 타락한 자본주의 생활을 즐긴다 라고 선동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암묵적으로 커피나 차는 자본주의 상징이므로 마셔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또 너무 비싸기 때문에 수입으로라도 들여올 수 없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멋진 장소에서 우아하게 마시는 커피나 차는 어떤 맛일까 하고 궁금해 했던 것도 사실 입니다.

중국에 갔을 때 처음으로 마셔본 커피는 한마디로 약을 먹는 듯한 맛이었습니다. 주변의 어떤 중국 친구들은 커피를 탄 누룽지물이라고 했지만 저는 그래도 계속 마셨는데 이 이유는 커피를 마실 때 좀 문명화되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북한에서도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북한사람들도 그때 저와 마찬가지로 커피를 문명과 부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커피를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당간부, 무역일군, 유학생들 등 외국하고 접촉할 수 있거나 고위 간부층 입니다. 이들은 주로 외국에서 본 블랙커피를 마십니다.

개성공단에서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던 커피믹스가 장마당으로 퍼지면서 일반 사람들도 돈이 있으면 커피 맛을 보게 되었고 귀한 손님이 오면 꽁꽁 숨겨두었던 커피믹스를 꺼내 대접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북한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커피는 한때 서구사회에서 세련미와 교양의 상징으로 여겨진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대중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캐나다에는 국민 커피라고 부르는 팀홀튼이 있는데 캐나다 사람들뿐 아니라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과 유학생 그리고 외국인도 한번 맛보면 그대로 빠져드는 대중커피입니다.

한 컵에 1달러 50센트로 시간당 최소 수입이 15달러인 이곳 사람들에게 정말 싼값에 즐길 수 있는 음료가 커피입니다.

보통은 빵과 커피로 아침을 대신하는 캐나다 사람들은 커피를 사려고 팀홀튼 커피점에 긴 줄을 서는 것이 매일 아침마다 보게 되는 광경인데요. 여기는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겉모습만 봐서는 하나도 구분되는 것이 없습니다.

시내에서 좀 붐비는 사거리에는 어김없이 팀홀튼이 자리잡고 있고 고속도로 휴게소 또는 산간 오지 등에도 팀홀튼 커피숍이 있습니다.

팀홀튼 커피는 캐나다 커피 전체 매출의 75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캐나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팀홀튼 커피점은 대개 24시간동안 문을 열고 있어 한밤중에 찾아가도 언제든지 빵과 커피를 살수 있습니다.

캐나다 팀홀튼 커피 회사는 아픈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나 체육경기 열기 등 캐나다 국민에게 더욱 더 다가가고 있는데요. 이렇게 커피와 그 커피 상표도 캐나다의 상징이 되고 국민의 즐거움이 되고 자부심이 된다는 것이 언제인가 북한주민들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