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벌써 1월 중순입니다.
노우주: 설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됐네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 전해주시겠습니까?
노우주: 네, 새해가 되면 집집마다 회사나 기관마다 바꾸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한에서 경험했던 달력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자: 예전에는 식료품 상점에 가면 달력도 주고 했는데 언젠가부터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달력 주는데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노우주: 예전보다는 아무래도 그렇죠. 저는 새해가 되면 여기 저기서 달력을 공짜로 가져가라고 주는데요. 처음엔 왜 나한테 달력을 그냥 가져가라고 하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다고 하면서 사양을 했어요. 처음에 정착 생활을 할때 교육기관 나오자 두 달 지나서 새해였거든요.
약국에 가도 달력을 약과 함께 주고 은행에 가도 달력을 주고 동사무소에 가도 달력을 주고 보험 하는 사람들은 아예 집으로 우편으로도 보내주고 같이 봉사하는 사람들 중에 자동차 판매하거나 수리해주는 사장들이 있는데 모임이 있으면 달력을 한아름씩 가져다 놓고 집에 갈 때 하나씩 가져가라는 거예요.
그리고 예배 드리러 교회 나가니 또 달력을 주고 등산한다고 산에 올랐다가 목이 말라 주변에 있는 절에 가서 물 한바가지 떠마시는데 스님이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목에 달력과 염주들을 놓고 가져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기자: 그러니까 예전에는 달력은 공짜로 받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었는데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10년도 넘은 이야기죠?
노우주: 그렇죠. 바로 남한생활 시작할 때는 그랬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상하게 느꼈었고요.
북한에서는 달력을 사려면 돈을 주고 사야 되고 또 달력도 빨리 못사면 그해는 달력 없이 보내기도 했거든요. 북한에서 달력은 참 귀한 대접을 받았어요.
북에서는 달력이라고도 하고 력서 라고도 했는데요. 2003년 당시 제 기억으로는 5-6 가지 종류였는데요. 영화 주인공들의 얼굴 사진이 있는 인물화 달력, 주체사상탑, 금수산 기념궁전, 모란봉, 백두산, 청류벽, 진달래 꽃이 만발한 영변 약산동대 등 자연과 건축건물 사진이 있는 달력 그리고 날마다 한장씩 떼어내는 365일 수첩형 달력(일력) 이렇게 여러 종류로 있었던 걸로 생각이 나요.
영화 주인공 인물 달력과 자연이 담긴 풍경 달력, 기념비적 건축건물이 담긴 달력 순으로 인기가 있었어요. 이런 달력을 걸어 놓으면 집안이 환해 보이고 친구들에게는 자랑거리이기도 했고 놀러 왔던 친구들도 부러워했던 모습들이 눈에 삼삼합니다.
기자: 남한에도 1980년대 초반까지는 지금 노우주씨가 말한 북한 상황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노우주: 그런데 여기 대한민국에서는 돈도 안 받고 연초가 되면 어딜 가든 그냥 주는 것이 달력과 수첩이더라구요,
공짜로 가져가라고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속으로는 좋기도 했어요. 여기저기서 주는 달력과 수첩을 받아다가 아파트 어르신들께도 드리고 방금 온 탈북민 친구들에게도 주니 저처럼 다들 좋아 하더라구요. 수첩은 일기장처럼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수첩이예요.
달력을 받아놓고 보니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고 수첩형 달력부터 차 안에 거는 달력, 책상 위에 놓고 보는 탁상달력, 벽걸이 달력 등 달력 종류만 해도 4천여종이나 된다고 해요.
기자: 아니 40여종도 아니고 4천여종이라고요? 그렇게나 좋류가 많은가요?
노우주: 그렇다고 해요. 지금은 옛날만큼 많이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기저서 달력을 받아왔어요. 달력마다 특색이 있어서 어디서 준 달력인지 알 수 있고 재미도 있어요.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저는 여기 남한에서는 왜 이렇게 달력을 여기저기서 종이 낭비하면서 찍어내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기가 막히는 거예요.
기업소나 관공서나 개인 사업장이나 또 종교단체나 결혼정보 업체나 모든 사업체에서 홍보용으로 많이 찍어서 오는 사람들한테 나눠준다는 거예요.
그리고 개인이 자신이 소개하고 싶은 것을 사진과 함께 주면 원하는 대로 달력을 찍을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어서 놀랐어요. 우리 가족 사진을 넣어서 달력을 만들 수 있고 국화나 장미나 계절따라 피는 꽃 사진을 넣어 달력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어요.
절에서 만든 달력에는 부처님의 말씀과 오행 음향, 12띠를 알기 쉽게 표시를 해놓았구요. 또 교회에서 만든 달력에는 하나님의 말씀과 일대기를 표시해 놓아서 구분이 쉽더라구요.
기자: 달력 얘기를 좀 정리 하자면 1980년대 까지는 홍보용 달력이 많았어요. 그때는 달력 하단에 전화번호와 상호명이 적혀 있어서 가위로 그부분을 잘라서 걸어놓는 사람이 많아 나중에는 상단부에 표기를 해서 배포를 했었죠. 그런데 요즘은 대형 식료품 상점에서 물건 사면서 달력 있냐고 하면 벌써 준비된 것이 떨여졌다고 하는 곳이 많더라고요.
노우주: 네, 언젠가부터 손전화기의 여러 기능 안에도 달력이 있어서 종이 달력의 인기가 조금 떨어졌다고 해요. 휴대하기 편한 손전화기에 중요한 일정이나 집안 대소사, 생일들, 개인 일정을 표시해 놓고 하니 편리하긴 해요.
고향의 주민들에게도 언젠가는 새해 달력을 무료로 나눠주고 그 달력에 무병무탈, 만사형통, 평화통일의 소망을 적고 싶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 건강, 사랑, 행운의 소망을 달력에 적어놓고 그 간절한 소망과 꿈을 향해 나가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자: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달력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