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신기한 제설차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 올해 겨울은 유난히 폭설도 내리고 추운데 그곳 날씨는 어떻습니까?

노우주 : 여기도 눈이 오고 해서 밖에 나가기도 힘들고요.한번 나갔다 오면 신발이 다젖고 그렇습니다.

기자 : 오늘은 어떤 이야기 전해주시겠습니까?

노우주 : 남한은 북한에서처럼 눈이 많이 오지는 않지만 갑자기 눈이 많이 오면 자동차끼리 접촉 사고도 많이 나고 미끄러져 넘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 눈오는 날 볼 수 있는 신기한 광경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기자 : 더운 나라에 살아서 눈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하늘에서 하얀 가루가 떨어지는 것을 처음 보고는 너무 신기했다고 하던데 노우주씨는 그런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어떤 것이 신기한 건가요?

노우주 : 일단 북한 겨울은 추워서 모든 것이 꽁꽁 업니다. 그래서 어딜가나 얼음을 쉽게 볼 수 있죠. 그리고 남한 보다는 눈도 많이 옵니다. 교통수단이 변변치 못한 북한에선 눈을 치워야 일을 나가기 때문에 삽으로 눈치우는 것이 보통 힘든게 아니었는데요.

여기선 눈이 오면 눈을 몽땅 치워내는 제설차가 몇대씩 줄지어서 한번에 도로에 쌓인 눈을 치워버리더라고요. 북에서 살땐 보지도 듣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눈치우는 차를 보니까 참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청진에서 살때 눈이 쏟아지면 제일 힘든 일이 눈치는 일이였어요. 왜냐면 무릎이 넘게 눈이 온 날은 문을 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기자 : 눈이 밖에 쌓여서 문이 안열였다는 건데요. 그때는 어떻게 했습니까?

노우주 : 문을 조금씩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조금 공간이 확보되면 겨우 문을 비집고 나가 사람 하나 다닐 수 있는 만큼의 길을 내고 나무로 된 눈삽으로 눈을 쳐내고 나면 등골에 땀이 흥건히 젖어 추위를 더 느꼈어요. 그리고 물길러 나가질 못하니까 소복히 쌓인 눈을 푹푹 퍼다가 가마에 들이붓고 끓여서 물을 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말 그대로 눈이 많이 온 날에는 "눈물"을 먹은 거죠.

그런데 여기서는 눈이 오기 바쁘게 제설차가 다니면서 도로가 미끄러울까봐 염화칼슘 즉 공업용 소금도 뿌려주고 차 앞에 삽을 옆으로 뉘인 것처럼 생긴 것을 달고 쓱 말고 가면 도로가 깨끗해지는 겁니다.

기자 : 집 앞이나 작은 길은 주민이 치우지만 차가 다니는 도로는 제설차가 작업을 하고 그 뒤로 차들이 천천히 따라가는 모습은 장관이죠.

노우주 : 맞습니다. 사람이 직접 하려면 하루 종일 걸릴 것을 순식간에 치워버리니까 신기했죠.

빨리 안치우면 길이 얼어서 자동차가 빙판에서 미끄러져서 큰 사고가 나거든요. 여기서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뉴스에서 안전운전 하라고 주의를 당부하고 또 눈이 내리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에서 수시로 주요도로 상황과 교통정보를 전해주니까 사람들이 대비를 할 수 있는 거죠.

사실 눈이 많이 오면 도로는 다 치워도 작은 길은 눈을 옆으로 밀어놔서 주차하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대중교통인 지하철이나 버스를 많이들 이용합니다. 눈 올 때는 작은차 보다는 큰 차가 안전하기도 하고요.

기자 : 요즘은 도로에 뿌리는 공업용 소금도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것을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노우주 : 그렇더라고요. 염화칼슘을 우리는 보통 그냥 소금이라고 하는데요. 이걸 눈이나 얼음 위에 뿌려두면 주위에 있는 수분을 흡수하면서 눈과 얼음이 녹고 나중에는 허옅게 말라붙게 되는데 이 염화칼슘을 뿌려두면 물이 영하 55도까지는 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길이 얼지 말라고 이걸 너무 많이 뿌려두면 녹으면서 짠물이 나무나 풀에 흘러들어 안좋다는 거죠. 요즘은 염화칼슘도 식물이나 동물에도 해가 되지 않는 그런 제품이 나왔더라고요.

기자 : 솔직히 1980년대 초만 해도 눈이 오면 미끄러우니까 다 타고 버린 연탄를 깨서는 눈위에 막 뿌려서 동네가 정말 지져분해졌는데요. 이젠 옛날 이야기가 됐습니다.

노우주 : 북에서도 미끄러지지 말라고 재를 뿌려놨었는데 지금 여기는 불을 떼지 않으니까 재가 없거든요. 눈이 오면 온통 세상이 하얗게 변해 보기는 좋은데 일을 나가야 하니 길도 치우고 차가 다니는 도로는 제설작업을 하는 거죠. 한국은 제설차나 장비가 다 현대화 돼있으니 폭설에 갇혔다. 이런 말은 듣기 힘든데 북한은 상황이 다릅니다.

남한에서 편하게 산다는 것이 그냥 잘 먹고, 잘 입고 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하는 힘든 일을 기계가 척척 해준다는 겁니다.

기자 : 어떤 분은 눈 때문에 또는 추위 때문에 겨울이 싫다고 하지만 아이들이나 젋은 연인에게는 눈이 환상적이고 그리 나쁘고 힘들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란 것도 사실입니다.

노우주 : 네, 저희도 남편 휴가때 강원도 평창에 스키타러 가자고 해서 들떠있는데요. 북한에 살 때는 눈 덮인 추운 날씨에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빙판길을 가까스로 물통을 졌고 땔 나무와 석탄을 싣고 또 퇴비를 싫은 손구루마를 끌고 다니면서 추위를 원망했는데 남한에서 눈 치우는 제설차를 보고는 신기해서 마냥 그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북한주민들이 손으로 눈을 퍼내지 않고 제설차가 도로마다 다니며 인력을 대신해줄 날이 과연 언제면 올까요? 지금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도 한파와 폭설에 잘 대처해서 사고 없는 겨울을 나시기 바랍니다.

기자 : 노우주씨도 눈길에 넘어지시지 말고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눈치우는 재설차를 보며 떠오른 생각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