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향기 나는 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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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 안녕하세요

기자 : 오늘은 어떤 이야기 전해주시겠습니까?

노우주 : 네, 새해가 돼서 묵은 때를 씻어내고 집 안팎을 대청소하는데 겨울이지만 문을 열고 먼지도 털어내고 씻고 닦고 며칠을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청소를 하다보니 사용했던 비누들이 제각각 쓰임새가 다르고 종류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났어요. 그래서 오늘은 빨래하면서 썼던 비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자 : 옛날에는 작은 별돌 모양의 누런 빨랫비누를 쑤고 또 그보다 강한 빨란 비누를 쓰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요즘은 종류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노우주 : 네, 북한에 살때는 써보지 못한 제품이 거의 다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요.

한국에 처음 와서 집 청소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너무도 편안한 익숙함이 몸이 배여 이렇게 편해도 되나 생각이 듭니다. 상점에 가서 청소할 때 쓰는 기름때를 깨끗이 닦아내는 비누를 사러 왔다고 하니 옥시클린은 7번 매대에 가면 있다고 손으로 알려주는 거예요.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에 다시 물어보고 어렵게 사왔던 기억이 나는데요. 비누 종류를 여기서는 세제라고 하는데요. 빨고 씻고 닦을 때 쓰는 세제들의 쓰임새가 다 달라서 엄청 놀랐고 종류별로 다양해서 세제 외우는데도 시간이 걸렸죠.

세제의 종류를 보면 가정용과 공업용으로 분리 되더라구요. 가정용 세제는 다시 의류 세탁용과 세수하고 목욕할 때 쓰는 화장용, 부엌에서 쓰는 주방용, 화장실에서 쓰는 세제 등으로 나뉘더라구요. 이렇게나 남한에서 쓰는 비누가 정말 생소하고 이름도 처음 듣는 낯선 외래어여서 혼란스러웠어요.

북한에서 살 때는 세숫비누와 쌀겨나 강냉이 눈을 갈아서 잿물을 넣고 정어리 기름이나 간유로 만든 빨랫비누 그리고 화학 세제라고 부르는 공업용 고체가 전부였거든요. 그 양잿물을 사다 썻던 기억과 제일 어려웠던 시기에는 콩대나 벼짚 불 땐 재를 채반에 받쳐 더운물을 내리면 자연 잿물이 나오는 걸로 사용했던 기억이 나요.

기자 : 처음에는 떼만 잘 씻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냄새도 좋은 것을 사게 되더라고요.

노우주 : 맞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산과 들에 다니며 약초나 산나물을 채취할 때 손이나 옷에 진물이 묻으면 돌에다 비비거나 자연에서 나는 여러 가지 참나무잎, 쑥이나 뽕잎 등을 손으로 비벼 찌든 진물을 없애기도 했어요. 알카리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잎들을 뜯어서 사용하면 잘 씻기거든요. 명절이 되면 좋았던 것이 불린 콩으로 두부를 만들고 나오는 초물로 머리 감고 목욕을 하면 반들반들 광이 날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 나요.

기자 : 뭐가 없다고 해서 못사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좀 불편할 뿐인데요. 양잿물로 비누를 만들어 썼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한국에서 1970년나 80년대 초반까지 있었던 일로 저는 기억이 되네요.

노우주 : 가게에서 물건을 살 수 없고 또 비싸니까 민간에서 만들어 쓰기도 했는데요. 겨울에 땔나무 하러 산으로 다니고 나무 팬다고 도끼질하다 보면 손발이 터 갈라지고 까매지면 소변을 받아서 소변에 씻으면 터지고 아리던 아픔도 때도 깨끗이 없어져서 겨울에 가끔 이 방법을 많이 사용했었거든요. 그렇게 살다가 여기 남한에 오니 세정제가 너무 많고 다양해서 어떤 세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실수도 많이 했어요.

기자 : 예전에 눈다라끼가 생겼을 땐느 애기 오줌을 받아 쓰면 낫는다 이런 얘기도 있었는데요. 남한에서 어떤 실수가 있었습니까?

노우주 : 집들이 한다고 음식을 해서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설겆이를 하는데 그릇에 기름이 붙어 미끄럽고 잘 안 씻기는 거예요. 주방용 세제가 있는지도 모를때라 기름때 지운다고 사놓았던 락스를 들이붓고 그릇들을 씻으니 냄새는 나도 뽀득뽀득 광이 나도록 기름때가 싹 지워지는 거예요.

왜 이렇게 락스 냄새가 나냐며 지인들이 설거지하는 싱크대로 와서 경악을 하는 거예요. 락스라는 세제는 화장실 변기나 욕조 등을 청소할 때 쓰는 독성이 강한 화학세제고 옷이나 세탁물에 다른 물감이 들었을 때 깨끗하게 하는 표백제로 쓰인다는 거예요. 그리고 세균을 99% 죽이는 살균작용도 한다는 거에요.

기자 : 그말을 들으니 저도 생각이 나는데요. 탈북자가 화장실 변기를 깨끗이 씻는다고 락스를 앉는데 너무 많이 뿌려서 나중에 볼일을 보고 나서는 엉덩이와 허벅지에 화상을 입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노우주 : 그런 일이 정착 초기에는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도 집들이 왔던 언니들과 지인들이 모이면 그때 이야기를 하며 한 바탕씩 웃으며 추억으로 남기며 남한생활을 했네요.

기자 : 북한 청취자에게 지금 쓰고 있는 비누에 대해 소개를 해주세요

노우주 : 빨래 세제는 세탁비누, 가루비누, 물비누 등이 있고 화장용으로는 세수 비누와 폼클린저라 부르는 치약처럼 생긴 짜서 쓰는 세안제, 주방용으로 그릇을 씻는데 사용하는 곡물 세제, 야채를 씻을 때 쓰는 야채용 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로 청소할 때 쓰는 독한 세제가 있는데 이것은 가스레인지용, 욕조 닦을 나 타일을 씻어낼 때 습니다.

그리고 요즘 보통 많이 쓰는 것이 가루세제와 물로 된 액체 비누가 있는데요. 세탁물에서 은은한 과일 향 또는 향수 만들 때 사용하는 향이 나게 하는 박하를 비롯한 식물의 향이 나는 세제들, 세탁한 옷에서 정전기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제품 또 알레르기 체질에 맞는 세제, 캡슐로 되어있는 세제 등 필요에 따라서 사면 됩니다.

얼룩이 잘 지워지고 찌든 때도 깨끗하게 지워지는 세탁세제들을 보면서 북한에서 한겨울에도 얼음을 깨고 강가에서 언손을 호호 불며 방치로 두드리며 빨래하던 모습들이 생각이 나네요.

기자 : 아무래도 주부들은 부엌에서 쓰는 제품이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찾지 않습니까?

노우주 : 맞습니다. 지금은 주방에서 쓰는 세제도 취향 따라 골라서 쓰게 되는데요. 제가 고향에 있을 때 주방에서 세제를 써본 적이 없고 대신 쌀뜨물로 설거지하고 명절에 기름기 있는 그릇은 뜨거운 물을 쓰거나 불 땐 재를 벼짚으로 묻혀서 초벌 닦아내고 물로 헹궈 사용했거든요.

여기서는 사람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채소나 과일을 씻는 천연 세제, 쌀뜨물 세제, 쑥으로 만든 사철쑥 세제, 과일 향 나는 레몬 세제, 베이킹소다로 만든 세제, 홍초 세제 등 사람에게 해롭지 않는 주방세제를 만들어 내니 안심하고 쓰고 있어요.

기자 : 광고를 많이 하긴 하지만 이런 것이 탈북민들에게는 어려운 부분이겠어요.

노우주 : 맞습니다. 모임에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요즘에 나오는 신제품 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 속에 제가 끼이지 못하고 그냥 듣고만 있었죠. 그리고 나중에 가게에 가서 새로 나온 세제 종류들을 찾아보고 사다 썼거든요.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삶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가지씩 배우는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상상도 못하고 살아왔던 어렵고 힘든 삶이였기에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 대한민국에서 날마다 신문물을 날마다 경험하며 살고 있어요.

언제면 고향 분들과 여러 종류의 세정 비누들을 함께 나누어 쓸 수 있을까요?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세정제를 쓸 때마다 늘 고향분들이 생각납니다.

기자 :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비누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