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 전해주시겠습니까?
노우주: 남한에서 처음으로 들어보고 써봤던 화장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자: 화장지라고 하면 볼일 보고 위생실에서 쓰는 종일 말씀하시는 거죠?
노우주: 네, 맞습니다. 처음 탈북해서 중국 친척 집에 머물러 있을 때 위생실 가려고 물어보니 방안에 한쪽 문을 가리키며 들어가 볼일 보라며 알려주는 거예요. 방안에 무슨 위생실이 있지 라고 생각하며 알려준 방으로 들어가니 세면대도 윤기가 번쩍거리고 둥그런 작은 우물처럼 생긴 물건이 떡하니 있는거예요.
두리번거리다가 하수도 구멍 있는데 앉아서 소변을 보고 신기해서 둘러보고 있는데 위생실 들어간 사람이 안 나오니 문을 두드리는 거예요. 문을 열고 형님에게 물어보았어요. 작은 우물같이 생긴 물건이 뭐예요 했더니 저기 앉아서 소변, 용변을 보는 변기라는 거예요.
기자: 간단히 남한의 화장실 변천사에 대해 간단히 정리를 하자면 예전엔 땅을 파고 그 위에 판자를 두고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다, 수세식을 변했고 그 다음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좌식변기로 바꿔었죠.
노우주: 북한에서는 아직도 평양을 제외하고는 거의 옛날식 재래식 변소를 쓰는데요. 중국에서 변기를 보고 놀랐는데 그 옆에 벽에 둘둘 말린 하얀 종이가 걸려 있더라구요. 형님, 하얀 종이는 어디 쓰는 거냐고 물었더니 크게 웃으며 휴지인데 대 소변보고 그 종이를 떼어서 닦으면 된다고 설명을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화장실 즉 북한에서는 위생실이라고 하는데 밖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용변을 보고 살았는데 또 옛날에도 사돈집하고 위생실은 멀리 떨어져 있어야 된다는 어른들 얘기를 들으며 살았던 터라 집안에 멋있는 위생실이 떡하니 있다는 자체가 생소했고 신기했죠. 그러다 얼마 후 한국으로 오게 되었어요.
기자: 화장실이 예전에는 집밖에 있다가 이제 집안으로 들어왔는데요. 중국에서 이미 경험을 해서 한국에 갔을 때는 화장실 변길르 보고 놀라진 않았겠어요?
노우주: 아니요. 남한에 와서 생활을 해보니 중국 친척 집에서 사용하던 위생실보다 더 좋고 화장지도 너무 좋은 화장지들이 상점마다 가득가득 쌓여 있어서 놀랐어요. 화장지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어요.
북한에서는 화장지란 말조차 모르고 살았고 대신 휴지를 썼는데 신문이나 다 쓴 공책을 휴지로 사용했고 그 휴지도 없어서 여름에는 쑥잎이나 넓적한 참나무잎을 대신 사용하기도 하고 농촌에서는 겨울에 벼짚으로 사용하기도 했어요.
기자: 제 기억이 맞다면요. 남한에서도 1980년대 초반까지는 신문을 알맞게 잘라서 화장실 벽에 걸어두고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노우주: 지금은 시골이나 섬마을에 가도 화실에서 신문을 쓰는 집이 없습니다. 남한에 와서 살아보니 아파트, 큰집, 작은집, 심지어 농촌집들에도 다 집안에 위생실이 있고 추운 겨울날 밖에 안 나가고 집안에서 볼일을 다 해결하고 하니 정말 새로운 문화충격이었어요. 위생실 안에는 물 받아 놓고 목욕할 수 있는 욕조도 있고 더운물, 찬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죠. 전국 방방곡곡 다 다녀봐도 공동 화장실들도 다 현대식으로 위생실 문화가 잘 되어 있고 그 안에서 밥을 먹어도 될 정도로 냄새도 없고 산뜻하고 깨끗해서 정말 놀랐어요.
기자: 지금 20대까지만 해도 옛날부터 이렇게 살았지 할수 있지만 사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루면서 공중화장실도 지금의 모습을 갖추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우주: 남한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당 간부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휴지 즉 화장지의 종류도 다양하고 또 쓰이는 용도도 달라서 참 웃겼던 이야기가 있어요.
기자: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노우주: 위생실에서 쓰는 휴지는 물에도 잘 풀려서 쓰고는 바로 변기에 넣어버리면 물이 내려갈 때 다 풀려서 변기가 막힐 염려가 없어요. 그런데 저는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으니 두텁고 질기고 기다란 두루마리 휴지를 위생실에서 사용을 했어요.
어느날 용변을 보고 휴지를 변기 안에 버렸는데 막혀서 안 내려가는 거예요. 물이 거꾸로 역류하면서 위생실 안이 물바다 되고 용변 냄새가 진동을 하는 거예요. 늦은 밤이라 어디 가서 도움을 청할데도 없고 막힌 변기를 뚫는 뚫어뽕이 있는 줄도 모를 때라 참 난감했어요. 그래도 구석에 물 내려가는 하수구가 있어서 물이 고이진 않더라구요.
기자: 북한 분들은 뚤어뽕이 뭔가 하실테데. 막힌 변기를 뚫는 그런 도구인데요. 어떻게 해결을 하셨나요?
노우주: 한 시간 정도 넘쳐난 바닥을 청소하고 나니 변기 안에 물도 좀 내려가긴 했어도 그대로 변이 남아 있는 거예요. 다시 물을 내리니 그 종이가 좀 물먹어서 부드러워졌는지 쑥 내려 가더라구요. 후에 알고 보니 그 길고 두툼했던 두루마리 휴지가 부엌에서 생선이나 고기를 쌀 때 쓰거나 물기를 제거할 때 쓰는 종이였던 거예요.
나주에 알았는데 두루마리 휴지는 두겹, 세겹, 네겹으로 되어 있고 종이 두께에 따라 한 롤이 평균 27m, 30m 정도 되거든요. 공동 위생실서 쓰는 커다란 둥근 화장지는 70m, 80m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그런데 미국 사람이 한국가서 두루마리 휴지를 식탁에서 쓰는 것을 보고 놀라는데 이건 화장실에서만 쓰거든요.
노우주: 워낙 종이 질이 좋아서 구분 없이 쓰고 있어요. 하지만 미용 종이는 여성들이 화장을 지울 때 사용을 하는데 용도 특성상 얼굴의 기름기와 수분을 잘 닦아 낼 수 있게 부드럽고 질긴 재질로 되어 있고요. 굳이 물로 세수를 안 해도 수분이 있는 미용 종이로 화장한 얼굴을 닦아내니 시간도 단축되고 정말 편해서 여성들의 필수품이예요.
그밖에도 갓 태어난 아기들이 쓰는 휴지도 있고 어린아이들은 코를 닦는데 사용하기도 하는데 살에 닿는 표면이 부드럽고 촉감이 좋아 아이들이 거부감이 없어 엄마들이 잘 사용하고 있어요.
북에서는 어린아이들 가슴에 코 닦는 손수건을 달아놓고 수시로 닦아주었어요. 여기서는 아이들 가슴에 코 수건 달아놓을 일이 없는 거죠.
기자: 그러니까요. 필요한 것은 다 만들어내니까 살기 편한 세상이란 말을 입데 달고 살지 않습니까.
노우주: 맞아요. 또 놀라운 것이 향기가 나는 휴지도 있어서 위생실에 은은한 향기가 계속 머물러 있어서 저도 향이 나는 휴지를 잘 사용해요. 북에서처럼 급할 때 쓰려고 휴지를 주머니마다 넣고 다닐 필요도 없구요 항상 어느 위생실 가든 휴지가 다 놓여 있어서 생활이 참 편해요. 이렇게 휴지를 마음껏 쓰고 생활이 편안한 삶을 우리 고향 주민들과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기자: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화장지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