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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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 안녕하세요

기자 : 오늘은 어떤 이야기 전해주시겠습니까?

노우주 : 네 오늘은 고향에서는 위생대, 달거리대, 생리대 라고 부르는 여성 필수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자 : 보통 생리대라고 하면 대놓고 보여서는 안되는 그런 비밀스런 여성 용품 정도로 이해게 되는데 어떻습니까?

노우주 : 그렇죠. 보통 북한에선 딸을 둔 어머니들이 자녀가 13세 이상 되면 생리현상과 세탁 방법까지 알려 주곤 했죠. 저의 어머니도 제가 17세 되던 해에 첫 생리를 한 것을 알고는 면으로 된 가재천으로 생리대를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생생해요.

솔직히 생리대라고 하면 함부로 내놓기가 뭐 하잖아요. 그래서 어두운 저녁에 우물가에 앉아 누가 볼세라 손빨래 해서 잿물에 삶아 빨아 썼던 생리대. 여름에는 손빨래 해서 비누물이나 잿물에 조물조물 담궈 비닐봉지에 담아서 보이지 않는 우물가 옆 담장 기와 위에 놓아두면 쨍쨍 내려 쬐이는 햇볕에 부글부글 괴어올랐다 식으면 일다녀 온 저녁에 씻어서 쓰던 생각이 납니다.

기자 : 보통 사춘기를 시작하는 소녀에게 시작되는 현상이라 엄마의 도움이 절실한데요. 한번 쓰고 버리면 그나마 좀 수고가 덜할텐데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힘들었겠어요.

노우주 : 그렇죠. 북한에 있을 때는 그냥 누가 볼세라 주위를 살피며 세탁하고 참 부끄럽고 번거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여기 남한에 오니 생리대 걱정은 안해도 되더라구요.

정착 생활을 시작하고 있을 때 어느 날 사회복지에게 전화가 왔어요. 집으로 방문하겠다고 하고는 한참 있다가 문 두드리는 손기척 소리에 열어보니 꾸러미를 가득 들고 왔더라고요. 그러고는 가져운 물건을 어려운 가정들에 나눠준다며 덥석 안겨주는 거예요. 내가 뭐냐고 물으니 지역사회에서 모아서 주는 생리대라고 하더라고요.

기자 : 여성에겐 당장 필요한 물건이니 그렇게 챙겨주는 군요.

노우주 : 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던지 몰라요. 상점가서 사도 비싼 물건인데 생리대까지 도와준다니 어머니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핑 도는거예요. 그 이후로도 몇 개월 더 주더라구요.

기자 : 처음에는 사는 곳 지리도 익숙하지 않고 어디서 뭘 살 수 있는지도 잘 모르니까 챙겨줬고 그 다음에는 자기가 알사서 구입해 쓰라는 거군요.

노우주 : 그랬나 봐요. 가게에 가보니까 여기 남한에서는 생리대 종류도 여러가지여서 자기 몸에 맞는 크기와 제품을 골라서 사용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에서 살다 온 저는 크고 작은 제품들이 있다는 걸 당연히 몰랐죠.

상점에 나가보니 생리대도 20개씩 포장이 되어 있고 소, 중, 대로 종류도 여러가지인데 생리 양에 따라 또 낮에 하는 것과 밤에 하고 자는 것 등 여러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았죠. 일단 처음 써보는 거니 몇봉지만 사고 그 이후부터는 제품 중에 쑥향이 나는 위생대가 있어서 그걸 자주 썼어요.

기자 : 사실 부끄럽고 숨길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참 어려운 일이잖습니까?

노우주 : 맞습니다. 이런 것은 여자에게나 물어 보는 일이지요. 처음 정착 생활을 할 때 텔레비젼을 보는데 난데없이 이쁜 여성 배우가 생리대 광고를 하면서 산뜻하고 착용감이 좋고 뽀송하다느니 하는데 낯이 뜨거워 바로 보지도 못했어요. 텔레비젼에서 생리대도 선전한다는 걸 상상도 못했죠.

기자 : 우주 씨가 처음 남한에 갔을 때는 텔레비전에서 생리대 광고도 했었군요?

노우주 :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하루는 아파트 통장언니가 저를 집으로 초대를 했어요.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고 부드러운 영양죽을 해주셔서 맛있게 먹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느낌이 오는 거예요. 그래서 미안하지만 실례 좀 하겠다고 하고 위생실로 들어갔어요. 아니나 다를까 시작된 거예요.

변기에 앉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제가 앉아있는 바로 옆에 작은 통안에 차곡차곡 생리대가 놓여있는 거예요. 급한대로 하나를 사용했어요. 일을 해결하고 나와 언니에게 준비를 못했는데 위생실에 있어서 하나 썼다고 했죠. 그랬더니 집에 워낙 손님들이 많이 와서 항상 여성 손님들을 위해 위생실엔 생리대를 놓아둔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저도 집 위생실에 꼭 생리대를 갖추어 놓는 습관이 생겼어요.

기자 : 남을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이 잘 전달되는데요. 물질적 풍요 속에 이런 배려와 여유를 탈북민들이 많이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노우주 : 기회가 될 때마다 남한에서의 느낀 고마운 순간들을 많이 지인들에게 말해서 특히 새로 정착하는 탈북민 친구들에게 많이들 얘기를 해줍니다.

기자 : 북한에도 분명 파는 생리대가 있을 텐데 남한제품하고 틀린 점이 있다면 뭘까요?

노우주 : 여기 제품은 종류도 너무 많고 생리할 때 통증이 있는 여성들에게 좋은 소식인 생리통 없애주는 위생대 또 막대처럼 긴 삽입형 위생대, 유기농 위생대, 친환경 위생대 너무너무 많아서 다 이야기를 못해요.

가격도 차이가 있죠. 생리통이 심한 여성은 며칠씩 앓아눕기도 하는데 이때 생리통을 줄여주는 위생대를 쓰면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정말이지 사용하면 할수록 통증도 줄어들고 언제부턴가는 생리할 때 약도 안먹고 아프다는 소리가 없어진거에요.

보통 위생대 한개당 500원에서 700, 1,000원 하는데 한봉지에 보통 20-25개 정도 들어있고 1만 5천원에서 3만원 정도 해요. 한달에 한번은 꼭 사용을 해야 되니 가격도 부담스럽지만 쾌적하고 깨끗한 위생적인 생리대 즉 위생대 사용은 젊은 여성들에겐 필수죠. 남한 돈 1만원이면 북한 돈으로 7,800원 정도 되고요. 남한돈 3만원이면 북한 돈으로 2만 1,600원 정도 되더라고요.

기자 : 아까 언급을 했던 유기농 제품은 어떤 겁니까?

노우주 : 순면을 사용해서 성분분석, 착용감, 자극 정도, 흡수력 모두 국제적 인증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은 제품들이 더라구요. 피부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 하는 여성들은 평상시보다 생리현상이 오면 피부가 더 안 좋아지는데요. 이런 여성들을 위해 화학적인 성분들을 배제하고 유기농 순면으로 만들어져 생리현상이 있을 때 뽀송하고 잘 흡수되고 불편감이 적어지니 모두가 좋아하죠. 이렇게 좋은 생리대를 북한 고향의 여성들도 마음껏 골라서 쓸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기자 :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생리대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