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쪽쪽이가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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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 안녕하세요.

기자 : 오늘은 어떤 이야기 전해주시겠습니까?

노우주 : 제가 북한에선 본적도 없고 들어 본적도 없는 쪽쪽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자 : 쪽쪽이라고 하니까 먹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노우주 : 아니요. 인공 젖꼭지인데요. 제가 여기서 대학 다닐 때 보육복지학과를 전공해서 어린이 집에 실습을 나간 적이 있어요. 6개월 된 아기들과 돌이 되기 전 아기들이 있는 반을 배정받아 보육 교사들과 손발을 맞추며 아기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됐어요. 아기들이 있는 방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는데 천사반, 꽃봉오리반, 개나리반, 이런식이었어요.

아기들을 어린이 집에 맡기고 일하러 가는 어머니들이라 저는 아기들이 오기 전에 미리 일찍 출근을 했어요. 선생님들이 먼저 나와서 아기들 받을 준비를 하고 있더라구요. 제가 함께 보기로 한 천사의 반에는 두명의 선생님이 여섯명의 아기들을 돌보고 있었어요.

기자 : 맡은 아이들이 좀 많은 것이 아닌가요?

노우주 : 네 맞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아프면 종종 안나오는 경우가 있고 보조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실습은 6주 동안 했는데 첫날부터 좀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엄마들이 아이들을 선생님에게 맡기면서 아기 주먹만한 말랑거리는 희한한 물건을 같이 주는거예요. 돌전 아기들이라 손이 많이 가고 수시로 기저귀 갈아줘야 하고 두 시간에 한번씩 분유를 타서 먹여야 되거든요.

그런데 희한한 것이 한 아이가 울면 다른 아기들도 같이 떼창으로 우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혼을 쏙 빼놓군 했어요. 유독 잘 우는 성민 아기가 울 때면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 쪽쪽이 좀 주세요 라고 저에게 소리치는 거예요. 당연히 저는 무슨 말인가 하고 그냥 멍하니 있었죠. 그랬더니 실습 선생님, 성민이 분유통 옆에 분홍색 쪽쪽이 주세요라면서 재차 말하는 거예요. 쪽쪽이가 뭐예요? 선생님? 하며 제가 묻자 답답한 선생님이 공갈 젖꼭지 주세요라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는 거예요.

기자 : 그러게요. 처음부터 알아듣게 얘기를 했으면 되는데 쪽쪽이 주세요 하니까 당황스럽죠.

노우주 : 그렇죠. 공갈 젖꼭지? 반문하며 선생님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으로 눈길을 돌려보니 아니 글쎄 젖꼭지처럼 생긴 물건이 있는 거예요. 그 물건을 잽싸게 선생님 손에 들려주었죠. 선생님이 가짜 젖꼭지를 애기 입에 넣어주니 금방 울음을 멈추고 쪽쪽이를 빨아대며 생긋 웃는 거예요.

기자 : 갓난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죠.

노우주 : 애기들이 잘때 선생님에게 물어봤어요. 쪽쪽이, 공갈 젖꼭지가 뭐예요 라고 했더니 아까 제가 몰라서 허둥 되었다는 걸 알고 알려주더라구요. 인위적으로 만든 젖꼭지인데 아기들이 쪽쪽 빤다고 쪽쪽이 또는 눈을 감쪽같이 속인다는 의미로 공갈 젖꼭지라고도 한다네요.

인공 젖꼭지를 사용하면 아기들이 수시로 손가락 빠는 것도 줄일 수 있고 정서적으로도 아기들에게 약간의 안정감을 주기도 해서 아기 키우는 엄마들은 꼭 사용을 한다고 해요.

여기 남한의 아기들은 엄마 젖도 먹이지만 대체로 분유를 많이 타서 먹이고 또 아기가 잠들기 전에나 놀때도 입에 쪽쪽이를 늘 빨면서 놀거든요. 자다가 깨어나서 울면 우유를 먹이고 쪽쪽이를 입에 물려놓으면 부드럽고 엄마 젖꼭지인 줄 알고 빨다가 사르르 잠이 든답니다.

기자 : 이런 제품이 없었을 때는 아이들이 자기 엄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못 본 물건이었군요?

노우주 : 그렇죠.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했었죠. 제품도 다양해서 애기 기호에 맞게 사서 사용을 하는데요. 사람의 피부처럼 부드럽고 아기들이 빨거나 장난할 때 상처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져서 만지면 말랑말랑 촉감이 좋아요.

인공 젖꼭지는 보통 한개 가격이 8천 원에서 1만 3,500원 정도 하는데요. 달러로 하면 8달러에서 13달러 정도 한다고 보면 되죠.

색상도 알록달록 아기들이 좋아하는 색이고 쪽쪽이 길이가 긴 것과 짧은 것 그리고 1-6개월 된 아기들이 무는 인공 젖꼭지, 7-12개월된 아기들이 빠는 인공 젖꼭지 등 다양 하더라구요. 여기 엄마들은 쪽쪽이라고 하면 다 알더라고요.

기자 : 아는 분중에 아이를 낳은 분도 있었을 텐데요. 이 쪽쪽이를 사주셨겠군요.

노우주 : 네, 탈북민 동생이 아이를 낳아서 아기용품들을 사가지고 갔어요. 미역, 일회용 기저귀와 물수건이 들어 있는 물티슈, 인공 젖꼭지, 신생아들이 먹을 수 있는 분유를 사갔어요. 물티슈란 단어가 고향에서는 처음 들어 볼 거예요. 비닐 곽에 들어있는 질긴 종이에 수분이 촉촉해서 아기들 응가했을 때 손쉽게 닦아주기 편하거든요.

아기들에게 사용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사용을 많이 해요. 동생에게 인공 젖꼭지를 건네주며 아기에게 사용해 보라고 하니 당황하면서 신통하게 생겼다면서 어디에 어떻게 쓰는 물건이냐고 묻더라구요. 그 동생은 남한에 온 지 3년 되었고 회사에서 일하다 신랑을 만나 결혼을 하다 보니 신생아기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설명을 해주면서 저도 어린이 집에 실습 나가서 쪽쪽이를 몰라서 황당했던 이야기를 해주면서 한바탕 웃었거든요.

기자 : 쪽쪽이도 그렇지만 꼭 있어야만 하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옛날에는 이런 것 없아도 아이들이 잘 컸잖아요?

노우주 : 그렇죠. 그런데 옛날에는 아이들이 손가락을 빨고 또 먹을 것도 없고 하니까 흙도 집어 먹고 했는데 지금은 아이들을 그냥 땅에 그냥 두지 않을뿐더라 지금은 아이들을 하나 둘 정도 낳으니 좋은 것이 있으면 전부 아이들에게 해주려고 남한 엄마들이 하더라거요.

기자 : 이렇게 남한생활을 하나하나 배워가네요.

노우주 : 제가 처음에 남한 말을 몰라서 또는 어떤 것을 보고 뭔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더듬어서 나중에 오는 고향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친목 도모도 하니 너무 좋았어요. 북한 고향에서 힘들게 아기들을 키우는 엄마 아빠들도 남한에서처럼 새로운 신문물을 사용하고 함께 쪽쪽이도 나눠주며 육아를 행복하게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기자 :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신생아 용품인 쪽쪽이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