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아궁이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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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네, 안녕하세요.

기자: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아직 겨울 한파가 계속되고 있어요. 올해 겨울에는 굉장히 독한 독감이 유행했거든요. 그래서 직장에서도, 다른 모임에서도 지독한 감기에 걸린 주변 분들이 많았어요. 저도 더더욱 이번 감기는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또 이번에 보건소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국가에서 무료로 독감 예방주사를 놓아준다"고 통지가 왔어요. 이전까진 (독감 예방주사를) 4만 원 정도 내고 맞았거든요. (65세가 넘으니) 국가에서 배려해 줘서 (독감 예방주사를) 공짜로 놔주더라고요.

그래도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있어서 저도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집안 온도도 작년 겨울보다도 더 따뜻하게 맞춰놓고, 감기가 들 것 같으면 초기에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따뜻한 음식도 잘 챙겨 먹고, 겨울옷도 많이 껴입고 다녔답니다.

북한에서는 겨울이면 난방을 위해 아궁이에 불을 때야 하는데요. 대부분의 남한 가정집에서는 그럴 필요 없이 그냥 집에 달린 보일러 온도만 조금 높여주면 돼요. 북한에서 오랫동안 아궁이에 불을 땠으니까, 추억도 많지만, 그래도 이렇게 편하게 아궁이 없이 손가락질 한 번이면 집이 후끈해지는 게 참 편하네요. 특히 북한에서는 아궁이가 찹쌀을 먹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기자: "아궁이가 찹쌀을 먹는다"는 게 어떤 뜻이죠?

이순희:아궁이가 쌀밥 혹은 찹쌀을 먹는다는 건, 북한은 모든 물건값의 기준을 쌀값으로 계산하거든요. 겨울이라 추워서 아궁이에 불을 그만큼 더 많이 때려면 장작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니까 석탄이나 장작을 사서 불을 때려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말이에요. 그냥 쌀도 아니고 비싼 찹쌀이 들어간다는 건 (아궁이에 불 때는데) 밥 지을 돈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는 거죠. 여름에는 그나마 식사할 때만 가끔 나무나 석탄을 때서 요리를 해 먹으면 끝이니 지금 겨울처럼 그렇게 난방비가 많이 들지는 않죠. 그런데 지금 같은 겨울에는 먹는 데 드는 화목보다 난방비가 많이 들잖아요. 며칠 전에 북한에서 들린 소식에서도 여전히 아궁이가 찹쌀을 많이 먹는다고 고향 분들이 힘들어한다더라고요. 석탄이나 나무가 시간이 갈수록 고갈되거든요. 매년 석탄을 캐고 나무를 심지는 않고 베니까 고갈될 수밖에 없죠. 그렇다 보니 겨울에는 쌀값보다도 나무랑 석탄값이 비싸졌다는 거예요.

기자:남한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아궁이를 쓰고 있지만 대부분 가정집에서는 보일러를 많이 쓰고 있죠?

이순희:네, 맞아요. 남한에서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사는 밀집 지역에 배관을 통해 직접 가스를 공급해 줘요. 그래서 보일러 시설만 설치하면 금방 집이 데워지거든요. 또 전기보일러도 있어서 가스 필요 없이 전기로만 보일러를 이용할 수도 있어요.

제가 직장에서 점심시간이면 동료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회사에서 탈북민은 저 혼자라서 동료들이 북한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봐요. 그러다가 어제는 “북한이 남한보다 북쪽이라 더 추울 텐데 이렇게 추운 날이면 어떻게 지내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앞서 얘기했던 아궁이가 찹쌀을 먹는다고 이야기하면서 북한에는 아파트에도 아궁이가 있어서 석탄이나 나무를 때서 밥도 짓고 난방도 한다고 말해주니 직장 동료들이 “어머나 세상에 아직도 그렇게 살아요?” 하면서 놀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남한으로 치면 1960~1970년대 생활이네요”라고 하더라고요.

기자: 1970년대만 해도 남한에도 아궁이를 이용해 난방하거나 밥을 짓는 가정집이 많았는데, 현대식 기술이 들어서면서 그런 형식이 많이 사라졌죠. 아궁이가 사라진 삶은 어떤 것 같나요?

이순희:아궁이가 있을 필요가 없어져서 많이 사라졌는데요. 덕분에 또 다른 좋은 점도 많은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산의 나무를 다 베서 땔감으로 사용했잖아요. 그러니까 민둥산이 많아서 비가 오면 산사태가 쉽게 일어나곤 했어요. 또 나무가 없으니, 산짐승도 자기 살 곳을 잃어버려 자연에도 안 좋았고요. 사실 북한에서는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바쁜데 그런 걸 신경 쓸 틈이나 있었을까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아궁이가 없으니 일반 가정집에서 나무를 벨 일이 없으니 집 바로 앞에 있는 나무도 안 건들이고 그대로 놔둬요. 그러다 보니 산에는 푸른 나무가 정말 빼곡히 있어요. 또 나무 심는 날이나 적당한 계절이 오면 나무 심기 운동까지 하니까 주변 환경이 쾌적하고 점점 푸르러지는 게 느껴져요.

기자:추운 겨울이면 가스나 전기보일러라고 해도 더 많이 틀어야 하니까 돈이 꽤 많이 나오지 않을까 궁금한데요. 겨울 관리비가 얼마나 되나요?

이순희:지난달에 집으로 온 아파트 관리비 우편을 보니 다른 때에 비해 많이 나온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다른 달에 비해 딱 2만 원 정도 더 나왔더라고요. 이 정도면 남한에서 최저시급으로 2시간 정도 일한 돈이에요. 음식값으로도 한 끼에서 두 끼 정도 가격밖에 안 되고요. 한 달 내내 따뜻하게 보내면서도 2만 원만 더 내면 된다니 전혀 부담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남한 분들은 겨울 난방비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대신 아파트보다는 개인 주택은 조금 더 (관리비가) 나올 수 있어요. 북한말로 하면 땅집에 사는 분들인데요.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혼자서 관리비를 감당해야 하기도 하고 주택도 더 클 테니 난방비가 더 나오기는 할 테지만, 난방비 때문에 밥을 굶거나 다른 경제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기자:전국적으로 보일러나 온풍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는 것의 장점은 공공시설을 가도 따뜻하다는 점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순희:그렇죠. 버스를 타도 온풍기에서 따뜻한 바람이 솔솔 나와서 추운 겨울에 타도 몸을 따스하게 녹일 수 있어요. 특히 추운 바람을 맞다가 버스를 타면 노곤해져서 잠을 자기도 해요. 북한에 있을 때는 버스를 타도 추워서 출근할 때면 발을 동동 구르며 통근하던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회사에 가도 따뜻한 히터 바람이나 보일러 혹은 열풍기가 갖춰져 있어서 퇴근하려고 밖에 나가기 전까지 추운 줄도 모르고 일해요. 또 전기매트나 더운물 매트 중에 좋은 제품도 많아서 침대에 깔고 자면 따뜻하다 못해 더운 지경이니 이불도 안 덮고 그냥 자요.

기자:보일러로 물도 데워놓다 보니 그때그때 물을 끓일 필요 없이 바로 더운물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이순희:네, 제가 한국에 왔을 때가 12월의 추운 겨울날이었거든요. 국가에서 탈북민에게 배정해 주는 제 개인 집에 와서 세수하려고 수도꼭지를 왼쪽으로 트니 더운물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트니 찬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얼마나 감동했는지요. "세상에 한 수도꼭지에서 더운물과 찬물이 나온다니" 하며 참 신기하고 좋았어요. 어제도 퇴근 후에 방을 따뜻하게 보일러로 데워놓고 더운물로 샤워하고 전기매트 위에 누우니 세상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북한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아요. 북한에 있는 형제들이 이 추운 겨울에 땔감이 부족하니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했고요. 또 북한에서는 겨울에 땔감이 부족하니까 찬물에 빨래하곤 했어요. 물이 차니까 손이 빨갛게 얼고 터져서 피가 나던 모습을 보면서 목이 메어오더라고요. 우리 고향 분들이 지금도 두만강 변에 나와서 빨래 망치를 두드리며 빨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제면 난방비 걱정 없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그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자:네,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 보일러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