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북한의 ‘겨울딸기’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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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실 건가요?

이순희: 혹시 '겨울딸기'라는 북한 동화 들어보셨나요?

기자: 아니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요.

이순희: 북한에는 '겨울딸기'라는 전래동화가 있는데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것을 구해오라고 하는 등 허황된 것을 바라거나 시키는 사람한테도 이 말을 쓴답니다. 말하자면 겨울에는 원래 딸기가 없잖아요. 자연 상태의 딸기는 봄이 철이니까 그때 다 수확하고 겨울이 되면 하나도 남는 게 없죠. 수확하지 않더라도 자연 그대로 있으려면 영하의 날씨를 버텨야 하는데 딸기는 그럴 수도 없고요.

기자: 네, 그렇죠. '겨울딸기' 동화 내용은 어떻게 되죠?

이순희: 동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이야기해 보자면, 옛날옛적 한 마을에 욕심과 심술이 많은 지주가 살았는데요. 지주가 겨울에 갑자기 딸기가 먹고 싶다고 자기가 부리는 머슴들에게 딸기를 구해오라고 호통을 칩니다. 포악하기 그지없는 그 지주는 머슴들이 딸기를 못 구해오자 막 때리기까지 하는데요. 아빠가 매를 맞고 집에 와서 아파서 우는 것을 본 효녀 딸이 "왜 우느냐?" 물어보니 아빠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줬어요. 아빠는 또 "그 딸기를 구하지 못하면 지주가 소작으로 준 땅도 다 뺏긴다"며 한숨만 쉬니까, 효심 깊은 딸이 산신령에게 "제발 산딸기를 구해서 우리 아빠를 살려달라"고 빌거든요. 그러니까 산신령이 나타나 그들 부녀를 가엽게 여겨 딸기를 건네주는데요. 그 딸기를 먹은 지주가 돌부처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역마다 동화 내용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사람이나 일을 '겨울딸기'라고 말하는 것은 거의 비슷할 거예요.

기자: 남한에도 비슷한 동화가 있는데요. 병든 어머니가 겨울에 딸기를 먹고 싶어 하자 딸 혹은 아들이 산신령의 도움을 받아 딸기를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동화가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 걸 보면 겨울만 되면 딸기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봐요?

이순희: 그러게요. 다들 겨울만 되면 쉽게 구할 수도 없고 새콤하고 달콤한 딸기가 생각이 나나 보네요.

기자: 그런데 다행히도 봄과같이 따뜻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겨울 제철 과일이 딸기가 됐잖아요?

이순희: 남한에 오니 겨울딸기라는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덕분에 한겨울에도 딸기를 실컷 먹을 수 있게 됐어요. 기술 발전으로 겨울에도 비닐하우스로 딸기를 재배할 수 있게 됐는데요. 보일러와 난방을 이용하여 따뜻하게 온도를 보온해서 자연과 같은 생육조건을 마련하니, 딸기뿐 아니라 모든 과일과 채소들을 마음껏 재배할 수 있답니다. 특히 남한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모든 과일과 채소들을 한겨울에도 원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죠.

기자: 최근에는 어떤 과일을 드셨나요?

이순희: 2월에 음력설이 있었잖아요. 설을 지내기 위해서 다양한 음식과 과일을 준비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직도 우리 집 베란다와 냉장고에는 차례를 지내고 남은 갖가지 과일들이 한가득 들어 있어요. 사과, 배는 물론 제철이 아닌 참외, 딸기 등 사계절 나오는 과일이 다 있는데요. 차례를 지내려고 사둔 음식은 아니고 지인들과 나눠 먹으려고 사둔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등 아주 많아요. 제가 북한에서 살 때는 겨울에 과일을 구경하기도 힘들었는데 남한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상관없이 아무 때나 과일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또 과일뿐만 아니라 채소들도 사시사철 먹을 수 있어요. 배추, 무, 고추, 오이 등 특정 계절에만 나오는 채소들도 언제나 먹을 수 있죠.

기자: 말씀하신 대로 과일뿐 아니라 생선, 채소 심지어 꽃까지도 봄부터 겨울까지 언제든 구할 수 있는데요.

이순희: 따로 얼려놓은 게 아니라 양식이나 재배법을 통해서 겨울에도 수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싱싱하다는 점이 제일 좋죠. 북한에 있을 때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이 되면 동상 앞에 놓을 생화를 주민들이 구해서 꽃바구니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그 생화를 구하지 못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녔어요. 그래도 못 구해서 당 생활 총화에서 비판을 받았었는데 그들의 생일이 2월 16일과 4월 15일이라 그때 제가 살던 북쪽 지방에는 자연에 꽃이 없죠.

기자: 그야말로 겨울딸기를 구해오라는 말이네요.

이순희: 네, 그렇죠. 다행히 남한에서는 한겨울에도 생화를 마음껏 구할 수 있어요. 연인들이나 초중고나 대학교를 졸업하는 자식들이나 친구들에게 꽃을 선물로 주기도 하고 결혼하는 부부들의 결혼식장을 겨울에도 생화로 아름답게 장식하곤 한답니다.

기자: 남한에서는 졸업식,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에 꽃을 선물하곤 하는데 꽃을 전문적으로 파는 꽃집뿐 아니라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데요. 북한은 아무래도 꽃을 구하기 비교적 어렵다 보니 꽃을 사용하는 용도나 장소도 다를 것 같아요. 어떻게 다른가요?

이순희: 남북한의 꽃을 사용하는 모습이 아주 다른데요. 북한은 오직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나 꽃다발을 뿌릴 때만 꽃이 필요하고요. 북한의 결혼식장은 남한처럼 꽃으로 안 꾸며요. 신부가 드는 꽃다발 외에는 특별히 없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길흉사에 다 다른 꽃을 쓰거든요. 길사라고 하면 결혼식이나 생일, 졸업, 개업 또는 승진을 뜻해요. 그다음에 흉사는 사망했을 때 고인의 사진을 흰 국화로 장식하고 흰 국화 한 송이씩 영정 앞에 놓으면서 조문을 표시해요. 그런데 집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도 베란다에 꽃을 가꾸는 것은 북한과 남한이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북한은 집이 춥기 때문에 그냥 식물을 많이 키워요. 난방이 잘 안되면 꽃은 잘 안 피거든요.

기자: 그럼 최근에 먹어본 제철이 아닌 음식은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이순희: 이번 설날이 겨울인데도 샐러드를 먹었고요. 여름에 나오는 오이로 오이소박이도 만들어봤어요. 또 참외로 참외 피클도 만들어봤고, 봄에 나오는 시금치나물도 만들어 먹었어요. 오징어가 8월 여름에 나오잖아요. 남한에는 냉동 오징어도 있어서 잘 가공해 나오는데 냉동 오징어를 사다가 오징어무침도 해 먹었어요.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 과일과 음식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