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 전해주시겠습니까?
노우주: 이번 시간에는 쓰레기 봉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제가 처음에 남한에 왔을 때는 정부에서 경상도에 있는 임대 아파트를 줘서 거기서 시작을 했는데요. 입주를 하고는 집 부엌에 기름때 벗기고 닦고 대청소를 이틀 정도 했어요. 지금은 체계가 다 잘 되어 있어 도배나 장판을 다 해놓은 집에 입주를 하지만 제가 올 때는 당사자가 해야 했었거든요.
청소를 한뒤 나오는 쓰레기는 물건 사올 때 담아왔던 비닐봉지를 차곡차곡 접어서 모아두었다가 그 비닐봉지에 가득가득 담아 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리고 올라왔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날 또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버리고 올라왔는데 30분쯤 뒤에 누가 저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거예요.
기자: 누가 찾아왔다는 말인데요.
노우주: 문을 여니 우리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웬 비닐봉지를 들고 서서 저에게 쓰레기를 여기다 넣어 버리면 어떻게 하냐? 며 언성을 높이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아저씨, 제가 뭐 잘못했다고 욕부터 하시냐고 되물었어요. 그랬더니 경비 아저씨가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제 발밑에 던지며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려야지 왜 일반 비닐봉지에 넣어 버리냐며 성을 내시는 거예요.
기자: 사실 너무도 당연히 모든 사람이 아는 것을 혼자 모를 때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죠. 어떻게 됐나요?
노우주: 그렇죠. 제가 쓰게기 쓰레기 봉투는 또 뭐예요? 하고 물었더니 경비 아저씨는 저의 말투가 좀 달랐다는 걸 알았는지 언제 이사 왔느냐고,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지 한 열흘쯤 되고 북한에서 온 탈북민이라고 얘기했죠.
자초지종 제 이야기를 듣고 경비 아저씨가 화내서 미안하다며 여기 남한에서는 일반 쓰레기는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통이 따로 있으니 거기에 버리고 안입는 옷이나 신발 종류도 다 분리해서 버리는 곳이 있으니 지정 장소에 버리면 된다고 하나하나 알려주니 고맙더라구요.
기자: 사실 쓰레기 통에 한꺼번에 다 넣을때는 정말 편했는데 분리를 해서 버리자니 신경이 쓰이죠.
노우주: 네, 그래서 저는 아저씨 한테 쓰레기 봉투는 어디서 구하냐고 물으니 상점에서 크고 작은 봉투 다 판대요. 그래서 저는 "참, 희한한 나라네, 쓰레기 봉투도 따로 만들어 파네 돈도 썩었네" 라며 혼자 중얼 거렸어요. 이 일이 있고 얼마 후 학원 다녀오는 길에 친구가 다 마신 음료수 병을 휙 하고 버리는 거예요. 몇 걸음을 옮겼는데 파란 조끼를 입은 아저씨가 갑자기 저기요? 라고 부르며 우리를 불러 세우는 거예요.
기자: 누가 단속을 하는 군요.
노우주: 그렇죠. 우리는 저희 부르셨어요? 라며 뒤돌아보니 아저씨가 친구가 버린 음료수 병을 들고 따라오며 함부로 길가 이런 거 버리면 되냐면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아저씨는 환경미화원이였어요. 환경미화원은 청소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데요. 각 시, 군, 구마다 환경미화원들이 도로를 쓸고 구석구석 청소를 한답니다.
아저씨는 곳곳에 쓰레기 버리는 장소가 다 있으니 앞으로는 길에다 마구 버리지 말라고 하면서 문화시민답게 자기가 먹은 병이나 휴지 같은 쓰레기를 꼭 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려달라며 부탁하는 거였어요.
저는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말했던 문화시민이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친구에게 다시는 길거리에서 이런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쓰레기통에 버리자 그렇지 않으면 오늘처럼 망신당한다며 남한의 의식 수준에 또 한번 놀랐어요.
기자: 그분이 점잖게 얘기를 하니 더 한 번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노우주: 북한에서 살때는 일반 쓰레기는 불태워 없애고 음식물 쓰레기는 집에서 키우는 짐승들이 먹이고 해서 쓰레기 봉투라는 단어도 없었어요. 모든 것이 귀하니 버릴 것이 없었고 음식물 찌꺼기도 당연히 없었거든요.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내가 이상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 나는 거예요. 그렇게 한달 정도 살다 보니 새벽이면 환경미화차가 와서 일반 쓰레기를 마을마다 동마다 구석구석 다 돌면서 수거해 가는 거예요. 쓰레기도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모릅니다.
여기서는 물병, 마신 음료수 병, 깡통 맥주, 술병, 유리 맥주병 등을 소재에 따라 모두 분리해서 버려야 해요. 분리하지 않고 버리면 벌금을 내야 하거든요. 그리고 가구류도 버릴 땐 상점에서 폐기물이라고 적힌 종이를 크기에 따라 돈을 주고 사다가 붙여야 시에서 수거를 해가거든요.
북에서 같으면 겉으로 보기에 물건이 좋아 보이면 가져다가 재활용을 하고 너무 낡았다 싶으면 다 부셔서 땔나무로 사용하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해요. 쓰레기 봉투는 일반 비닐봉지와 다르게 지자체마다 색상은 다르지만 재질이 좋고 얼마나 질기고 튼튼한지 몰라요.
기자: 그렇게 쓰레기 봉투를 주고 산다는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라고 청취자들은 이해를 하시면 되겠어요.
노우주: 그렇습니다. 쓰레기 봉투는 1리터 작은 것부터 대용량으로 구분 되어 있어요. 일반용 쓰레기 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봉투, 매립형 쓰레기봉투 가격이 조금씩 다루고 지역 별로도 가격이 다르더라구요. 남한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사다 쓰는데도 돈이 들지만 버릴 때도 돈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엇을 사도 심사숙고 하게 되더라구요.
기자: 그렇죠. 너무 부피가 큰 것을 사면 버릴 때 아주 애를 먹는 일이 생기거든요.
노우주: 쓰레기 봉투 사건이 있은 다음부터 저는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습관을 갖고 문화시민이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요.
북한의 고향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은 무슨 쓰레기 봉투를 돈 주고 사서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지 이해하지 못 할거예요. 겪어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의아하게 생각하실 거예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실제로 겪으며 욕도 먹어가며 배워가는 정착 생활이 처음에는 만만치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기에 생활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환경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며 실천해 가고 있어요.
기자: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쓰레기 봉투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