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산수유 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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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 안녕하세요

기자 : 오늘은 어떤 이야기 전해 주시겠습니까?

노우주 : 네, 봄이 되니 날씨도 풀리고 그동안 코로나 비루스 때문에 여행을 다니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꽃구경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자 : 어디를 다녀오셨습니까?

노우주 :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산수유 꽃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북에서 살 때는 산수유 나무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열매가 약재로 쓰인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봄 꽃들 중에 제일 먼저 핀다는 산수유 꽃은 나뭇잎이 피기 전에 가지에 노란 20-30개의 작은 꽃들이 뭉쳐 피는데 아주 작은 왕관형 모양의 꽃을 피워요.

산수유 꽃말이 영원 불멸의 사랑이라고 한다고 하네요. 산수유 꽃은 3월 중순에서 4월 초까지 피는데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답니다. 제가 여기 남한에 와서 정말로 놀란 것은 봄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휴일에 꽃 구경을 가는데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 날을 잡아 꽃 축제장으로 가서 맛있는 그 지역의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의 쌓인 피로를 풀고 오는 문화에 놀랐어요. 코로나 여파로 3년 정도 꽃 축제가 열리지 못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지역에서 축제들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기자 : 산수유 축제가 어디서 열리고 있나요?

노우주 : 산수유 피는 곳이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경북 의성과 전남 구례 산수유 마을에서 산수유 꽃축제가 열린다고 나와있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남편이 1박 2일로 산수유 꽃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놀러 가자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운전하는 남편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산수유 꽃 축제장에 도착했는데 100년이 넘은 산수유 나뭇가지에 핀 꽃들이 도로와 산기슭마다 수를 놓은 모습이 굉장하더라고요.

남편도 30여 년 동안 회사에서 일하면서 오랜만에 꽃구경을 하니 몸속의 세포가 깨어나는 것 같다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또 예쁜 산수유 꽃나무 앞에서 사진도 찍고 꽃도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니 기분이 좋더라구요.

솔직히 북한에서는 꽃구경 간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하고 살았었고 이런 시간이 살아가면서 삶에 쉼을 준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고요. 봄은 변함이 없겠는데 북한에서의 봄과 지금 느끼는 봄은 너무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봄이 되면 어떻게 하루를 버텨낼까 하는 그 생각으로 들로 산으로 다녔던 고달픈 일상이었는데 여기 남한에서는 친구들과 가족들과 시간을 맞춰 좋은 명소들을 찾아 다니니 저도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 산수유 꽃 축제는 어떤 겁니까? 꽃 구경만 하는 겁니까? 다른 행사도 있나요?

노우주 : 아닙니다. 구례 산수유 꽃축제는 걷기대회, 노래자랑, 동요대회 등으로 행사가 진행이 되는데 우리는 걷기대회와 시 즉흥 대회에 참여를 했어요.

동요나 시를 즉흥적으로 읊는 대회에 참여 해서 대상을 받았어요.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니 조금은 부끄러웠어요.

기자 : 어떤 시였는지 청취자들에게도 소개를 해주시죠.

노우주 : 시상이 떠오르는 대로 읊어 봤어요.

노오란 산수유

봄의 길목에 쏟아져 내리는 황금 별빛 , 마음 한가운데 내려 앉아 마구마구 휘젓네

멀리서 가까이에서 수줍은 모습 담고 찾아오네

창창한 하늘을 배경 삼아 , 물가에 비친 모습 폭의 그림 같아

천상의 모습을 여기에 옮겨 놓았네

누가 너를 이처럼 어여쁘게 피웠을까 ?

아씨 아장아장 우리 곁에 다가와 움츠렸던 가지에 황홀한 꽃을 피웠네

향기에 온몸을 맡기고 천상을 거닐 발걸음도 가볍네

훗날 우리가 너를 또다시 보러 오거든 오늘날의 추억 자락을 꺼내 주렴

곳에 봄을 내려 놓고 가려 하오니 달콤한 향기만 품고 가려네 .

기자 : 참 좋습니다.

노우주 : 제가 읊조리는 시를 듣고 있고 저의 남편은 녹음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한쪽에서는 거리 확성기를 통해 노래가 들리는데 정말 내가 이렇게 행복을 즐겨도 되나 할 정도로 가슴이 찡했어요.

기자 : 산수유가 몸에 참 좋다고 하던데 혹시 이번 축제 기간에 설명도 해주던가요?

노우주 : 네. 산수유 열매로 만든 술과 막걸리, 약재들을 홍보하면서 설명을 해주던 데요.

산수유 열매는 항염 작용으로 만성적인 질병에 도움을 주고 심혈관 질환에도 좋다고 해요. 혈당 수치도 안정시키고 요즘처럼 미세먼지와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구요.

산수유 열매는 구기자 열매처럼 생겼는데 씨는 독성이 있어 씨를 제거해서 약재로 쓴다고 했습니다. 산수유 열매는 시고 쌉싸래한 맛이 있는데 구례에서는 옛날부터 어머니들이 이 산수유 열매를 수확해 팔아서 자녀들을 공부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자 : 이제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도착해 일정은 어땠는지 정리를 해주세요.

노우주 :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화개장터에 나가 산수유 막걸리와 파전, 봄나물 무침, 섬진강에서 잡은 작은 조개인 시원한 재첩국을 먹었어요. 사진 찍고 영상 찍던 남편도 출출했던지 시원한 산수유 막걸리를 부어 한잔씩 쭈욱 들이키니 컬컬하던 속이 쏴악 풀린다며 맛나게 드시는 거예요. 그렇게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시장을 둘러보면서 오후 시간을 보냈어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사이에 있는 화개장터는 북한 장마당과 유사한데요. 화개장터라는 노래로도 유명한 관광명소여서 사람들이 전국에서 놀러도 많이 오지만 3월 중순에는 산수유 꽃 축제를 보러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고 화개장터에서 바라보는 산수유 꽃은 한폭의 수묵화를 방불케 하듯 노오랗게 물들어 산기슭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으니 눈이 부실 정도였어요.

그렇게 하룻밤을 묵고 새벽에는 남편과 산수유 꽃이 지천에 피어 있는 조용한 산행을 한 시간 넘게 하고 내려오니 몸도 마음도 개운해지고 입맛도 당겨서 아침 식사도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남편과 함께 1박 2일을 즐겁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도 정말 가볍 더라구요.

기자 : 꽃구경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꽃피는 봄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노우주 : 제가 이번 여행이 너무 즐겁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니 남편도 이제부터는 쉬는 날마다 꽃 구경을 가자고 약속을 하더라구요. 너무 감사했어요.

기자 :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산수유 꽃구경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