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네 안녕하세요
기자: 화창한 봄이란 말을 하게 되는데 한주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노우주: 온 세상에 꽃이 만개해 시간만 나면 산에 올라가 약초와 산나물을 뜯으러 다니느라 한주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기자: 요즘은 어딜가나 주인이 있어서 산에서 나물이나 약초 채취가 불법인 것으로 아는데 괜찮습니까?
노우주: 개인 산은 산 둘레를 울타리를 쳐놓아서 구분이 되거든요. 개인 산에는 당연히 안되거든요. 차를 타고 한시간 정도 넘게 가야 산에 갈 수 있어요. 엊그제도 남편이 쉬는 날이라 산에 오르는데 눈에 산나물들이 자꾸 보이는 거예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나물을 뜯자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좋다고 하면서 각자 헤어져 나물을 뜯었어요.
둥굴레 순, 마타리 나물, 잔대순. 싸리나물, 쑥, 두릅, 망개순, 고추나물, 우정금 나물, 오갈피 순, 취나물, 어수리 나물 등 나물이 천지에 널려 있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어요.
산행하던 사람들도 제가 뜯은 산나물을 들여다 보면서 자기들은 나물을 몰라서 못뜯어 먹는다며 신기해 하더라구요. 하도 배가 출출해 시간을 보니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난 거예요.
도라지 순과 잔대 순,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나물을 한줌 뜯어 놓고 남편을 불러 준비해 갔던 고추장에 생나물울 찍어 주먹밥과 먹으니 꿀맛이더라구요. 산에 오기만 해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기자: 봄나물이 야생에서 자란 것이라 가게에서 파는 것과는 신선도가 다르죠?
노우주: 맞아요. 자연이 키운 산나물은 향기가 진하고 싱싱한데 비해 온실에서 키워낸 나물들은 향이 약하고 약효도 떨어지거든요. 산기슭을 몇굽이 돌면서 나물을 뜯기 시작한 지 두 시간가량 지나니 등산 배낭에 한가득 나물이 차더라구요. 남편도 먹을 만큼 뜯었구요. 보기 힘든 귀한 산 도라지 두어 뿌리와 산더덕도 몇 뿌리 캐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기자: 자주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한번 가면 많이 채취를 할 것 같은데 집에 가져오면 어떻게 드십니까?
노우주: 바로 해먹을 수 있는 단나물과 쓴나물을 선별해서 산나물을 끓는 물에 데쳐내고
쓴나물은 하룻밤 물에 담궈 쓴맛을 우려 내어 말리거든요. 단나물은 데쳐서 바로 무쳐 먹기도 하고 남으면 얼려 두기도 해요. 도라지와 더덕도 손질해서 무침을 만들고 산나물 전도 구워서 막걸리 한잔씩 부어놓고 데쳐낸 산나물을 무치니 향긋한 약초 냄새가 밥상에 진동하고 잃었던 밥맛까지 돌아오게 만드는 거예요.
남편은 무친 산나물에 밥을 조금 놓고 얼큰한 고추장과 들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서 한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고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맛있게 먹는 거예요.
기자: 솔직히 도시에 산 사람들은 곁에 아무리 귀한 약재나 나물이 있어도 먹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지 않나 싶은데 남편이 신기해 했겠어요.
노우주: 그런 것 같아요. 연세가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힘든 시대를 살아내면서 나물에 대해 아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시장에서 야채를 사먹으니 잘 모르더라구요. 남편은 그래도 시골에서 나서 자라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나물을 구별 하더라구요. 남편이 덕분에 잘 먹었다며 북에서는 산나물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며 묻는 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며 어머니 따라 산에 들에 다니며 산나물을 익혔고 시집을 가서는 배급을 안주니 할수 없이 가족을 살려야 되니까 산에 들에 다니며 나물을 뜯어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했죠.
산나물은 봄 한철에만 나니까 그때 많이 채취해서 삶아 말려 놓으면 겨울과 봄에 보릿고개를 넘기게 했던 생명을 연장해준 귀한 식량이었어요. 여기 남한에 와서는 식량 걱정을 안 하고 살지만 건강을 위해서 좋은 것을 먹으려고 산에 가는 거죠.
기자: 북한보다는 남쪽이라 봄나물도 나오는 시기가 좀 다르지 않습니까?
노우주: 고향은 한달 정도 더 있어야 산나물을 먹을 수 있거든요. 제가 살고 있는 경상도와 강원도의 기온 차이가 약 15일에서 20일 정도 차이가 나거든요. 따뜻한 남쪽이여서 산나물이 빨리 나니까 산나물 철에는 남편도 며칠씩 휴가를 내고 산나물 뜯으러 함께 다니기도 해요.
지금 산나물이 나는 철에는 강원도나 경북 등에서 또 지역별로 산나물 축제도 열리거든요. 4월 중순부터 5월에는 전국의 청정지역에서 나는 싱싱하고 건강한 산나물을 주제로 축제가 열리는데요. 한 3년동안 코로나 비루스 때문에 못했는데 올해는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까 거의 지금 다 축제 날짜가 잡혔더라고요.
기자: 산에서 채취한 것은 나눠주기도 하고 그러십니까?
노우주: 산나물을 뜯어와 말려 놓기도 하고 이웃과 나누기도 하는데요. 이웃들은 산에 벌레 때문에 무서워 못 가고 나물도 몰라서 못 뜯어먹는데 덕분에 귀한 나물을 먹어본다며 좋아들 해요.
북에서는 보관하는 방법이 삶아 말려두었다가 먹는 방법 외에는 없었는데 여기서는 말리기도 하고 두릅 순, 엄나무 순, 오갈피 순 산나물 손질해서 가을, 겨울 먹을 수 있게 냉동해 놓거나 아니면 절임을 해서 먹거든요 그러면 연중 먹을 수 있어요. 산나물을 먹고 남으면 저는 장아찌를 만들어 김치냉장고에 보관을 해놓으면 평상시에 반찬이 없을 때나 갑자기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상차려 놓기가 쉽더라구요.
기자: 뭐든 남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면 더 신이나고 또 가족 건강을 위해서는 보람도 있겠어요.
노우주: 산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나물은 보약이라고 하는데요. 북한에서 산나물 뜯으러 산에 간 것과는 다른 이유로 건강을 위해 산을 찾지만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도 봄 한철에 나는 보약인 산나물 많이 드시고 건강한 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네, 감사합니다.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봄철 나물에 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