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잦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노우주씨 안녕하세요.
노우주:네, 안녕하세요.
기자:가정의 달 5월이 돌아왔네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노우주: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5월 들어서서 날씨가 참 좋아서 근래에 산책을 더 자주 나갔는데 아이들도 놀이터에 나와서 노는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아이들이 밝고 활기차게 노는 모습을 보고 저도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기자: 5월의 큰 기념일 중 하나가 5월 5일 어린이날이죠.
노우주:맞아요. 5월 5일은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날이라며 대한민국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더라고요. 어린이들이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어린이에 대한 애정과 사랑,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지정했다고 합니다. 만 13세 미만 아동들, 즉 초등학교 6학년까지 어린이라고 정하고 5월 1일부터 7일까지 어린이주간으로 정해 놓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더라고요.
기자:어린이날에는 주로 어떤 걸 하던가요?
노우주:남한에서 어린이날에는 어린이들이 그동안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이나 학용품, 게임기를 부모님에게 이야기해 소원 성취하는 날이기도 해요. 놀이공원에 가서 놀이기구를 신나게 타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들과 게임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학교들에서도 어린이날에는 축하공연, 보물찾기, 전통 놀이, 물총놀이 등 각종 활동을 마련하곤 합니다.
기자:특히 학구열이 강한 한국에서 학업에 열중하던 학생들에게도 모처럼 휴식이 되겠네요.
노우주:그렇겠죠. 학교와 학원에서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느라 여가 놀이를 즐길 시간이 아주 부족한데 어린이날만큼은 공휴일이기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야외에도 나가 놀고 영화나 극장도 찾아 공연을 보며 시간을 보내죠.
기자:어린이날이 되면 찾는 대표적인 장소가 놀이공원인데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크고 웅장한 여러 놀이기구가 있기 때문이겠죠?
노우주:네,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들을 보면 행복한 웃음이 끊이질 않더라고요. 저도 친한 동생과 8살 난 친구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요. 그 친구는 북한 국경선 주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다가 남편이 원인 모를 병으로 사망하자 살길이 막막했고, 당시 5살이었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탈북을 해서 남한에 정착한 지 3년 정도 됐어요. 모든 것이 서툴고 막막했던 동생은 정착 초기에 작은 도움을 줬던 저를 많이 의지하며 살았죠. 그런데 놀이공원에 가니 아이보다도 그 친구가 더 놀라워했어요. 크고 웅장한 놀이공원과 놀이기구를 실물로 처음 본 동생은 눈이 송아지 눈처럼 커지고 입에서는 연신 탄성을 지르는 거예요. 어린 아들보다 엄마가 더 들뜨고 신이 나서 빨리 놀이기구를 타자며 아들과 저를 양팔로 이끄는 거예요. 함께 회전목마도 타고 아이들처럼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에 '놀이공원에 잘 데리고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놀이공원에 가면 회전목마, 롤러코스터 등 어른이 타도 즐거운 놀이기구가 많은데요. 어떤 놀이기구가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
노우주:저희가 타본 놀이기구 중에 가장 스릴 있고 겁나고 무서웠던 기구는 롤러코스터였던 것 같아요. 동생과 아들은 물론 저도 너무 무서워 소리를 질렀고, 구름 위를 빠르게 오르내리며 올라갈 때의 아찔함과 내려올 때의 속도감이 장난 아니었어요. 문어발처럼 생긴 놀이기구도 타보니 문어발이 오르락내리락하며 회전하는데 어지럽더라고요. 난생처음 타보는 놀이기구에 놀라서 울고 웃으며 추억에 남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기자:또 놀이공원에는 맛있는 간식들도 많이 팔죠.
노우주:맞아요. 이름도 모르는 간식들이 정말 많았어요. 초콜릿을 입힌 초코츄러스맛 호떡믹스가 있었는데 이름도 생소했어요. 발음도 되지 않아 버벅대는데 8살 아들이 먹겠다며 주문을 해서 한 개씩 맛보니 처음 먹어보는 달콤한 맛이었고 입안에서 호떡이 춤을 추는 것 같더라고요. 솜사탕도 기계에서 꼬치에다 돌돌 말아 공처럼 크게 뽑아주는데 동생 아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아이스크림, 어묵, 핫도그 등 간식 천국이었어요. 이렇게 야외에서 파는 간식 먹거리도 많고 사람들과 어린이들이 북적이고 활기가 넘치니 저까지 덩달아 기운이 샘솟기도 했어요.
기자:놀이공원은 보통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한번 입장하게 되면 하루 종일 놀아야 하다 보니 자주 가기가 어렵죠. 그래서 놀이공원을 더 작고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 둔 것이 '키즈 카페'가 아닐까 싶어요. '키즈 카페'는 어떤 곳인가요?
노우주:키즈 카페는 밖에 나가지 않고 건물 안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놓은 시설이고 아이들이 노는 동안 엄마나 아빠들은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에요. 약간의 입장료만 내면 하루 종일 아이는 놀고, 부모님은 쉬다가 올 수 있죠. 게다가 놀이공원처럼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주변에 많이 있어서 오후에만 잠깐 다녀오기에도 좋아요.
기자:얼마 전 키즈 카페에 다녀오셨다고요?
노우주:친한 동생이 쉬는 날, 동생과 동생의 아들을 데리고 가까운 키즈 카페에 갔어요. 친구 아이가 놀러 온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신나게 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미끄럼틀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되어 있고, 작은 공을 가지고 하는 놀이도 하고, 영화에 나오는 모형 자동차도 타고, 블록을 가지고 집도 쌓고 하면서 마음껏 노는 모습에 저도 흐뭇하고 동생도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더라고요.
기자:키즈 카페에서 간식도 팔지 않나요?
노우주:맞아요.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도 팔아요. 신나게 놀아서 땀을 흘리며 오는 동생 아들에게 "먹고 싶은 거 다 사줄 게 뭘 먹고 싶니?" 했더니 아이스크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스크림과 떡볶이, 구운 계란과 시원한 사이다와 커피를 시켜서 다 같이 나눠 먹었는데 동생도, 아들도 너무 행복해하더라고요.
기자:그럼 마지막으로 북한의 어린이날과 남한의 어린이날은 어떻게 다른가요?
노우주:북한의 어린이날은 6월 1일 '국제아동절' 즉 유아들의 날이고, 6월 6일은 '조선소년단 창립일'로 소학교 학생들의 날 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에는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1인당 사탕, 과자를 합해서 한 봉지씩 나눠 주는데 그날은 1년 중 당과류 먹어볼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에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최고의 기념일이죠. 키즈 카페에 함께 갔던 동생이 하는 말이, "북한 국경선 주위에는 놀이터가 없어 두만강 강가에서 물고기잡이 하는 언니, 형들 졸졸 따라다니고 숨바꼭질하는 놀이가 유일"했대요. 북한에 있는 많은 어린이는 장난감 가지고 한창 뛰어놀 나이에 부모를 도와 가사를 돕고 땔나무를 해오고, 물지게로 마실 물을 나르고, 엄마 따라 시장에 나가 장사하는 일을 돕거든요. 언제면 북한의 어린이들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마음껏 즐기며 뛰어놀 수 있는 어린이날이 올까 기다려 봅니다.
기자: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남한의 어린이날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박수영,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