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얘기를 전해주실 겁니까?
노우주: 네, 남한에서 새로 이어진 시댁 형제들과의 가족여행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북에서는 마음대로 어딜 다닐 수 없는 그런 사회다 보니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간다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집안의 경조사가 있어도 멀리 떨어져 살면 갈 수 없었는데 남한생활은 다르잖아요.
기자: 외국 여행을 가려면 여권이 필요한데 만드셨나요?
노우주: 네. 어디 나갈 때는 없지만 그래도 필요에 따라서 언제 어떤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10년짜리로 만들었어요.
기자: 금방 나왔습니까?
노우주: 시청 민원실에 사진 3장 갔다주니까 바로 일주일만에 여권이 나오더라고요.
기자: 시댁 식구와 가족여행을 자주 가시나보죠?
노우주: 제가 시집을 오니까 시집 형제가 8형제인데 거기에 자녀들까지 하면 20-30명씩 해마다 여행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형제가 다 모여서 부부동반해서 간다는 것은 참 좋더라고요.
기자: 함께 움직이는 것도 작은 차로는 안되니 큰 차를 대절을해야 하고 또 숙박도 쉽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어딜 가셨나요?
노우주: 맞습니다. 제가 처음 시집에 갔을 때는 저를 배려해서 신랑이 배려해서 파주 임진각과 강화도 쪽으로 2박 3일을 정했더라고요. 임진각은 북한을 제일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 그쪽으로 여행지를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북한 청취자는 파주나 임진각을 모르실테니 어떤 곳인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노우주: 여기에는 3.8 분계선과 가까운 지역이고 임진강이 흐르는 곳으로 평화누리 공원이라고 유락 시설도 있어요. 거기엔 전쟁 때 철길이 끊겨 그대로 서있는 도라산 역의 열차며 분단의 현실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도라산 전망대와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있습니다. 전망대에서는 망원경으로 북녘 땅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맑은 날은 북한 군인이 농사 짓는 모습, 겨울에는 땔나무를 해서 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자: 파주를 둘러 보고는 하루 일정이 끝났나요?
노우주: 네. 파주에서 안자고 버스를 다시 타고 저녁에 강화도로 갔어요. 강화도에 도착에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에 삼겹살을 구워먹었어요. 먹음직스러운 고기와 싱싱한 버섯과 상추, 깻잎, 야채를 곁들이고 저도 손 걷어붙이고 고기를 구웠죠.
기자: 힘든 하루였는데 푸짐하게 먹으니 피곤이 확 몰려왔겠는데요?
노우주: 그렇죠. 모두 웃고 떠들고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아주버님들이 제수씨는 쉬라는 거예요. 밖에 나오면 남자들이 다 한다며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는 거예요. 북에서는 여성들이 다 하는데요. 저도 농담으로 주부대학 45년째 다니고 있고 솥뚜껑 운전을 45년째 한다고 했더니 그게 무슨 이야기냐고 귀를 쫑긋하는 거 있죠. 살림살이 음식 만드는 것은 내가 남자들 보다 잘한다 이런 뜻이었는데 또 북한 농담을 하는 가보다 하고 시아주버니가 긴장을 했던 거죠.
기자: 그렇게 쉬고 다음 날은 어딜 가셨습니까?
노우주: 아침에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 역사 박물관을 둘러보고 그 옆에 자연사 박물관도 둘러봤는데 청동기 시대의 돌무덤을 어떻게 관리했을까 해서 놀랐어요. 또 조선시대의 강화도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광성보도 둘러보면서 북한과는 달리 역사 유물들을 잘 보존해서 후대들에게 알려주려는 정신에 놀랐어요.
기자: 하루에 일정을 빡빡하게 짜쎴네요.
노우주: 네. 또 내려와서는 강화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담소를 나누면서 피로도 풀고, 강화 순무로 만든 시원한 깍두기 김치해서 한우 주물럭을 맛있게 먹었어요.
기자: 쉽게 말해 소고기를 먹었다는 말이군요.
노우주: 네. 북한 주민들은 평생 소고기는 못 먹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남한에서 먹고 싶은 음식 마음껏 먹으니까 처음에는 잘 목에 안 넘어가더라고요.
기자: 그런 모습을 보고 시댁 식구들도 가슴이 짠했겠어요.
노우주: 그래서 내색을 안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아주버님 형님들이 북에서는 여행을 어디 어디 다녀 봤냐구 물으시는데 할 말이 없더라구요. 학교 때 모범 학생으로 뽑혀 신의주 견학 가서 압록강에 오리 동동 배 타보고 시집을 가서는 해주, 청단, 사리원, 원산, 무산, 검덕 등 전국 떠돌이 장사하느라 구경은 못 해봤다고 말씀드렸죠.
기자: 그랬더니 반응이 어떻던가요?
노우주: 북한에서는 여행증명서가 없으면 다른 지방에 못간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물어보시는데 북에서 살아보지 않았기에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북한의 현실을 너무 모르거에요. 제가 시집을 가서 8년 동안 친정집에 한 번도 못 가보고 탈북했다고 말하니 새댁의 아픈 마음을 건드려서 미안하다며 형님들이 저를 꼭 안아주며 토닥거려주니 눈물이 나더라구요.
기자: 오랜만에 식구들과 여생을 가서 힘이 났을 것 같은데요. 다시 일상생활에 복귀해서는 활력소가 되겠는데요?
노우주: 그렇죠. 남한에 와서 여행이 참 좋은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알았어요. 그냥 놀러 간다 이런 것 보다 잠시 직장일과 가정일에서 벗어나 복잡한 머릴 식히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이렇게 가족 여행을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내니까 북한 생각도 더 나고 시댁 시구들도 북한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데 너무 북한 현실에 대해 몰라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언론을 통해 북한 현실이 많이 알려져서 지금은 많이 이해를 해주시더라고요.
기자: 예를 들어 어떤 것이 노우주 씨를 당황하게 했나요?
노우주: 북한에는 정말 배고픈 사람이 많다. 먹을 것이 없다고 하니까 어린 조카들이 밥이 없으면 가게 가서 빵 사먹으면 되잖아요 이러더라고요. 아이들이 남한생활을 기준으로 해서 생각하니 설명이 안되는 거죠. 설명을 해줘도 자기가 직접 경험을 해보지 않아 이해를 잘 못할 것이라 생각해요.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주시죠.
노우주: 네, 2박 3일 가족여행은 제 생에 잊지 못할 좋은 추억과 새로운 가족을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는 그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가족여행에 초대해준 신랑에게 고마웠죠.
제가 누리는 이 모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 나날들이었어요. 빨리 통일이 돼서 북한주민과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봐요.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가족여행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