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얘기를 전해주실 겁니까?
노우주: 네, 남한생활이 북한하고는 많이 다른데요. 그 중 하나가 먹는 음식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남한의 음식문화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기자: 남한은 아이들의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노우주 씨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노우주: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체격이 좀 작은데요. 학교에 통일 강의를 가보면 초등학교 학생들이 키도 저보다 크고, 몸무게가 60Kg이 넘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정말 아이들이 먹을 것이 너무 많으니까 비만인 아이가 많은 것 같아요.
기자: 그렇죠. 먹을 것이 없어 굶는다는 것은 남한사회에선 보기 힘들지 않습니까.
노우주: 네. 북에서 닭알도 집안의 경조사나 명절이 되어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식품으로 대접을 받거든요. 생일이면 미역국에 닭알을 풀어 주시던 우리 어머니 생각이 문득문득 나고그랬는데 여기 남한에서는 닭알은 매끼니마다 밥상에 오르고 또 닭알에도 초란, 청란, 유정란, 무정란, 백색란, 토종란 등 종류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기자: 저도 그렇게 종류가 많았는지 몰랐네요.
노우주: 크기에 따라 계란 한알이 44g이면 소란, 52g 이면 중란, 60g 이면 대란, 65g 이면 특란, 68g이면 왕란이라고 해서 무슨 종류가 이리 많을까 생각했죠. 여기선 닭알도 골라서 먹더라고요.
기자: 그렇죠. 사람들은 가능하면 자기 경제적 형편에 따라 좀 더 좋은 품질의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라서 먹잖아요.
노우주: 네, 북한의 상점과 같은 여기 마트에 가면 식품매장이 따로 있잖아요. 식품 코너 라고 하죠. 처음 가게에 가서 닭알 주세요 하니 계산대에 있던 직원이 빤히 저를 보더니 손가락으로 12번 코너로 가보세요 하는 거예요.
12번이 어디 있지 하며 속으로 생각했죠.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매장진열대 마다 천장에 번호를 매달아 놓은 거에요. 예를 들어서 빵과 관련된 제품은 1번에 있고 과자나 사탕 등은 2번에 있고 이런 식으로 자기가 사고자 하는 물건 이름을 물으면 점원이 번호를 알려주는 곳에 가면 있는 거예요.
기자: 그러니까 가게에 가도 사고 파는 방식이 다르다는 말이군요?
노우주: 네, 북에서는 상점 점원이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가져 다 주면 돈 내고 사오거든요. 그런데 여기 상점에서는 손님이 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식품을 직접 골라서 결제하고 사오잖아요. 닭알 한판이 무려 30알이나 되더라구요. 북에선 10알씩 볏짚에 싸서 팔고 했죠. 닭알 한판 가격이 3천원에서 7천원 그러니까 달러로 하면 4달러에서 6달러 정도로 쌌거든요. 닭알을 사가지고 와서 며칠 동안 계란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기자: 원래 북한에서부터 계란을 좋아셨습니까?
노우주: 계란은 없어서 못 먹었죠. 남한에 와서 수술을 받았는데 입맛도 없고 음식을 잘 못 먹었는데 부드러운 음식으로 닭알이 맞았어요. 황태 계란탕, 채소 넣고 닭알찜, 계란전, 계란구이, 삶아 먹고 구워먹었어요. 제 건강 회복 하는데 톡톡히 한 몫 했죠.
기자: 남한 사람들은 만나면 보통 밥 먹었어 하고 인사를 하는데 이런 것은 어떻게 느끼셨어요?
노우주: 그게 빈말처럼 느껴졌어요. 북한에서 하는 인사가 밤새 안녕하셨어요? 이러거든요. 왜냐하면 먹을 것이 없이니까 밤에 자다가도 돌아가시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밥을 권한다는 것은 참 힘든 노릇이었는데 여기 사람들은 볼때마다 밥먹자고 인사를 하는 거에요. 그리고 제가 또 놀란 것은 흰 쌀밥을 안 먹고 잡곡 위주로 식사를 한대요. 쌀도 현미 쌀, 현미 찹쌀, 흑미라고 하는 검은 쌀, 파란색을 한 쌀, 발아 현미 쌀, 가마에 찐쌀 등 너무 종류가 많더라고요. 북한은 찹쌀하고 입쌀 두가지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밥을 지을 때 쌀만 넣는 것이 아니라 기장, 조, 찰조, 보리쌀, 검은콩, 서리태 콩, 강낭콩, 완두콩, 두부콩, 열콩, 약콩, 옥수수, 병아리콩, 팥 등을 넣어 짓더라고요.
기자: 흰쌀밥 먹으면 건강에 안좋다고 잡곡밥을 해서 드시는 분들 많아요.
노우주: 네, 정말 이렇게 건강을 생각해서 매끼를 먹으면 100살까지는 거뜬히 살겠다는 생각과 함께 왜 한국 사람 수명이 길어지는지 알겠더라구요.
기자: 남편분은 북한에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 노우주 씨의 마음을 알까 모르겠습니다.
노우주: 그렇죠. 아마 상상하기 힘들 거에요. 어느 날 문득 엄마 생각이 나서 신랑 밥공기에 밥을 절반 담고 그 속에 닭알을 깨서 넣고 따뜻한 밥을 살포시 덮어서 드린적이 있어요. 식사를 하다가 신랑이 숟가락에 노란자위가 묻어 나오자 밥 속에 생닭알을 넣었냐고 묻는 거예요.
닭알 후라이나 반숙을 해드리곤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밥 속에 생계란을 넣으니 비린내가 난다는 거예요. 밥을 먹다가 울컥 눈물을 쏟으면서 갑자기 엄마 생각나서 자기 밥 속에 닭알을 넣어봤다고 얘기하고 어머니가 생일이면 그렇게 해주시면 맨 간장에 비벼 먹어도 꿀맛이었다고 했죠. 그 말에 신랑도 미안하다며 당신의 어머님께서도 예전에 그렇게 해주셨다며 투정 부려 미안하고 어머님 생각을 떠올리게 해줘서 고맙다는 거에요. 그래서 저도 울컥했던 기억이 나요.
기자: 그런데 북한에서는 먹었는데 남한 사람은 안 먹더라 이런 것이 있습니까?
노우주: 네,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를 겪으며 먹는 문제가 너무 심각해져서 가을 하고 나면 떡잎이나 배추, 무우 뿌리를 닥치는데로 먹었거든요. 돼지만 먹는 줄 알았던 비름이라는 들풀이 있는데요. 여기서는 시장에서 팔더라구요. 경상도에선 콩잎도 절여서 팔구요. 생전 먹는다고 생각도 못해봤는데 북에서 보다 여기 사람들이 더 풀을 많이 먹는 걸 보고 놀랐어요.
말비름 같은 풀도 발효시켜 먹으면 좋다고 방송에서 선전을 하니까 밭이나 들에 비름의 씨가 마를 정도 뜯어다 효소를 만들어 먹고 하더라고요. 민들레, 비름, 돌나물, 달래 등 들에서 나는 식물들을 온실에서 키워서 시장이나 큰 상점에 납품해 팔기도 하더라구요.
기자: 몸에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뭐든 사먹는 것이 현대인이 아닐까 합니다.
노우주: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남한 사람들은 건강을 챙긴다면서 구운 닭알 한두 알로 끼니 해결하고 우유에 야채 갈아서 한끼 해결하고 자연에서 나는 민들레, 비름, 달래, 돌나물로 섞어 만들어 먹으며 한끼를 해결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엔 이상하더라고요. 살찔까봐 걱정해서 쌀밥을 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대한민국은 별천지 세상이다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죠.
기자: 노우주 씨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네, 감사합니다.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남한의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