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언어생활 이야기, 컴퓨터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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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 네 안녕하세요.

기자 : 오늘은 어떤 얘기를 전해주실 겁니까?

노우주 : 남한에 와서 쓰는 말이 달라 어리둥절 하고 당황스러웠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자 : 저도 미국에 살다보니 새로 만들어진 신조어는 공부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안 되는데요. 탈북자분들은 표현이나 말이 달라 더 힘드셨겠어요.

노우주 : 네, 바로 남한 생활을 시작했을 때인데 어느 단체에서 중고 컴퓨터를 기중해 주었어요. 하도 쓰다 보니 고장이 자주나서 수리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 수리를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느 날 길을 가는데 어떤 간판이 눈에 보이는 거예요. 간판에 “컴퓨터 세탁”이라고 써있는 거예요. 그래서 가게에 들어가 사장님께 컴퓨터 수리해주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그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데 천정에 옷들이 쫙 걸려 있는 거에요.

기자 : 바로 뭔가 잘못 됐구나 하는 것을 감으로 아셨겠어요.

노우주 : 네, 가게 사장님이 여긴 옷을 세탁해 주는 세탁소라며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이 동네 새로 온 탈북민이라고 말씀드리면서 왜 컴퓨터 세탁이라고 간판을 달았냐고 물어보았죠.

기자 : 뭐라고 답변을 하시던가요?

노우주 : 사장님이 남한에 참 잘 오셨다며 여기선 옷을 빨아도 세탁기에 기계 제작 프로그램이 되어 있어 컴퓨터 세탁이라고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간판이 붙은 가게는 세탁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제가 살았던 곳에는 북에는 세탁소 자체가 없거든요. 남한은 어딜 가나 간판들이 줄비 하고 외래어로 되어있어서 죽으란 얘긴지 살란 얘긴지 이해 불가 문구들이 정말 많아요.

기자 : 아에 모르는 글자면 뭐지 하고 찾아볼텐데 글자 그대로 해석이 안되니 답답하셨겠어요.

노우주 : 답답한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어느날 식사자리에 초대받아갔는데요. 저를 초대한 회장님이 한국의 발전된 이야기를 하시면서 대한민국의 파워가 대단하다며 해외 어느 나라에 가도 우리나라 자동차들이 씽씽 달린다고 이야기 하시는 거예요.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중을 못 참는 제가 파워라는게 뭐냐고 또 물었죠. 그 분이 파워는 힘을 뜻한다며 대한민국의 힘이 대단하다는 설명을 해주셔서 제가 또 배우는 귀한 시간이 되었죠.

기자 : 그렇게 배운 단어는 다른 사람 만났을 때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습니까?

노우주 : 그래서 저는 대화를 나눌 때 외래어 단어를 들을 때는 머릿속에서 이해하지 못한 단어들이 맴돌아 알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예요. 제가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드문이 회식하는 날들이 있어요. 다들 삼겹살 회식에 소주, 맥주 한잔씩 기울이는데 평소에 잘 먹던 한 언니가 음식 그릇을 밀어내며 안 먹는 거예요.

제가 그 언니에게 왜 식사를 안 하느냐고 어디 불편하냐고 했더니 다이어트 하는데 자꾸 먹으라고 하면 스트레스 받는다며 우주 친구처럼 나도 s라인 만들어야 되는데 안되네 하는 거예요.

기자 : 다이어트, 스트레스, S라인 외래어가 막 나오는데요.

노우주 : 그때는 음식들 먹느라 소란스러워 이상한 외래어를 못 물어 봤어요. 집으로 돌아갈 때 언니에게 궁금해 또 물었봤죠. 식사 좀 하라고 할 때 언니 저에게 뭐라 했는데 도무지 무슨 말 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말로 얘기해 달라고 했어요. 언니가 또 다이어트니 스트레스니 S라인 만든다는 거예요. 언니도 일상에서 쓰는 외래어가 입에 베서 그랬는데 요즘 살깍기 하느라 안 먹는데 음식 앞에 놓고 참다보니 스트레스 즉 정신적으로 힘들다 이런 말이었죠.

기자 :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이러면서 굉장히 자주 쓰는 말인데 북한분들은 어떤 말을 쓰실까요?

노우주 : 북한에서 스트레스는 성질났다는 뜻이고 S라인은 몸맵시를 만든다는 말이에요.

북에서는 살까기, 살빼기라고 했죠. 봉사하는 언니들은 저만보면 외래어로 자꾸 저를 놀려먹는 바람에 빨리 언어도 배우며 생활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어요.

기자 : 말할 때 사자성어나 또는 영어를 한 단어씩 섞어서 쓰면 지성인처럼 보여서 한때 남한 사회적 분위기가 그런 적도 있었지만 하도 많이들 사용하다 보니 순우리말을 쓰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했었죠. 다른 예는 없나요?

노우주 : 그런 예는 많은데요. 어느 단체 회장님이 저를 집으로 초대하셨어요. 현관에서 들어가려고 하니, 자동문인줄 알았는데 안 열려서 전화를 드렸어요. 809호 누르고 종 모양을 누르라고 해서 그대로 했더니 복도 안에 사람이 없는데도 저절로 문이 열리는 거예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라고 하셔서 809호 앞에 내리니, 문을 열어놓고 회장님과 사모님이 함께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 주시더라고요.

집도 엄청 크고 방도 여러개 되는 집이였어요. 집밥으로 식사 대접을 잘 받고, 대화를 나누다가 제가 사모님에게 위생실이 어딥니까 하고 물었더니 사모님이 위생실이 뭐냐며 화장실을 찾느냐고 되물으시는 거예요. 얼떨결에 ‘네’ 했더니 화장실이라고 알려주셔서 들어가서 볼일보고 물을 내려야하는데 변기 옆에 불들이 들어와 있고, 제가 집에서 사용하는 변기와는 달랐어요.

기자 : 용변기가 비대였나보죠?

노우주 : 그때 당시는 잘 몰랐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물을 내리는 누름단추가 옆에 있는 것이 아니고 위에 배꼽처럼 있더라고요. 앉으니 불이 들어와 따뜻해서 온종일 앉아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볼일 보고 나와서 사모님이 북에서 화장실을 위생실이라고 하냐고 물으셔서 변소, 위생실이라고 부른다고 말씀 드렸죠.

부끄러워도 물어는 봐야지 하고 제가 또 물었어요. 저희 집에 사용하는 변기와, 회장님 집 변기가 전기가 들어오고 완전 다른데요. 했더니 비데라고 하는데 추울 때 온도 누름 단추를 누르면 좌변기가 따뜻해지고 볼일 다보고 멀티 세정이나 비데 세정 누르면 밑에서 호스가 나와 물을 뿜어주며 깨끗이 씻어준다고 설명해 주시는 거예요.

그 이후에 저희 집에 회장님이 비데 변기를 놔 주셔서 지금까지도 감사하게 잘 사용하고 있어요.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남한에서 쓰는 외래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