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네, 안녕하세요.
기자: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남한에서는 봄과 가을이 결혼 성수기라고 불려요. 날이 선선하고 따스할 때 결혼하길 선호하는 거죠. 결혼식 하객들도 날이 춥고 더운 날에는 오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주변에 결혼하는 소식이 참 많이 들렸는데요. 5월에 저와 같이 일하던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서 가고 싶었는데 제가 그 날에 당직이어서 못 갔어요. 특히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남한에도 국제결혼 하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남한의 국제 결혼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해요.
기자:선박이나 비행기 등으로 교통이 편리해지고 남한의 케이팝 문화 다시 말해 가요를 통해 남한 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교류가 더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어떤 이유로 국제 결혼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순희:남한의 경제발전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경제 규모 순위는 10위에서 13위를 왔다 갔다 해요. 앞선 국가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이 있는데요. 보통 예전부터 부를 축적해 왔거나 나라의 인구가 많아서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기 유리한 나라들이 많아요. 그런데 땅도 좁고, 인구도 많지 않고, 심지어 자원이 거의 없는 남한이 10위 정도를 차지한다니 놀라운 일이죠. 그리고 말씀하셨던 남한의 예술 문화가 세계화에 정말 큰 역할을 했어요. 남한 가수들의 노래와 한국어 가사 그리고 옷 입는 스타일까지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어요. 남한의 노래들이 국내의 대중 문화에서 전 세계의 대중 문화로까지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남한 연예인들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요.
기자:미국에서 뉴욕 등 대도시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커다란 광고판에서 남한 연예인들의 얼굴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그 정도로 한국의 위상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죠. 반대로 남한 사람이 외국에 나가서 결혼해 외국 문화에 적응하는 경우도 있죠?
이순희:맞아요. 청춘 남녀들이 미국, 일본, 유럽 등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나가 유학이나 취업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국가에서 해외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정착 지원금을 500만 원가량 지원해 주는 등 다양한 정책이 있어요. 이렇게 해외에 취업해서 정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 젊은 청년들과 친밀해지게 되고 함께 여가 생활을 즐기는 과정에 서로 감정이 맞아 결혼하는 사례가 많죠. 그런데 반대로 외국에서 남한으로 유학을 오는 경우도 있어요. 남한에서 배울 수 있는 정책, 경제발전과 같은 프로그램 말이에요. 예를 들어 남한의 대중교통 혹은 환승 체계가 정말 잘돼 있거든요. 그런 선진 문물을 공유하고 각자 나라에 적용하기 위해 외국에서도 남한으로 대학교나 석사, 박사 과정을 오는 외국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한국 남성이나 여성과 결혼하는 사례도 늘고 있고요.
기자:사실 국제 결혼이라는 것 자체는 예전부터 있었잖아요. 남한 사람들의 예전과 지금의 국제 결혼은 어떻게 다른 것 같으세요?
이순희:네, 그렇긴 해요. 남한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파독 광부나 간호사로 해외에 파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독일에 남성들은 광부, 여성들은 간호사로 일한 어르신이 많아요. 이분들이 독일에서 꽤 오래 일하다 보니 현지인들과 사랑에 빠져 아직도 독일에 살고 계신 분이 있어요. 그런 중년, 노년 부부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다시 말해 기록영화가 남한 방송 채널에서 방영되기도 했고요. 그중에 남편 혹은 아내를 따라 독일 사람이 한국말을 배워서 한국 문화를 계승하려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가정이 모여 사는 마을이 남해 독일 마을이에요. 이처럼 예전에도 국제결혼을 하는 연인들이 있었는데요. 그 마을이 이제는 남한 사람들에게 관광 명소가 됐어요. 그 마을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독일식 가정집에 남해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저도 그곳이 관광 명소다 보니 몇 번 같거든요. 어쨌든 상황에 따라 남한의 국제 결혼의 추세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기자:주변 분 중에 국제결혼 한 사람이나 혹은 아는 사례가 있으신가요?
이순희:우선 남한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현지인과 결혼한 사례를 얘기하자면요. 제가 아는 분 중에 미국에 공부하러 가서 회사에 취직해서 일하다가 그 나라의 청년과 사랑에 빠져 결국 결혼까지 하고, 아이까지 낳고 잘 사는 부부들이 많아요. 심지어 어떤 여성분은 공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미국 청년이 다가와 쪽지를 건넸대요. 그 미국 청년이 처음에는 여성이 마음에 들어도 지켜만 보다가 (여자가)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걸 보고 용기를 얻은 거죠. 그렇게 인연이 되어 연애하다가 결혼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그 여성은 한국에서 이름있는 배우의 딸이었고 유명한 가수이자 한의사였거든요. 서로 배경은 모르지만 우연한 계기가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된 거죠. 또 주변 분 중에는 꼭 유학이나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외국에 장사하러 나갔다가 그 나라 여성과 결혼해 한국으로 귀국하는 사람도 봤어요.
기자:남한에 온 외국인이 남한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도 보셨나요?
이순희: 그렇죠. 한 남한 여성이 모로코 호텔 사장과 결혼한 사례를 본 적이 있어요. 또 태국의 재벌 3세가 한국 여성에게 끈질기게 구애한 끝에 결혼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데, 이를 유튜브에 공유하기도 했어요. 한국 남성들에게 시집오는 동남아 여성들도 있는데요. 이처럼 본인 나라와는 다른 환경인 남한에 장가 혹은 시집와서 차근차근 적응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복지 프로그램도 잘 구비돼 있고요.
기자:탈북민 분 중에도 남한 사람이 아닌 외국인과 국제결혼 하는 경우도 보셨나요?
이순희:네, 있었어요. 제가 아는 분도 세계적인 인권 활동을 벌이다가 미국에까지 가서 활동했는데, 미국에 있는 한 대학생을 만나 가정을 꾸리기도 했고요. 가끔 호주나 영국, 미국 사람과 결혼해서 그 나라에서 생활하는 탈북민들도 꽤 봤어요. 북한에서는 외국인과 결혼하는 게 정말 (흔치 않은 일이어서) 상상도 못 했거든요. 북한에서는 평양 같은 도심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외국인을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요. 또 다른 나라로 나갈 수도 없었잖아요. 외국 여행은 고사하고 북한 내에서도 여행증이 있어야 타지방으로 갈 수 있는 북한에서 국제 결혼은 상상도 못 할 일이죠. 그런데 막상 북한을 나와보니 배우자를 고르는 데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결혼 생활도 꾸려나갈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기자:한 사람이 8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결혼 후 가정생활은 약 절반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결정이 정말 중요하죠. 네,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국제 결혼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