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노우주: 요즘 날도 덥고 하니 열심히 일한 분들은 많이들 더위를 피해 여름 휴가를 가는데 남한에서 바캉스로 불리는 여름 휴가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기자: 보통 아이들 방학도 했고 개학 전에 어디든 가자면 8월에 가야하잖습니까?
노우주: 네, 가족여행 뿐만 아니라 청춘남녀가 또는 직장인들이 짧게는 1박2일 또는 그보다 조금 길게 3박 4일 이런 식으로 휴가를 많이 가는데요. 남한에서는 여름철만 되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어디로 갈까 고민도 많이 하죠. 대한민국 방방곡곡 명소가 많고 산골짝 깊은 계곡을 찾아들고 맑고 깨끗하기로 유명한 동해바다, 남쪽 끝에 있는 제주도 또 동해에 있는 울릉도도 많이들 가는 것 같습니다.
기자: 노우주 씨는 여름 휴가 계획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우주: 저는 남한에 와서 생활하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남한 사람들에겐 휴가란 것이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저 같은 탈북민에겐 낯선 풍경이었어요. 여름 휴가를 꼭 가야 되는가? 왜 저리 난리들일까?라고 생각을 했는데 제가 여름휴가를 다녀와 보니 알겠는거에요.
기자: 어떻게 생각이 바뀐 겁니까?
노우주: 가족끼리, 혹은 친구들 또는 직장 동료들과 한 달전 부터 휴가 갈 장소를 물색하고 예약하는데요. 미리 서두르지 않으면 여행지에서 숙소를 잡기도 힘들거든요. 아무리 호텔이 많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미리 예약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여행을 가려면 미리 준비를 잘해야겠다 싶더라고요.
또 해외로도 여름 휴가를 많이들 가는데요. 올해는 기름값이 오르면서 비행기 표값이 2배정도 올라서 비싼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많이들 간다고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저도 사정은 마찮가지고요.
기자: 기억에 남는 여름 휴가는 어떤 겁니까?
노우주: 코로나 오기 전엔 가족들과 신랑 형제분들 다 함께 3박4일로 버스를 대여해서 임진각과 강화도 다녀온 것이 지금도 새록새록 추억이 되살아나네요. 두 번째로 갔던 휴가는 울릉도와 독도였어요. 북한에서도 울릉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며 살았는데 직접 가보니 감개무량하고 동쪽 땅 끝 독도의 떠오르는 장엄한 해돋이를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죠.
기자: 울릉도는 육지에서 얼마나 가야 합니까?
노우주: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포항에서 배를 타고 4시간 정도 가면 도착합니다. 가족들과 버스타고 울릉도 일주를 하는데 꼬불꼬불한 해안가 도로를 돌면서 출렁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쐤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또 생각나는 것이 아름드리 삼나무가 빼곡이 들어선 산을 오르면 두줄기 폭포가 시원한 물갈기를 쏟아내는 봉래폭포 돌아서 나래분지도 둘러보고 부추전에 더덕 막걸리 한잔씩 들이켰더니 꽉 찼던 속이 확 풀리는 기분 너무 좋았어요.
기자: 울들도 하면 호박엿이 생각나는데 드셨나요?
노우주: 그럼요. 여행에서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인데요. 울릉도에서 생산한 호박으로 만든 호박엿, 더덕엿, 쑥엿, 쑥빵, 특산품인 더덕, 명이나물, 오징어 등도 저의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주었죠. 전복과에 속하는 따개비비빔밥도 별미 였구요. 갓 잡은 싱싱한 오징어 회도 쫄깃하니 최고였어요.
기자: 남한생활 하시면서 여행을 많이 다니셨나요?
노우주: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에 와서 저도 여름휴가 때 여행을 참 많이 다녔네요. 강원도 철원, 화천, 동해, 삼척, 주문진, 화진포, 영월 김삿갓면 그리고 백령도, 남해, 김해, 통영, 거제도, 이순신 장군이 싸웠던 한산도, 사랑도, 외도, 완도, 신안, 흑산도, 증도, 제주도, 울릉도, 독도를 가봤고요.
산에도 많이 갔는데 대구 팔공산 이름난 도시는 문경, 성주, 영주, 안동, 괴산, 상주, 경주, 울산 태화강, 포항 호미곷, 구룡포 등 바닷가와 계곡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네요. 대한민국 방방곡곡 메주 밟듯 누비고 다녔어요.
기자: 가장 최근 다녀온 곳은 어디죠?
노우주: 작년 여름에는 신랑회사에서 영덕 옥계천 계곡을 한 달 정도 놀러갔어요. 언니들은 수영복입고 물에 첨벙첨벙 들어가 시원하다며 물장구를 치며 노는데 저는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두만강을 건늘 때의 공포감 때문에 나무그늘에 앉아있었어요. 동생도 물에 들어오라며 저를 끌고 물에 들어가는 거에요. 옛일은 잊고 오늘을 즐기자 생각하며 들어서는데 언니들이 손으로 물줄기를 들어 저에게 뿌리는 거예요. 언니들과 즐겁게 물놀이 하며 왜 한국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즐기는지 알겠 더라구요.
병풍처럼 둘러싸인 계곡에 손발이 시릴 정도로 맑고 깨끗한 물에서 물장구도 치고 집밖을 놀러 가면 남자들이 음식 하는 건 기본이라며 신랑과 직장동료들이 삼겹살에 갈비 굽고 맥주 한잔씩 들이키니 신선이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수박과 토마토, 복숭아, 바나나 등 과일들도 입맛대로 먹으니 여기가 바로 지상천국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 직장인들은 특히나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즐거운 고민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노우주: 그렇죠, 보통 다른 사람과 일정이 겹치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죠. 더군다나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쳤었기 때문에 올여름 휴가는 남다른 휴가가 되겠습니다. 요즘은 여름휴가를 비성수기인 선선한 가을에 조용히 가기도 한다고 해요. 피서지나 계곡에 가면 너무 사람들이 붐비고 호텔 가격도 비싸니까 한적할 때 간다는 거죠.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네요. 여름 휴가 정리를 해볼까요?
노우주: 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가까운 숲이나 강가에서 자연을 느끼면서 제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남한에서 제가 경험하고 즐기는 여름휴가는 진정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생 경험들이예요.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 잠깐의 휴식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뵈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여름휴가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이진서였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