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네, 안녕하세요.
기자: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노우주:저는 어렸을 때 저의 아버지가 저에게 커서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세계일주 하는 게 꿈이라고 했던 생각이 나요. 북한에 살때는 이루지 못했던 일들을 남한에 와서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얘기 할까 합니다.
기자:꼭 북한에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 어릴 때는 누구나 한번쯤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낯선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실 지금은 그런 것이 불가능하진 않은 것 같아요. 직접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소식을 접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노우주:저는 어렸을 때 꿈꾸었던 세계일주 대신 지금 남한의 전국 곳곳을 다니며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어요. 여행의 자유가 없는 북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저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실감하면서 정말 강원도 최북방에서부터 제주도, 울릉도 독도, 전남 목포, 신안 까지 구석구석 누비고 다닌답니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곳들을 직접 내 차를 몰고 다니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제 작은 가슴에 다 안기에는 역부족이고 가슴이 벅차고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할 뿐 이예요. 말 한마디 잘못하면 붙잡혀가는 시기에 어린 딸의 세계일주가 웬 말이냐 속으로 꾹꾹 삼키며 애써 웃으시며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시던 아버지의 그때 심정을 커서야 알게 됐습니다.
기자:전국을 돌아다닌다고 하면 청취자들은 일은 안하고 여행만 다닐 수가 있나 하실 텐데요.
노우주:저는 개인적으로 가족과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도 다니지만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는 것은 일 때문인데요. 북한 예술 문화를 알리는 예술단원으로 그리고 통일강사로 학교나 관공서에 북한 실정을 알리는 강의를 하기 위해 다니고 있습니다. 주로 가서 제가 말하는 내용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안보의 소중함,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거죠.
기자:꿈을 이룬다는 것이 괜히 가슴 설레게 하는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잖습니까? 그런 부분이 어렵진 않았나요?
노우주:저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거든요. 북에서는 당에서 하라는 일 외에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거든요. 그냥 하라는 데로 하고 지시만 받다가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죠. 뭘 어떻게 그리고 뭐부터 해야할지 내가 정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자격증부터 취득을 해야겠다고 맘먹고 남한에 사는 동안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상담사, 특수아동지도사, 노래강사, 가수회원증 등 하고 싶었던 공부를 마음껏 하면서 자격증을 무려 17개를 취득했어요. 그리고 제가 크면서 꾸었던 꿈 하나가 바로 배우가 되는 것인데요. 지금은 그 꿈도 이루었어요.
기자:연기자 활동을 하신다고요?
노우주:네, 어느 여름 서울의 상암동을 지나다가 우연히 길거리에 붙어있는 배우모집 공고를 본거예요. 그날이 마지막 배우 시험을 보는 날이었어요. 무작정 시험장으로 달려갔어요. 거기엔 감독관들, 심사위원분들이 6명 정도 앉아 있더라구요.
먼저 시험을 본 사람들 손에는 임시 대본이 들려있었는데 신청하지 않고 갑자기 모집공고를 보고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자유연기를 해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이산가족의 아픔이 떠올라 목놓아 울며 북한에 있는 아들 이름 부르며 통곡을 했더니 고개들을 끄덕이더라구요.
기자: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생활을 위해 직장을 다닌다는 말이 더 피부에 와닿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요. 중년의 나이에 원하는 일에 계속 도전하고 또 그 길을 걷고 있다고 하시니 응원합니다.
노우주:감사합니다. 저는 제 앞에 어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왔기에 연기에서 빛을 발했던 것 같아요. 발음연습, 몸짓연습, 연기연습을 받는 자리에 영화감독님이 가끔씩 오셔서 보시곤 했는데 <인생은 꿈이었다> 영화에 저를 직접 참여해 달라고 했어요. 피나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거죠.
유명 배우 두 분과 호흡을 맞추며 촬영감독님 지휘 하에 실수 없이 무사히 촬영을 잘 마쳤어요. 영화촬영 호흡을 함께 했던 배우 분들이 잘 했다며 식사자리에서 칭찬해줄 때 제대로 했구나 하는 안도감과 긴장이 풀리 더 라구요.
기자:탈북자분들이 자신의 신분노출이 되는 것을 꺼려서 언론에 노출 되는 것을 많이들 꺼리는데 노우주씨 경우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노우주:저는 정직하게 열심히 사니까 크게 내가 북한에서 왔다고 움추려들고 그런 것은 없습니다. 영화 배우 뿐만 아니라 2년 전 대구시에서 열리는 슈퍼모델 선발대회에도 참여했어요.
기자:그건 어떤 대회였나요?
노우주:평균 수명이 높아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은 날에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해 모인 참가자분들이 모두 나이가 50-80대 까지 연령층도 다양했어요.
자식들을 다 키워놓고 보니 어느덧 황혼에 들어서 늦게나마 흐릿해 지는 젊은 날에 꿈을 이루고자 이 기회에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도전장을 내미는 분들의 용기를 보고 저도 놀랐어요. 주변 지인 분들의 권고로 참가비를 내고 신청서를 냈었죠. 저의 남편도 자유의 땅에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라며 70만원, 600달러정도의 큰돈을 참가비로 내줘서 참가를 했었죠.
그때 걷는 연습, 표정연기, 자유연기 등 무대에 오르기 위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으며 정말로 재미있고 신나게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세상에 어떤 것도 노력 없이, 땀 흘리지 않고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거든요.
기자:그냥 꿈은 이뤄진다고 구호만 외치고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데 실천을 잘 하시고 계시네요.
노우주:네, 꿈을 향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회봉사 활동을 하며 살아 온지도 어언 14년이 되었어요. 시간이 나는 대로 마음 가는대로 시회복지관들에 나가 어르신들께 식사도 해드리고 마무리까지 해드리고 오면 육체는 힘들어도 나누는 기쁨은 배가 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삶의 희열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기자: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여러분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꿈은 이뤄진다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