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네, 안녕하세요.
기자: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노우주: 이 시간에는 추수를 다 하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집안의 대행사로 매년 이맘때 하는 겨울 김치 담그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기자: 북한에 살때와 남한생활이 많이 달라졌습니까?
노우주: 너무 다르죠. 북에 있을 때는 김장을 많이 하는 집에서는 1t 정도하고 적게 하는 집 들에서는 500kg 정도로 배추와 무우를 절여서 했거든요. 저의 고향에서도 식구가 많아 1t 넘게 며칠씩 배추를 절이고 무를 다듬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서 손가락을 호호 불며 김장 담그던 그 때를 잊을 수 없네요.
기자: 남한에서는 어떻습니까?
노우주: 여기 김장 하는 것은 너무 쉽습니다. 왜냐하면 강원도나 해남에서 키운 고랭지 배추를 산지에서 절여서 판매를 하구요. 집에까지 주문하면 몇 백 킬로그램씩 택배로 오거든요. 집에서는 양념만 잘 해놓았다가 절인 배추 배달이 오면 양념을 발라서 통에 넣어 김치냉장고에 넣으면 겨울 먹을 김치는 끝나는 거죠. 직접 배추, 무 농사를 짓는 집들에서는 북에서 처럼 절여서 자체로 하지만 아파트에서 사는 가정들에선 절임 배추를 사다가 김장을 하거든요.
기자: 김치를 많이 하면 쉽게 쉬니까 땅에 뭍고 했는데 지금은 김치 냉장고가 따로 나와서 언제든 신선한 김치를 먹게됐습니다.
노우주: 네, 그렇죠.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면 1년-3년 까지도 두고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또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 집에서 하지 않고 조금씩 사다 먹기도 해요. 상점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반찬만 해서 파는 가게가 있어서 입맛대로 먹고 싶은 김치를 종류별로 다 사먹을 수 있으니 정말 편하죠.
기자: 저는 처음에 냉장고가 있는데 왜 김치만을 위한 냉장고가 따로 필요한지 좀 이해를 못했어요.
노우주: 저도 지금은 여기 생활이 몸에 배였지만 처음에는 냉장고와 냉동고를 구분 못해서 김치를 정성껏 담아서 김치통을 냉동고에 넣었어요. 며칠 있다가 아는 동생들이 와서 밥을 해놓고 김치통을 꺼냈는데 꽁꽁 얼어서 못 먹었던 적도 있어요. 처음으로 냉장고라는 물건을 써보니 알려줘도 뭐가 뭔지 이해를 못했죠. 그런데 나중에 김치와 야채 등만 넣는 냉장고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보통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보다 신선도를 유지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꼭 필요하더라고요.
기자: 남한의 김장하는 모습은 어떤가요?
노우주: 제가 시집을 와서 살면서 첫 김치를 옆에 사시는 형님네와 함께 담궜던 때가 생각나는데요. 형님이 힘든데 김치는 두 집이 함께 담궈 먹자고 하셔서 같이 해마다 하거든요. 절임 배추 200kg이면 두 집이 잘 먹습니다. 형님이 양념을 다 만드시고 저는 절임 배추를 사서 춥다고 손을 호호 불일도 없이 방에서 세 시간 정도 하면 일년 먹을 김장은 끝내는거죠.
그런데 형님이 또 양념을 새로 만들자는 거예요. 김장을 다 담그었는데 무슨 양념을 또 만드냐고 물었더니 보쌈김치, 갓김치, 쪽파김치, 무와 배추 석박이 김치, 백김치, 깍두기 김치, 고들빼기 김치, 동치미 김치도 담궈야 된답니다. 김치도 가지 수대로 얼마나 많은지 형님이 미리 재료들을 다 사 놓아서 손질은 제가 했어요.
북에서는 마늘, 생강, 대파, 고춧가루, 소금, 새우젓, 멸치젓갈 등 최소한의 기본재료만 사용하고 서해에서는 굴김치, 동해에서는 명태김치를 잘 해먹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모든 것이 풍부해서 그런지 들어가는 재료들이 많아요. 바다에서 나는 해초류인 청각, 생새우, 쪽파, 부추, 표고버섯, 양파, 배, 사과 등 과일도 넣어 육수를 내서 양념을 뚝딱 만들어 내서 새로웠어요.
기자: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가 북한에서 먹던 것 보다는 많이 들어가 맛도 다를 텐데 어땠습니까?
노우주: 맛있더라고요. 굴 김치, 갈치 김치, 등 김치 종류도 다양하고 입맛대로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배추김치, 갓김치, 총각무우김치, 쪽파김치, 대파김치, 섞박이 김치, 민들레과에 속하는 고들빼기 김치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동치미 김치를 빼놓을 수 없어요. 동치미 김치에 미나리, 쪽파, 홍고추, 생강, 마늘을 넣고 제가 좋아하는 연근을 썰어 넣어서 만들어 놓으면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고 아삭아삭한 연근 씹는 맛이 정말 좋거든요.
기자: 김장 김치 보관은 어떻게 하세요. 김치냉장고에 하나요?
노우주: 네, 한 200kg 했는데 김치통이란 통은 다 나온 것 같아요. 거의 40통 가까이 담았어요. 김치통에 김치를 차곡차곡 넣어 쌓이는데 마음이 풍성해지네요.
기자: 옆집과 나눠먹기도 합니까?
노우주: 네. 동네 분들에게 맛보라고 두 세 포기씩 나눠드리고 합니다. 요즘 김장철에는 봉사하는 단체들에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나 어렵게 사는 가정들에 김장을 담궈서 무료로 한통씩 드리기도 하고요. 저물어 가는 이 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월동준비를 잘 하시고 몸과 마음 따뜻한 겨울 보내시기 바랍니다.
기자: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겨울 김장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