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오늘은 자유민주주의 투표제도에 관해 얘기해 볼까 해요. 제가 남한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게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기자: 북한과 달리 남한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해서 각 도, 시, 구는 물론 나라의 대통령까지도 국민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데요. 그래서 선거 때마다 당선인들도 계속 바뀌죠.
이순희: 그렇죠. 제가 한국으로 오기 위해서 라오스 대사관에 갔을 때 대사관 벽에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본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세 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거든요. 나라의 대통령도 바뀌니 각 주요 보직 사람들은 물론 지역 대표들도 다 바뀌었겠죠. 북한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진들만 걸려 있는데 말이에요.
기자: 북한과 비교했을 때 남한의 대통령 선거는 어떻게 다른가요?
이순희: 청취자분들께서도 대통령 선거에 대해 가장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북한은 오직 집권당인 조선노동당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남한에는 여러 개의 정당이 많아요. 선거 몇 달 전부터 당내에서 투표를 부치고 여러 명의 후보 중에 제일 많은 투표수를 얻은 후보가 그 당의 대통령 대표 후보가 되는 거예요. 정당마다 이런 경쟁을 통해 후보 한 분씩 선출하면 그분이 바로 그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가 되는 거죠. 각 정당의 후보는 모두 자신만의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또 국민들은 그 당에서 내놓은 정책들이 진정으로 자기의 이익에 맞는가, 진짜로 그들이 내놓은 정책대로 하면 국가가 안정되고 잘 살 수 있는가를 따져 보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당에서 선출한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해요.
기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을 뽑아달라고 홍보를 해야 하죠. 또 그들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서 토론회도 여는데요. 이 토론회도 보신적 있으신가요?
이순희: 저도 대통령 선거 때마다 토론회나 각종 뉴스를 챙겨봤죠. 전 국민이 다 보는 방송에서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정치를 할 것인지', '현재 대두되는 위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그리고 후보자들은 관록 있고 능력 있는 진행자에게서 날카로운 송곳 질문을 받으면 이에 답변해내야 해요. 이를 보고 국민들은 그 후보의 능력을 보고 평가하고 누구를 찍을 것인지 마음을 굳히게 되는 거예요.
기자: 그럼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어떤 거였나요?
이순희: 가장 놀라웠던 건 후보들 간의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였어요. 후보들 간에 날카로운 토론을 통해서 자신이 상대 후보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열띤 토론도 벌이고 심지어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공격까지 서슴지 않더라고요. 이 또한 자유민주주의고, 열린 분위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같아요. 만약 발언에 대한 군사적인 보복이 존재하는 나라였다면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었겠죠.
기자: 또 남한의 대통령 선거운동 가운데 신기했던 점은 뭐가 있을까요?
이순희: 후보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국민들을 만나서 선거운동을 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들은 사람들이 많은 시장이나 광장에 가서 방송을 틀어놓고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나누면서 열렬히 지지를 호소해요. 사람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오면 반가워하고 선거 유세장을 찾아 박수치고 좋아하기도 하는데요. 또 본인 의사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 선거캠프에 소속되어 후보를 응원할 수도 있어요. 보통 큰 트럭을 빌려서 후보자마다 선거유세 노래를 만들어서 춤을 추고 구호도 부르면서 홍보하거든요. 본인 정치 성향에 따라 그런 유세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니 참 신기했죠.
기자: 북한에도 선거제도가 있긴 하지만, 북한과 남한의 다른 점 중 하나가 선거 참여의 자유인데요. 남한에서는 대통령 선거라 해도 꼭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순희: 네, 맞아요. 북한의 선거제도는 강제라고 봐야죠. 일부 북한 주민들은 전 최고지도자가 누군지도 몰라요. 사진을 걸어놓는다 한들 그 인물의 이름도 모르는 채로 살아요. 그런데도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반동으로 몰리니까 '투표한다는 것'이 '누구한테 투표하느냐'보다 중요한 거예요. (내가 투표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자기 선거구가 어딘지도 몰라서 다른 데로 갔다가 이름이 없으면 또 자기 선거구로 찾아와요. 이렇게 해서라도 무조건 선거에 참여해야 해요. 그러니 99% 이상의 투표율이 나오는 거죠. 그런데 남한에 오니 선거도 자유로워요. 투표를 장려하기는 하지만 참여 안 해도 뭐라고 안 해요.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가 없죠. 그런데 작년 3월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 전국적으로 전 남한 국민의 77%가 참여했다고 해요. 강제성을 띠지 않는데도 이만큼이나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게 또 한편으로 놀랍기도 해요.
기자: 국회의원 혹은 대통령 후보자에게 투표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순희: 많은 국민들이 그렇듯, 저도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인성이 바로 안 서고 범죄 전력이 있고 자식들을 바르게 교육하지 못해서 자식이 학교폭력 가해자거나 마약을 하거나 깡패 생활을 하며 차 사고를 내고 다니면 그 사람에게 투표하기 꺼려져요. 보수, 진보 등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맞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작게는 한 지역 크게는 한 나라를 이끌 사람이 본인에게 엄격하지 못하면 '과연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가' 자질이 의심되는 것 같아요.
기자: 그럼 이순희 씨께서도 투표에 꾸준히 참여해 오신 건가요?
이순희: 저는 대한민국에 오고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선거에도 빠진 적이 없이 열심히 참가하고 있어요. 제가가 투표하고 싶은, 저를 대표해 주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보낸다는 건 정말 큰 의미잖아요?
기자: 네, 그렇죠. 그럼 내년 4월에 있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참여하실 예정이겠네요?
이순희: 이제 내년이면 4년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벌써 각 정당에서는 당에서 국회의원 후보자 선정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어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내년에도 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죠. 그리고 저뿐 아니라 북한에 우리 고향 분들도 이 같은 자유로운 선거제도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선거제도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