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만 같아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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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 준비하셨습니까?

노우주: 이 시간에는 한국에서 보내는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추석연휴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해요.

기자: 올해는 추석 연휴가 며칠이죠?

노우주: 올해는 토요일부터 추석이 월요일까지 3일간 추석연휴였어요. 이날 만큼은 자녀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부모님 집을 찾아오고 조상님 묘나, 조상님 모셔놓은 납골당을 찾아가 성묘를 하고 벌초도 하는데요. 남한에 와서 느낀 점이 추석명절을 정말 크게 보내는데 놀랐어요

기자: 어떤 점이 놀랍게 느껴졌나요?

노우주: 가족과 떨어져 일하던 자녀들이 추석날만큼은 멀리서 찾아오니까 고속도로마다 정체되어 끝이 안보일 정도로 늘어서 있는 승용차 그런 자동차 행렬을 보면서 놀랐어요. 저희도 아들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시댁으로 가는데 고속도로 길이 꽉 막혀서 어디로 빠질데도 없고 도로 위에서 3시간이 넘도록 가다 서고 하니 화장실이 급한거예요. 저도 그렇고 아들도 소변을 봐야 하는데 정말 참느라 진땀 뺀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어떤 차들에선 아이들이 울고 난리나니까 할 수없이 내려서 소변을 뉘으더라구요. 또 기차표도 미리 사놓지 않으면 다 매진되어 버스타고 오는 사람들도 너무 많구요. 버스도 고속도로에 밀려있고 하니까 그런 광경을 처음 봤거든요.

기자: 사실 보통 때도 고속도로가 차로 밀리는데 명절에는 더 심할 수밖에 없죠.

노우주: 맞습니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도 도로마다 정체되고 차가 밀려서 한 두 시간이면 올 거리인데 몇 시간씩 걸려서야 고향에 도착 하더라구요. 추석연휴는 말그대로 민족의 대이동이예요. 처음 남한에 와서는 어디 갈데도 없고 친척도 없으니까 쓸쓸하고 외롭게 보냈던 생각이 나는데요. 북한 소식을 들으니 코로나 전염병보다 더 힘든 건 먹을 식량이 없어서 고생한다는 이야기에 한 하늘 아래서 살아가건만 아직도 북한주민들은 왜 이렇게 함든건지 정말 안타깝기만 합니다.

기자: 명절에는 상점도 다 문을 닫고 모두 가족을 만나러 가니까 추석에는 탈북민들 경우 가족 생각이 간절하겠어요.

노우주: 네 명절엔 더욱이 고향생각이 많이 나죠. 북에서는 어머니와 두부나 송편떡은 맷돌에 곱게 갈아 만들어 놓고 냉장고가 없으니 우물 안에 바께쯔에 두부를 넣어 두고 필요 할 때 꺼내 먹고 하던 생각이 납니다. 찰떡은 여기서는 먹기 힘든데 북한에서는 시루에 쪄서 떡판에 떡메로 쳐서 쌀알이 씹히는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죠. 또 여기는 집집마다 냉장고가 보통 두 세대씩 놓고 음식을 시원하게 넣어두고 사용하니 음식 상할 걱정도 없고 반찬이나 전 종류만 집에서 하면 되거든요.

기자: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이들이 명절을 기다렸던 것이 평소 먹지 못했던 음식을 먹으니 그랬던 것 같은데요. 요즘은 명절 음식도 많이들 주문 해서 먹는다고 해요.

노우주: 맞습니다. 북한에서 방송을 듣는 분들은 왜 떡이나 두부, 콩나물 등 이런 음식은 집에서 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는데요. 남한에서는 콩나물은 콩나물 공장에서 큰 규모로 대대적으로 키워 상점들에 납품해서 판매를 해요.

그리고 떡은 종류별로 떡 공장이나 떡집에서 주문을 하면 바로 찾아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구요.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편리하게 여러 가지 전들도 집에서 직접 하지 않아도 전 굽는 집에 주문을 하면 살 수 있거든요. 요즘 여성은 집에서 애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니까 음식을 미리 주문 해놓고 퇴근 할 때나 고향 가기 전 찾아가지고 부모님 집에 가거든요.

기자: 명절 선물은 어떤 것이 인기인가요?

노우주: 저도 여기 와서 시에서나 복지관에서 과일, 한과 등 많이 챙겨주시더라고요.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시댁에 가면 형님, 동서들이랑 옹기종기 모여앉아 여러 가지 전을 굽고 반찬을 만들고 했는데 2년째 코로나 여파로 시댁에 못가고 있어요. 요새는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거봉 등 햇과일들이 많이 나와 집집마다 손님이 오면 과일을 내놓거든요. 왜 이렇게 음식도 풍족하고 과일도 넘쳐나고 하면 고향생각이 더 날까요?

기자: 추석은 남북한이 같은데 다른 모습이 있다면 어떤 겁니까?

노우주: 북한에서 추석을 보낼 때는 큰 싸리광주리나 큰 대야에 제사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이고 가고 남자들은 낫과 깔개를 둘둘 말아지고 산에 올라가 조상님 묘소를 깨끗이 벌초한 뒤 깔개를 펴고 그 위 상돌에 음식을 차려놓고 제를 올려요.

그런데 여기 남한에서는 그런 광경을 볼 수 없는 거예요. 자가용 차가 집집마다 한 두 대씩은 다 있으니 북에서처럼 이고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거죠. 산골짝 심지어 논 주변까지 도로 포장을 해놓아 차가 어디든 다 가니 음식도 차에 싣고 다니거든요.

그리고 모든 생활이 편리해서 문제될 것 없을 것 같은데 추석연휴가 끝나면 여성들은 추석음식 하느라 손목증후군이 오고 몸살을 앓는다는 이야기하는걸 보고 놀랐어요. 북에서는 힘들어도 추석 하루밖에 쉬지 못하니 전날 저녁에 음식장만하고 추석날 새벽에 일어나 반찬들을 만들어 조상님들을 찾아 뵙구 하는 걸 당연시 여겼거든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추석명절에 가족과 친척들이 많이 모이니 장거리 운전에 가사노동까지 해야 되니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여러 가지 아픔이 생기게 되더라구요.

기자: 젊은 사람들은 부모님 댁에 인사만 드리고 연휴 기간 여행을 가는 것으로 바뀐 것 같아요.

노우주: 네, 추석연휴가 길고 제사를 지낼 일이 없는 사람들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가서 즐기고 다시 일상에 복귀하기도 해요. 고향에 갈 수 없는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은 북녘 땅이 가까이 보이는 임진각이나 통일전망대로 가서 해마다 망향제를 올리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꽉 찬 보름달처럼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듯이 여기서는 푸짐하고 풍성한 추석명절을 보낼 수 있지만 반대로 북에서는 너무도 힘든 추석을 보내는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워지네요. 북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도 아무쪼록 풍성한 추석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오늘 이야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여러분 여러분 감사합니다.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추석명절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