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북·중 국경에 지뢰 대신 조명탄 매설

0:00 / 0:00
  • 북한은 왜 리커창 전 중국 총리 별세에 침묵하나
  • 북중 국경지역에 탈북 방지용 조명탄 매설... 밟으면 하늘로 솟구쳐 터져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을 맡은 김명성입니다. 저는 함경도 출신으로 남한으로 와 10년 동안 조선일보 기자로 일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께, 오늘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북중 국경 소식 등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중국 권력 서열 두번째,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지난달 27일 심장마비로 별세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북한과 인연이 깊은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은 그 배경에 대한 얘깁니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리커창 전 총리의 영결식이 2일,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 공원에서 열렸습니다. 영결식이 열린다는 소식이 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른 아침부터 200여 명의 시민들이 영결식장 인근에 나와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고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INS - 중국 CCTV 보도 : "(리커창 동지의 시신은) 생화 사이에 안치됐고 몸에는 선홍색의 공산당 깃발이 덮였습니다"

리커창 전 총리는 중국 역사상 가장 학식 높은 총리로 평가되는 인물입니다. 중국 역사상 대학 입학의 경쟁률이 최고로 높았던 시기는 1977년으로 봅니다. 문화대혁명으로 10년 동안 닫혔던 대학의 문이 다시 열린 해인데 바로 이 시기, 중국 최고의 대학인 베이징 대학에 입학한 리 전 총리는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경제학 논문상까지 받은 경제 전문가입니다. 그는 공청단, 즉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을 기반으로 차세대 지도로 급성장했고 시진핑과 함께 국가 주석 자리를 놓고 경쟁했으나 결국 2인자 자리에 머물렀던 인물입니다.

리 전 총리는 북한과의 인연도 깊습니다. 생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3차례 만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한 차례 만난 적 있습니다. 2010년 5월 초 중국 동북 지역을 비공식 방문했던 김정일을 다렌 시에서 영접했던 사람이 바로 리 전 총리였고 2011년, 평양을 방문해 당시 후계자 신분이었던 김정은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리 전 총리 사망과 장례 관련 소식을 보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리커창 전 총리의 영결식이 열린 지난 11월 2일 자 노동신문 1면 기사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의 축전에 답전을 보내왔다는 보도였습니다. 중국 건국 74주년을 맞으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보낸 축전에 대한 답전이었습니다. 다음날 노동신문에도 리 전 총리의 장례와 관련된 소식이나 조문 관련 보도는 한 줄도 없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 사망 당일인 지난달 27일 “한국의 가까운 친구로서 한중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공식 애도했습니다.

북한은 1976년 1월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 사망 때 애도 기간을 정했고, 같은 해 9월 마오쩌둥 중국 주석 사망 시에도 애도 기간을 정해 추모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장쩌민 전 중국 주석의 사망 시에는 김정은이 직접 시 주석에게 조전을 보내며 애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리커창 전 총리의 별세에 침묵한 것은 시진핑 주석을 의식하기 때문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리 전 총리는 부총리 시절 시 주석과 후계 경쟁을 벌였고, 시진핑 체제에서 10년간 총리로 재임하며 경제 노선을 두고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INS- 리커창 전 중국총리, 2020년 전국인민대표대회: (14억 중국인 중 40%가 넘는) 6억 명은 월수입이 1000위안 입니다.

리 전 총리는 생전에 ‘중국은 경제적 자유를 내세운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또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으며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인물입니다. ‘시진핑 1인 체제’가 공고화된 이후에도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장강과 황하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라고 한 지난해 3월 마지막 총리 기자회견 발언 영상은 리커창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며칠 사이 5만 명 이상이 찾아봤다고 합니다. 또 지난해 2월 국무원 발전개혁위 고별사에서 했던 “사람이 하는 일을 하늘이 보고 있다. 푸른 하늘에도 눈이 있다(人在幹 天在看 蒼天有眼)”는 발언은 당시에도 개혁개방의 역사적 흐름을 거스르는 시진핑 주석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중국에서는 리 전 총리 사망 후 추모 열기가 고조됐는데요, 이는 헌법까지 수정해 종신 독재의 길을 열고, 고강도 코로나 방역과 대외 팽창 정책 등 잇단 실책으로 경제를 추락시킨 시 주석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국의 한 인터넷 사용자는 “리 총리가 잘 했다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 즉 시진핑 주석이 얼마나 나쁜가 하는 것”이 추모 열기의 배경이라고 썼습니다.

68세로 갑자기 리커창 전 총리가 숨진 이후 중국 밖에서는 그가 살해당했을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중국말 방송은 시민과 전문가들의 발언을 통해 리 전 총리의 최대 업적은 중국인들에게 중국의 현실 자각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며 살아있을 때보다 죽어서 시 주석에게 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음은 북·중 국경 소식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탈북 방지를 위해 북·중 국경 지대에 감시 초소를 늘리고 전기 철조망을 설치한다는 소식, 여러 차례 보도로 접하셨을 겁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 당국은 조명탄을 매설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중 국경 사정에 밝은 중국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은 압록강, 두만강을 지키는 국경경비대에 조명탄을 대량으로 공급했습니다. 국경경비대 소대 단위까지 조명탄을 공급해 경비 취약 구간에 매설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또 보통 조명탄은 총으로 쏘는 형태이지만 북한 국경경비대에서 공급된 조명탄은 땅에 매설해 사람이 밟으면 터지며 밝은 빛을 내도록 개량한 것으로 소식통은 경비대가 탈북을 시도하려는 주민을 발견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애초 북한 당국은 탈북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에 지뢰를 매설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뢰는 장마철, 압록강과 두만강이 범람할 경우 중국 쪽으로 지뢰가 유실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탈북 시도자는 물론 밀수업자 등 중국측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명탄 매설로 계획이 변경된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경비대는 보안 유지를 위해 매설된 조명탄의 위치를 수시로 바꾸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뇌물을 받은 경비대원들이 조명탄 매설 위치를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등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소식통은 특히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 행사 다음 날인 지난달 11일 새벽 양강도 보천군에서 30대 청년 한 명이 압록강을 건너 탈북을 시도하다 매설된 조명탄을 밟아 체포됐다고 밝혔습니다. 조명탄을 밟지 않고 살짝 건드렸는데 조명탄이 하늘로 솟구치면서 터져, 위치가 노출됐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이 청년은 경비대의 추격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조명탄은 비살상용이지만 몸에 직격으로 맞을 경우 목숨을 위협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말 함경북도 온성 지역에서 탈북을 시도하던 주민이 조명탄을 밟았는데 사타구니에 직접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 밖에도 지난달 중순 함경북도 무산에서도 탈북 하려던 주민 여러 명이 조명탄을 밟아 다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도 북한 당국이 탈북 방지를 위해 지난 8월부터 북중 국경 일대에 조명탄을 매설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강폭이 좁은 압록강, 두만강 상류의 경비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조밀하게 조명탄을 설치해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도 지난 9월부터 북·중 국경 지역에 대한 경계를 부쩍 강화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이 도강에 성공한다 해도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실제 지난 9월 양강도 혜산에서 경비대원을 매수해 탈북에 성공한 북한 일가족 4명을 북한의 의뢰를 받은 중국 공안이 랴오닝성 선양까지 추격해 체포한 사례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식통은 “북·중 국경이 전면 개방 되고 겨울에 압록강, 두만강이 얼면 밀수가 재개되고 탈북민도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장강과 황하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는 리커창 전 총리의 말은 오늘의 중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김명성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녹음/제작: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