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딥시크’ 쇼크가 북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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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최근 중국의 신생창업기업(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내놓은 인공지능(AI) 모델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과거 구 소련이 미국보다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먼저 쏘아 올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충격’과 맞먹는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새해벽두부터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인공지능 개발 소식,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지난달 중국 인공지능 기업 딥시크는 최신 추론형 인공지능 모델 'R1'을 공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딥시크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이 적은 비용과 자원으로도 높은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인공지능 모델 훈련에 2,000개의 반도체 칩만을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미국 등 서구권에서 인공지능 모델 개발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칩이 1만 6천개인 것에 비해 적은 자원으로 우수한 성능을 달성했다는 걸 의미입니다.

특히 딥시크에는 바이든 정부의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의 저사양 반도체인 H800이 쓰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딥시크는 이번 인공지능 R1 개발에 약 600만 달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이 비용도 미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챗GPT 개발 비용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저비용에 적은 수의 반도체 칩을 사용했지만 성능면에서 딥시크의 'R1'은 다양한 수학과 코드, 추론 작업에서 챗GPT의 신형 모델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술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R1'은 미국 수학 경시대회에서 79.8%의 정확도로 챗GPT를 앞섰고, 코딩 테스트에서도 65.9%의 정확도로 챗GPT를 눌렀습니다.

이 같은 소식은 미국 기술주, 특히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지난달 27일 딥시크의 인공지능 모델 R1 발표날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 주가는 17% 하락하여 시가총액이 하루 새 5,890억 달러나 증발할 정도로 미국 증시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러한 급락은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단일 기업의 최대 시가총액 손실로 기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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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가인 마크 앤드리슨은 “딥시크 R1은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평가했습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구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린 데서 유래됐습니다. 기술 우위를 점했던 국가가 후발 주자의 앞선 기술에 충격을 받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앱 주간 사용자 수가 일주일 만에 12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4주 차,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생성형 AI 앱’ 통계에 따르면 주간 사용자 수 1위는챗GPT로 493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말 출시된 딥시크가 121만 명으로 2위를 차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딥시크 뿐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은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딥시크 ‘R1’ 발표 일주일 만에 중국의 빅테크 업체 알리바바가 새로운 AI 모델 ‘큐원 2.5-맥스’를 출시했습니다. 알리바바는 '딥시크'나 오픈AI의 '챗GPT', 메타의 '라마' 등을 모든 영역에서 능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 기업이 딥시크를 출시한 건 미국 산업에 대한 경고라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딥시크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독점 모델을 이용해 기술을 개발했다거나,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몰래 확보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곧바로 조사에 착수하며, 제재를 예고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의 말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 "딥시크가 정당하게 개발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들이 우리에게서 빼앗았거나, 훔쳤거나, 우리에게서 레버리지를 얻은 것을 활용함으로써 말이죠.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고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4,815억원을 투입해 초거대 AI 인프라 건설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앞으로 미중 간 AI 주도권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 대만, 일본 딥시크 '금지령'… 북한의 인공지능 기술은?

한편 중국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 관련 데이터 유출 가능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미국, 대만 등에서 딥시크 ‘금지령’이 나온 가운데, 일본에서도 사용 제한 방침을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도 5일 밤, 딥시크가 이용자의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논란 속에서 외교, 통상 분야 정부 부처들의 딥시크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이용자 정보 이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얘기입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중국 딥시크의 혁신형 인공지능 모델 개발 소식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지속적으로 인공지능 개발을 하고 있지만 주로 군사적 목적이나 주민 감시용 모델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북한의 AI 분야 연구논문 수도 세계 하위권 수준으로 평가되는데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해 8월 내놓은 ‘북한의 AI 연구 국제 네트워크’ 보고서에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북한의 AI 논문 건수가 161건으로 전 세계 145위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인공지능 굴기 이끈 2030 과학자들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딥시크 성공신화의 중심에는 창업자 ‘량원펑’이 있습니다. 1985년 광둥성 진장시에서 태어난 량원펑은 중국 국내파 인공지능 전문가입니다. 중국 공학 분야 명문인 저장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량원펑은 ‘인간 수준의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2023년 딥시크를 설립했고, 연이어 인공지능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량원펑은 딥시크 설립에 중국 이공계의 젊은 천재들을 기업 인재로 적극 활용했다고 하는데요,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 주요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채용하며 뛰어난 연구원에게 13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직원수는 약 150명 수준이지만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딥시크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중국에서 ‘인공지능 천재 소녀’로 칭송받는 뤄푸리(羅福莉)라는 30대 젊은 여성 과학자입니다.

뤄푸리는 2015년 베이징사범대학 전자학과에 입학했으며, 전자학과보다 컴퓨터학과의 미래가 밝고 석사 진학의 길도 넓다는 교수의 조언에 컴퓨터학과로 전과했습니다.

2019년 석사 학위를 받자마자 중국 대표 정보기술 기업 알리바바 산하의 연구소에서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했고, 알리바바의 첫 거대 언어 모델(LLM) 앨리스마인드 개발 때 일부 프로젝트를 맡으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딥시크 입사 후 딥시크 고성능 인공지능 생성형 모델의 핵심 기법을 도입한 V2 모델을 개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뤄푸리는 지난해 12월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개발 업체인 샤오미 창업자이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레이쥔으로부터 연 137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제안받았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뤄푸리가 창업한다면 하루 아침에 스타 기업을 만들어 엄청난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딥시크의 성공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중국은 인공지능과 양자 분야에서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이공계 교육 중시 정책과 과학 존중, 기술 발전에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특허출원 건수만 보면 중국이 3만8천 건으로 미국보다 6배가 더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중국은 AI 분야에서 미국의 독주를 저지할 만큼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런 성과가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미국의 전방위적 중국 견제가 수년째 이어진 가운데 나온 것이라서 더 놀랍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에서는 수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공대로 진학한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은 이공계 연구·창업에서는 ‘묻지마 지원’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아무 조건을 달지 않고 거액을 투자하고 연구 내용에 간섭도 없다고 합니다. 성과는 철저히 개인에게 돌려주고 결과가 나빠도 도덕적 해이가 아닌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같은 파격적인 대우는 인터넷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등 통제가 일상인 북한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인데요, 중국처럼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 성과를 내려면 청년과학인재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개방적 환경을 조성이 중요하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오디오 소스 : 로이터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