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우원식 한국 국회의장을 만나 환대했습니다. 특히 올해 한국의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관련 소식,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시진핑, 우원식 한국 국회의장 면담
"APEC 정상회의 참석 진지하게 고려"
[현장음] 9회 아시아동계올림픽 선언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헤이룽쟝성 하얼빈에서 우원식 한국 국회의장을 만나 40분 간의 긴 면담을 가졌습니다. 시 주석이 한국 국회의장을 접견한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11년 만의 일입니다.
주제는 한중 관계의 발전, 면담 시간도 예정된 시간에서 2배 이상 길어졌습니다.
시 주석은 면담 내내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는데요, 우 의장이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참석을 요청하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은 관례”라며 “관련 부처와 함께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PEC 정상회담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원국의 정상들이 해마다 11월, 한자리에 모여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비공식 회의입니다. 올해는 신라의 수도, 천년의 고도로 불리는 한국의 경주시에서 개최됩니다.
시 주석은 이날 면담에서 특히 한중 문화 교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우 의장이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 문화 개방을 통해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 감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자, 시 주석은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에 매력적인 부분으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 사드(THAAD) 배치에 반발해 중국 정부가 내린 한한령, 즉 드라마, 영화, 가수 공연 등의 한국의 대중문화를 금지하는 정책의 해제를 에둘러 요청한 것인데 시 주석도 이에 공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중국 언론도 시 주석과 우 의장의 면담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한중 양국 관계의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섰습니다. 인민일보는 지난 8일, 2면 상단에 시 주석과 우 의장의 면담 사진과 관련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중국 CCTV도 이날 저녁 뉴스에서 동계 아시안게임 연회에 참석한 시 주석과 우 의장이 맨 앞줄에 서서 입장하는 장면을 보도했습니다.
우원석 의장 각별 예우, 중국의 속내는?
중국이 이렇게 우 의장 일행을 환대하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본격화된 미중 무역 전쟁이 속에서 한국을 끌어안아 외교적 고립을 막고,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시진핑 주석이 우 의장에게 “중국은 개방과 포용 정책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고 말한 것도 미국의 관세·무역 전쟁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불필요한 외교적 분쟁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이 동맹국들과 협력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 중국은 한국 외에 일본, 인도 등과도 최근 무비자 정책, 수산물 수입 재개, 국경 분쟁 관리 등으로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우 의장을 만난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민감한 문제를 원만히 처리해 중·한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유지·보호하자”고 말했는데요, 여기서 ‘민감한 문제’라는 표현은 중국이 사드 문제를 언급할 때 사용해 온 용어입니다.
중국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한국도 호응하고 나섰는데요, 심지어 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총비서를 초청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9일 언론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경주에 초청하면 노벨평화상 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를 초대할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만약 김 총비서가 초대를 받는다고 해도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가 내민 손을 스스로 뿌리치고 ‘은둔의 굴’로 들어간 김정은 총비서가 굴에서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김 총비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기대하겠지만 지난 7일 미일 정상회담 성명서에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명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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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지난해 혼인 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20% 넘게 감소하며 4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높은 양육비와 교육비용 부담, 실업률 부족에 청년층이 선뜻 가정을 꾸리지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 지난해 혼인 건수 20.5% 급감… 통계 이래 최저
10일 차이신과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민정부는 지난 8일 공개한 ‘2024년 4분기 민정 통계 데이터’에서 중국의 지난해 혼인신고 건수가 전국에서 610만 6천 쌍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년도 혼인신고 건수 768만 건에서 20.5%(157만 4천 건)나 급감한 것입니다. 또 1980년 혼인법 개정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1,346만 9천 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부터 9년 연속, 줄었습니다. 2019년에는 927만 3천 건으로 1천만 쌍이 무너졌고, 2020년 814만 3천 건, 2021년 764만 3천 건, 2022년 683만 5천 건 등 가파른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중국에서는 상서로운 해로 여겨지는 용띠 해인 지난해 출생아 수가 954만 명으로 8년 만에 소폭 늘어났지만, 여전히 1천만 명을 밑돌면서 총인구도 3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출산 지원책을 도입하고, 대학에서 연애·결혼 관련 강의를 도입하도록 촉구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임 인구 감소와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등의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혼인신고 건수가 줄어드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의 청년인구 감소입니다. 중국의 전체 인구는 여전히 14억 명 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16세부터 24세까지의 청년층 비중은 지난 2010년 약 20%에서 2022년 약 10.5%로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결혼 적령기로 꼽히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 인구도 이 기간, 지속 감소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강이 중국 국가통계국 국장의 말입니다.
[강이 국가통계국 국장] "연령대별 인구 구성은 16~59세 인구가 8억 6천만 명으로 전국 인구의 60.9%를 차지했고, 60세 이상 인구는 3억 1천만 명으로 전국 인구의 22.0%를 차지했으며, 그 중 65세 이상 인구는 2억 2천만 명으로 전국 인구의 15.6%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높은 양육·교육 비용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또 최근 수년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있어도 장기적인 전망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도 결혼·출산 기피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통계 없지만 중국 못지않은 북한의 혼인, 출산 기피…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다’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인 중국도 이러한데 빈곤한 북한의 결혼 기피율은 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는 북한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하죠, 오죽하면 북한 당국이 국가 차원의 결혼, 출산 독려 분위기를 조성할까요.
통일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 집권을 전후해 여성들의 평균 결혼 연령이 24.6세에서 25.9세로 1.3세 늘어났다고 합니다. 가정 경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지워지는 상황에서 북한 여성들 사이에 결혼을 가능하면 늦게 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경제적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잘 내세울 능력이 되지 않으면 아예 자식을 낳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자녀에게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다는 것이 북한 사람들의 솔직한 마음일 겁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총비서는 어린 딸은 어디든 데리고 다닙니다.
많은 북한 청년이 경제난에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을 하고도 출산을 고민하지만 수천에서 수만 달러에 달하는 비싼 명품 옷과 가방을 걸치고 부를 과시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자녀와 부인, 측근들. 이들을 바라보는 북한 청년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오디오 소스 : AP
에디터 : 이현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