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당국, '화교' 비밀 감시에서 노골적 공개 감시 전환
- 중국 다녀오면 벽 뚫어 '도청'
- 일부 화교의 비자에 '왕복' 대신 '출국' 도장 찍힌 이유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북중 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북한이 중국을 오가는 화교들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거주 화교들이 불안을 넘어 분노를 느낄 정도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최근 중국 단둥의 대북 소식통은 “올해 중국에 나온 많은 화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중국에서 거주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화교들이 과거엔 중국과 북한을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하며 돈을 벌었지만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는데요, 특히 최근 들어 화교들을 잠재적인 간첩으로 간주하고 감시·통제를 부쩍 강화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0월 중국 단둥에 나온 평성 출신의 화교 이 모 씨는 “지역에서 화교들에 대한 감시·통제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전에는 비밀 감시원들이 몰래 감시했지만 최근엔 보위부나 안전부의 지시를 받은 감시원들이 노골적으로 화교들의 집 주변에 틀고 앉아 동향을 감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생일날이나 명절에 사람이 모이면 참석한 인원들에 대한 파악과 음식의 종류, 돈은 얼마나 썼는지까지 샅샅이 파악하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특히 화교들이 중국에 다녀오거나 중국에 다녀온 다른 화교와 접촉하면 보위부가 집 벽에 구멍을 뚫고 도청 장치를 설치하거나 감시원을 시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8월 중국에 나왔다는 평양 출신 화교 최모 씨는 보위부에 불려가 3달간 혹독한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중국에 드나들면서 한국인 선교사를 만나, 그를 통해 북한 정보를 넘겨주고 종교 관련 자료를 받아 북한에 반입했다는 죄목이었지만 3달간 조사 끝에 최 씨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는 “보위부 조사관에게 공화국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의 지원을 해왔는데 이렇게 죄인 취급을 하냐고 따지자 ‘화교는 존재 자체가 죄인’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북한 땅에 사는 것을 후회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최 씨는 “보위부 조사에서 풀려났다고 해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며 항상 감시받고 언제 다시 체포될지 몰라 늘 조심하며 살았다”고 전했습니다.
최 씨가 보위부 조사를 받는 동안 그의 가족들도 감시와 통제를 받았습니다. 우편물이 오거나 물건이 오면 담당 안전원의 검사를 받은 후에야 수령 가능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중국으로 나오기 위해 담당 보위원에게 중국돈 1만 위안(약 1,300달러)을 고이고 비자를 받은 최 씨는 “앞으로 북한에 돌아가지 않고 중국에 영구 거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더 이상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화교들을 사실상 추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화교 소식통은 “최근 중국에 나온 다수 화교들의 비자에는 여행 기간이 끝나면 북한으로 귀국할 수 있는 ‘왕복’이라는 문구 대신 ‘출국’이라는 문구가 찍혔다”며 “감옥에 보낼 수도 없고, 관리가 어려운 화교들을 중국으로 영구 추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비자에 ‘출국’이라는 문구가 적힌 화교들의 여권 뒷면에는 영어로 ‘CANCLE’이란 도장이 찍혔는데 더 이상 사용 불가능한 여권임을 의미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영어로 ‘CANCLE’은 취소한다는 의미입니다.
비자에 ‘출국’ 도장을 받고 나온 화교들의 다수는 코로나 이전 중국을 드나들면서 탈북민 가족에 돈을 송금하고, 한국 드라마가 담긴 USB를 북한에 반입해 유포시킨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았던 전력이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또 “요즘은 화교들이 중국에서 식량이나 물자를 많이 구입해 들어가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화교에 대한 북한의 감시·통제가 강화된 이유가 최근 냉랭해진 북중 관계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평성 출신 화교 이 모 씨는 “2018년과 19년 시진핑과 김정은이 만나고 북중 간 교류가 많을 땐 화교들에 대한 대우가 좋았다”며 “지난해 북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화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 국적이라는 특수 신분으로 북한 사회에 동화되지 않는 화교들에 대한 경고장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화교들은 중국과 북한을 자유롭게 오고 가며 여행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에 비해 자유로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부러움을 사지만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중국 텐진 외대 겸임교수인 최경희 SAND 연구소장의 말입니다.
[ 최경희 소장] "북한이 그동안 특수한 신분으로 느슨하게 관리하던 화교들도 북한 주민과 다를 바 없는 감시·통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간첩죄를 화교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전역에서 집단 또는 개별 거주하며 재산을 축적해 ‘돈주’로 불리는 화교들의 경제적 영향력 축소를 노린 조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경제력을 키워, 장마당 경제의 큰손으로 자리잡은 화교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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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수년째 고위 관료에 대한 부패 조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억 달러의 비리 사건에 연루된 지방정부 고위 공무원을 지난 17일, 사형했습니다.
중국 CCTV에 따르면 네이멍구 자치구 싱안멍 중급인민법원은 최고인민법원의 승인을 받아 이날 오전 리젠핑 네이멍구 후허하오터 경제기술개발구 당 공작위원회 전 서기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앞서 싱안멍 중급인민법원은 2022년 9월 횡령, 뇌물 수수, 공금 유용, 조직 폭력배 방조 혐의 등으로 리젠핑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정치적 권리 영구 박탈과 재산 전액 몰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리젠핑이 항소했으나 고등 인민법원은 지난 8월 이를 기각하고 최고인민법원으로부터 사형 집행 승인을 받았습니다.
리젠핑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30억 위안(약 4억 달러) 이상의 횡령·뇌물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한 국유 자금 14억 3,700만 위안(1억 9,700만 달러) 횡령 혐의, 뇌물 5억 7,700만 위안(약 7,900만 달러) 수수 혐의, 공금 10억 5,500만 위안(약 1억 4,400만 달러) 유용 혐의 등입니다.
이 사건은 네이멍구 자치구에서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 비리 사건으로 기록됐는데요, 리젠핑은 비리 자금을 도박과 서화·골동품·귀금속 등을 수집하는 데 사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최근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몇 년째 당정 고위직 반부패 숙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올해 1월 중국 최고위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칼날(刀刃)을 안으로 향하게 하는 용기를 통해 적시에 각종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고 당의 생기와 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번 리젠핑 사건 이전에도 화룽자산관리회사 전 회장인 라이샤오민이 약 17억 위안(약 2억 3300만 달러) 규모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2021년 사형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 지난 10월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부행장 출신 판이페이가 뇌물 수수와 직권 남용 혐의를 받고 법원으로부터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고위 간부들의 부정부패 하면 북한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국제투명성기구(TI)가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은 평가 대상 180개국 중 171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뇌물 등 부패 문제를 주요 이유로 지적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최근 공개한 내부 영상을 보면 손광호 체육성 부상을 비롯해 고위 간부들이 부패 혐의로 중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위급 대북소식통은 “김정은 총비서의 그림자로 불리는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와 현송월 당 부부장 등 최측근 인사들은 각종 뇌물수수는 물론 매관매직도 한다”며 “부정부패의 원흉들은 처벌 받지 않고, 힘 없는 하급 간부들만 부패 척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