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주민들의 생계가 극한에 달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양강도 혜산시 주민들이 감자껍질을 모아 겨울식량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실 북한주민들에게 사계절 중에 가장 힘든 계절은 겨울입니다. 겨울은 식물이 자라지 않으니 먹을 것이 없으면 꼼짝 못하고 굶어야 하고 추워서 난방비까지 지불해야 하니 생활비가 곱절로 듭니다. 엄혹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는 미리 땔감도 준비하고 식량과 부식물도 마련해 두어야 하는데 상황이 너무 어렵다 보니 이것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이런 걱정 없이 사는 가정들도 있지만 겨울나기 준비를 하지 못해서 생계가 어려운 집들이 이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이 개, 돼지 등 집짐승의 사료로 이용되던 감자껍질까지 먹으려고 나서는 것은 고난의 행군 이후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고 합니다. 올해는 김장을 담그지 못한 집들도 많아 졌습니다. 배추농사가 안 되고 국경봉쇄로 수입도 안 되다 보니 배추가 부족하고 값이 올라 김장을 할 형편이 안 된 것입니다. 겨울에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반찬인 김치조차 없으니 맨밥을 먹어야 할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마르크스 경제학에서는 빈궁(빈곤)이라고 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 계급은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 더욱 빈궁해 진다고 했습니다. 상대적 빈궁이란 자본가들의 부는 끊임없이 늘어나는 반면에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하게 되는 것이며 절대적 빈궁이란 노동자의 취업조건, 노동조건, 주택 및 기타 생활조건이 이전에 비해 더 나빠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에서는 마르크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절대적 빈궁과 상대적 빈궁을 자본주의 사회의 불합리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로 비판했고 빈궁의 근원은 자본주의 제도와 자본가 계급에서 찾았습니다.
현재도 자본주의 나라에는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절대적 빈곤보다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빈곤문제가 더 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에는 절대적 빈곤상태에 처하면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절대적 빈곤 가구는 없습니다. 그러나 커지는 빈부격차 문제는 해결할, 마땅한 방도가 없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상대적 빈궁보다 절대적 빈궁이 더욱 당면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절대적 빈궁의 기준은 생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간단한 식품과 옷, 주거, 연료의 충족여부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겨울 식량과 김치, 땔감이 부족한 가구는 절대적 빈궁 상황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2018년 북한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1천 500만 명이 절대적 빈궁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후,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북한의 경제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어 절대적 빈궁 가구는 훨씬 더 늘었을 것입니다.
상대적 빈궁의 원인은 개인적 요인, 사회구조적 요인 등으로 분석하지만 절대적 빈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가입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북한이 아직도 경제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민들이 빈궁상태에 있는 것은 국가의 경제정책이 잘못된데 원인이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없는 돈마저 마구 쓰고 있습니다. 추론에 의하면 올해 미사일 발사에 든 비용은 7억 5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입쌀을 250만 톤 넘게 구입하여 8개월 동안 북한 전 주민에게 공급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북한당국은 빈궁에 빠진 가구들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세울 대신 이렇게 돈을 낭비하면서 주민들에게 집단주의 미풍을 발휘하여 어려운 집들을 돌보라며, 책임을 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노동계급의 빈궁화를 자본주의사회의 폐단으로 비판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본주의 체제를 사회주의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북한에서도 빈궁문제를 해결하려면 체제를 바꾸어야 합니다. 북한지도부가 주장한 논리가 부메랑이 되어 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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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