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용 자폭 드론, 즉 무인기 생산 기지에 투입된 북한 노동자 문제를 미국 연구기관들이 ‘국가 주도 인신매매’로 규정했다. 또 무인기 생산 기지는 이란의 드론 설계, 중국산 핵심 부품, 북한의 노동력이 한 공장에서 결합된 ‘크링크(CRINK: 중국·러시아·이란·북한)’ 공조의 실체라는 점도 지적했다.
한 드론 공장에 모인 4개국... 러 드론 공장의 ‘크링크(CRINK)’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조지 W. 부시 연구소는 14일 보고서 ‘옐라부가 드론 생산에서의 인권 유린(Human Rights Abuses in Drone Production at Yelabuga)’을 발표하고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옐라부가 인근 알라부가 경제특구 내 드론 공장에서 이란의 ‘샤헤드’를 개량한 러시아판 ‘게란’ 드론이 생산된다고 밝혔다.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공장은 약 17개 시설, 최대 116개 건물 규모이며 매달 5천500대 이상의 드론을 생산할 수 있다.
공동 저자인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4개국의 정치·군사·경제적 밀착도를 데이터로 측정하던 중 우연히 이 공장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빅터 차] 이건 사실상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크링크’라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중국의 자금과 마이크로전자 부품, 이란이 설계한 드론, 그리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전쟁에 쓰일 수천 대의 드론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초기에 완제품 샤헤드 드론을 러시아에 대량 공급했고, 이후 러시아가 공급망을 현지화해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과 노하우도 제공했다. 또 러시아 드론의 핵심 전자부품 약 80%가 중국산이며, 2023~2024년 중국 기업들이 알라부가와 맺은 계약만 약 9천600만 달러에 이른다.
보고서는 ‘크링크’가 공식 동맹은 아니지만, 서로가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하고 분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석좌는 북한이 3년 반에 걸친 코로나 봉쇄로 바닥난 식량과 연료를 메우기 위해 이 위험한 협력에 뛰어들었다고 말하고, 북한 지도부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장 혁명’을 지켜보며, 북한군과 군수 산업 전반의 드론 역량을 대폭 끌어 올려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급 2.5달러...임금 70-90% 북한 정권이 챙겨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DIU) 자료를 바탕으로 이곳에 배치된 북한 노동자를 최대 1만 2천 명으로 추산했다. 앞서 11개국이 참여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공장의 북한 노동자 규모를 최대 2만 5천 명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들의 시급은 미화로 약 2.5달러 수준으로, 번 돈의 70%에서 많게는 90%까지 북한 정권이 고스란히 뜯어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보고서는 러시아 기업이 주도하는 일반 외국인 모집과 달리, 북한의 인력 파견은 명백한 ‘국가 주도형 인신매매’로 규정하면서 북한 노동자 송출이 북한의 핵심 무기 거래 기관이자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인 ‘청송연합’의 위장회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탈북민 출신 조셉 김 부시 연구소 글로벌 정책 프로그램 매니저는 피해자가 비단 북한 노동자뿐만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조셉 김 매니저] 피해자는 최대 1만 2천 명의 북한 노동자들과 러시아 청년들, 그리고 중남미, 아프리카, 유라시아, 동남아 등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이 인신매매 네트워크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허위 광고로 시작됩니다. 높은 임금을 받고 서비스업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 속이지만, 실제로는 우크라이나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드론 공장 조립 라인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드론 공장, 북한에 그대로 복제 가능”
보고서는 현장에 파견된 북한 기술자들이 귀국길에 오르며 대량생산 노하우를 고스란히 챙겨갈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에도 새로운 차원의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나선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이번 보고서를 군사적 관점에서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태영호 사무처장] 북한의 드론 위협은 한국에서 불과 500km 거리에 있습니다. 현재 1만 2천 명의 북한 노동자가 이 지역 드론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해당 공장을 북한 안에 쉽게 그대로 복제할 수 있습니다.
또 그는 크링크 4개국 중 3개국은 이미 핵보유국이며 이란도 잠재적 핵보유국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이란 분쟁을 어떻게 종식할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이 전쟁으로도 이란의 핵 보유 야망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북한과 이란 간의 협력이 어떤 양상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제재 권고…“집행력 강화가 관건”
끝으로 보고서는 미 재무부가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문책법’을 가동해 인신매매를 돕는 조력자들을 직접 제재하고, 미국 주도로 유엔 차원의 알라부가 다국적 조사팀을 꾸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문책법은 심각한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이 있거나 이에 가담한 외국인을 미국이 제재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와 관련해 조셉 김 매니저는 법과 집행은 다르다며,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집행 역량을 현대화 및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제재를 만드는 데는 대략 3개월 안팎이 걸릴 수 있지만, 제재 대상은 며칠이나 몇 주 만에 주소를 바꿔 제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재관여를 모색한다면 북러 관계 문제가 의제 최상단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다만, 대통령이 이 문제를 꺼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에디터 노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