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해남도 옹진군이 지난 여름 장마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장마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고 수십 채의 주택이 무너져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으나 복구가 늦어져 아직까지 일부 농민들은 임시로 만든 반토굴집(땅을 일부 파고 들어가 임시로 지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평안북도의 주민소식통은 13일 “며칠 전 황해남도 옹진군 친척한테서 장마 피해 소식을 들었다”며 “복구가 늦어져 아직 반토굴에서 생활하는 주민이 있다는 말에 많이 놀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다.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진 지역은 황해남도 옹진군 송월리와 해방리이다. 8월 초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가뭄이 심해 애를 먹었으나 8월 중순 이후 큰 비가 많이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소식통은 “비가 쏟아지는 시간이 만조와 겹치면서 도로와 제방이 파괴되고 3개 작업반에 속한 주택 60여 세대가 물에 잠기거나 무너졌다”며 “100여명이 집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았고 8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도 수십 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금 수입원’ 가축 피해도 적지 않아
농작물 피해는 물론 가축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종자 돼지(새끼를 낳을 수 있는 어미 돼지) 25마리를 비롯해 농민들이 애지중지하는 돼지150여 마리가 물에 떠내려가거나 죽었으며 닭, 개 등의 피해도 막심했다. 북한 농민들은 개인 현금 수입을 늘리기 위해 가축으로 돼지를 많이 키운다.
문제는 두 지역 모두 피해 복구가 신속하게 충분히 진행되지 못했고 당국으로부터 전혀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역 주민들은 옹진군에 피해 정형(실태)을 보고하며 지원을 요청했으나 군청은 자체로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정부가 지정한 피해가 큰 지역에 구호물자를 보내야 하므로 작은 피해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올여름 장마로 피해를 본 지역이 한둘이 아님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리 당국은 지역 내 농민과 학생들을 총동원해 물에 잠긴 농경지 복구에 몰두했다. 눈에 확 띄는 도로와 제방 복구도 그럭저럭 진행됐다. 하지만 주택 복구는 매우 더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9월부터 옥수수 추수가 시작되면서 주택 복구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다.
이 소식통은 “이른 새벽부터 어두워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을걷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주택 복구를 할 겨를이 없다”며 “아직 30세대가 넘는 농민들이 땅을 파고 임시로 지은 반토굴집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토굴집 생활이 매우 불편하지만 농민들은 드러내놓고 불평도 못하고 매일 가을 추수에 동원되고 있다. 자칫 당국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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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남도 해안 지역은 지대가 낮아 만조 때 비가 많이 내리면 물에 잠기는 경우가 많다. 송월리와 해방리도 해안 지역으로 2020년에도 논과 밭, 마을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장마 피해 지역이 많아 북한 당국은 자체 복구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군 자체로 복구를 진행했지만 충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올 여름 재차 장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토굴집 사람 살 곳 아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지방 간부들이 장마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며 책임을 따진 것으로 전해진다. 양강도의 주민 소식통은 14일 “옹진군 장마 피해에 대한 책임은 제일 말단 초급 간부들이 졌다고 한다”며 “리 간부도 아닌 작업반장 6명이 무보수노동에서 1년 6개월 징역형까지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두만강 유역을 휩쓴 장마로 대홍수가 발생해 1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2016년 당시 집을 잃고 4개월 동안 반토굴집에서 살았던 회령 출신 김은실(가명)씨는 반토굴집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오는 날이면 벽 흙이 무너져 내리고 물이 줄줄 흐른다. 습기가 너무 많아 자고 일어나면 이불이 축축하게 젖어 있다”며 “음식 할 때 연기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다. 정말 사람 살 곳이 아니다”고 전했다.
에디터 이용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