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한 북한군과의 전우애를 그린 전쟁영화 제작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의 영화 제작사 ‘브레먀 키노’는 13일 러시아 문화부 청사에서 열린 제작 지원 심사 발표 행사에서 ‘수자(Sudzha): 전우들’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 제목인 ‘수자’(Sudzha)는 러시아 쿠르스크주 수잔스키구에 있는 도시이자 행정 중심지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0km 떨어진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 행사는 러시아 문화부 주최로 진행됐으며, 영화 ‘수자(Sudzha)’ 역시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우크라이나군의 수자 ‘침공일’에 맞춰 내년 8월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배급사 측은 밝혔다.
전쟁 자원하는 북한 청년 묘사
제작사가 이날 공개한 ‘수자’ AI 티져 영상은 평화롭던 마을에 폭탄이 떨어지고, 우크라이나 군과 러시아군이 전투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티저 영상을 보면 러시아 파병을 자원하는 북한 청년과 이를 말리는 듯한 어머니의 대화가 나온다.
어머니: “그건 네 전쟁이 아니야”, 아들: “거긴 제가 필요해요”

이 영화 연출을 맡은 뱌체슬라프 키릴로프는 이날 행사에서 “영화 ‘수자’(Sudzha)는 완전히 다른 두 영웅, 즉 러시아 군인과 북한 군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하면서 “이들은 서로 다르지만 영화 내내 음과 양처럼 서로를 보완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고 밝혔다.
키릴로프 감독: 그들(북-러군인)을 하나로 묶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정의의 유전자’라고 불립니다. 과학은 그러한 유전자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지만, 우리 러시아인들은 그것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곤봉 하나를 들고 기관총 사수를 향해 달려가거나, 수류탄을 들고 탱크로 뛰어드는 영웅적인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북한군과 러시아군을 통해 보여주는)주인공들의 관계를 통해 관객에게 이 주제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촬영 일정으로 이날 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한 북한군 역을 맡은 주연 이혁정 배우는 인사 영상으로 “더 이상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 누군가의 어깨가 곁에 있음을 느끼면 그것만으로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혁정: 어깨를 나란히 하면 아무리 험한 산도 길이 됩니다. 저는 관객들이 제 역할을 통해 이를 이해하고 깊이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제게 영광입니다.
35살로 소개된 북한군 역의 이혁정 씨는 러시아 국립 연극 예술 대학교인 기티스(GITIS)를 졸업했으며, 몇몇 드라마 등에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서 러시아 문화부 고문이자 쿠르스크 지역 전투 참가자인 일리야 스푸냐코프는 제작자 바딤 올레이니크에게 “(티저 영상에는) 북한군이 초기부터 전투에 참여한 것처럼 나오는데, 실제로는 2024년 말쯤 도착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그들이 없었다. 영화의 사건 연대기가 실제와 일치하느냐”는 질의를 던지기도 했다.
이에 올레이니크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과장하지 않을 것이고 사건들을 명확히 구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본은 러시아 국방부의 승인을 받았으며 자문관도 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군 병사들의 희생도 작품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러, 북러 군사 협력의 영웅적 서사 필요성 느껴”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은 15일 RFA에 북한과 같이 러시아도 북러 군사 협력의 서사를 대중에게 보여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고 군사적 지원을 하는 체제는 북한 밖에 없다는 것에 고마움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한범 연구위원: 북한은 러시아에게 아주 고맙고도 소중한 존재다 이렇게 볼 수가 있고, 향후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대규모의 고강도의 군사적 긴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요. 북한으로부터의 무기 병력 지원이 계속 필요한 겁니다. 따라서 이런 영화라든지 다양한 이 북러 군사 협력의 영웅적 서사를 프로파간다로 활용해야 되는 상황인 거죠.
영화 ‘수자’(Sudzha)는 단순한 전쟁 드라마를 넘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 관계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러시아 측이 북한군의 참전과 희생을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흐름 속에서, 영화가 양국의 군사적 유대를 어떤 방식으로 재현할지 주목된다.
러시아는 2025년 4월 북한군의 전투 참여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며, 이후 양국은 북한군의 역할과 희생을 강조하는 기념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영화가 실제 전투에 대한 기록과 극적 서사를 어느 수준으로 담아낼 지는 향후 각본과 제작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6월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그해 10월부터 북한이 전투병과 공병 등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는 등 ‘혈맹’으로 밀착했다.
에디터 이용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