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은 전력 과소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가전제품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평양시민에 한해서 가전제품 사용제한 조치를 슬그머니 해제한 것으로 알려져 일반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주 친척 방문차 중국에 나온 평양 주민소식통은 “올여름 폭염 탓에 힘 좀 있는 평양의 간부들은 집에 냉풍기(에어컨)를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있다”면서 “밀수를 통해 중국에서 들여온 냉풍기는 수량이 많지 않은 탓에 힘없는 일반 주민들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특권층만의 전유물”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까지만 해도 고위급 간부가 아니면 집에 냉풍기를 설치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면서 “하지만 올여름 당국이 평양시 세대에 한해 고전력 소비 가전제품 사용에 대한 통제를 해제함으로써 평양시 간부들 사이에서 집에 냉풍기를 설치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고전력 소비 전기용품 사용제한을 해제한다는 당국의 정식 포치(공고)는 없었지만 하급 간부들까지 거리낌 없이 냉풍기 등을 사용하는 것은 당국이 사실상 전기사용 제한을 풀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일반 주민들도 예전에는 전기밥가마 같은 가전제품은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용히 사용했지만 지금은 거리낌 없이 내놓고 사용하는 것을 보면 평양의 전기사정이 많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면서 “평양시 중심가에는 하루 종일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전기 사정이 안 좋았던 변두리 지역도 심야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에 전기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평양 주민소식통은 4일 “평양의 전기사정은 지난 4월부터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부유층들은 냉풍기를 비롯해 중국산 대형 냉장고를 새로 들여 놓고 남조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풍족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언제 또 다시 평양의 전기 사정이 긴장할지 몰라 한편으로는 불안한 생각도 든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의 전기사정이 갑자기 좋아진 이유에 대해 당국에서는 말이 없고 간부들 조차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서 “주민들은 중국이 전력 원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막연히 추측할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평양 주민들이 전기를 충분하게 사용하는데 반해 우리나라 최대 수력발전소를 곁에 두고 있는 신의주의 경우는 초저녁부터 4-5 시간 정도의 전기가 공급되는 데 그치고 있어 전력공급에 있어서도 지방 도시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