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전시 식량 비축을 늘리면서 양곡판매소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7일,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 양곡판매소가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이후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에 의해 양곡판매소가 문을 닫게 된 배경이 추가적으로 밝혀졌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양곡판매소는 2021년에 시범도입되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며“애초 양곡판매소는 교체되는 전시 식량을 주민들에게 팔아주는(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는 자연재해와 전시 상황에 대비해 주민들에게 공급할 6개월분의 식량을 각 시, 군‘2호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며“또 인민군 후방총국과 인민군 각 군단, 사단에서 유사시 군인들이 먹을 식량 6개월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외 김정은이 직권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석폰트(예비물자) 식량이 있는데 주석폰트는 비밀이어서 얼마나 비축돼 있는지를 알 수 없다”며“이런 식량을 통틀어 전시 식량이라고 하는데 전시 식량은 2년에 한번씩 교체하도록 되어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엔 식량의 여유분이 없어 전시 식량을 제때에 교체하지 못했다”면서“그러나 2016년 이후부터 농사가 잘 되어 식량의 여유분이 생기면서 전시 식량을 꾸준히 교체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교체된 전시 식량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알 수 없었다”며 “그러다가 2021년 3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양곡법을 수정하고 양곡판매소 도입을 결정하면서 교체된 전시 식량을 양곡판매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팔아주게 되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지난해 7월, 전시 식량을 기존의 6개월분에서 1년분으로 늘리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리면서 여유 식량이 모자라게 되자 전시 식량 교체를 중단하게 되었다”며“전시 식량 교체가 중단되면서 양곡판매소도 주민들에게 팔아줄 식량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 기사
[ 북지방양곡판매소연이어문닫아Opens in new window ]
[ 양강도주민들, 보릿보개멀었는데벌써식량난Opens in new window ]
이와 관련, 양강도 양곡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3일“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비추어 전시 식량을 기존의 6개월분에서 최소 1년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시를 지난해 7월, 당중앙위원회 제8기 21차 정치국회의에서 김정은이 직접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가을부터 전시 식량 교체가 중단되고, 새로 전시 식량을 더 저축(비축)하기 시작했다”며“전시 식량 교체가 중단되면서 양곡판매소에 공급되던 식량도 끊기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가 식량을 공급하지 않아도 양곡판매소가 자체로 주민들로부터 식량을 수매 받아 눅은(싼) 값으로 팔아줄 권한이 있다”며“그러나 양곡판매소에헐값으로 식량을 수매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냐?”고 소식통은 반문했습니다.
양곡판매소는 장마당과 비교해 1천원 정도 싸게 수매받아 700원 정도 붙여서파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장마당 쌀 1kg 가격이 5천원이라면 양곡판매소는 주민들로부터 쌀 1kg에 4천원에 수매받고 여기에 700원 정도를 붙여 4천700원에파는 식입니다. 양곡판매소와 장마당 가격 차이는 300~200원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양곡판매소 운영 중단에 식량가격 오히려 하락
소식통은 “양곡판매소가 문을 닫자 주민들의 식량난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장마당을 통한 개인 간의 식량 거래를 허용했다”며“장마당에서 식량 거래를 허용하자 전국적인 범위에서 식량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양곡판매소가 문을 열었던 지난 1월 중순, 쌀 1kg의 가격이 8,500원(0.4달러)이었다”며“그러나 양곡판매소가 문을 닫고 장마당에서 식량 거래가 허용된 7일, 쌀 1kg의 가격이 8,000원(0.38달러)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 같은 사실에 주민들은‘최근 2년간 국가알곡생산계획을 초과했음에도 식량 가격이 계속 치솟았는데 그 원인을 이제야 알겠다’는 반응”이라며 "식량난을 해결한다는양곡판매소가 오히려 식량 가격을 올리는 주범이었다는 사실에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이제껏 장마당 장사꾼들은 항상 양곡판매소보냐 200~300원 비싸게 쌀을 파는데 양곡판매소가 자꾸 쌀을 비싸게 파니 장마당 장사꾼들도 그만큼(200~300원) 더 비싸게 팔고, 이렇게 반복하다 보니 장마당 쌀 가격도 계속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전시식량 보유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니 여유 양곡이 없어 양곡판매소가 문을 닫았고 이후 식량가격이 내렸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