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북한 임가공 무역의 실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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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북한의 대중국 섬유제품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의류업자들이 북한의 봉제공장들에 대규모로 임가공을 의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의 임가공 무역에 의한 의류제품 수출 실태를 2회에 나눠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북-중 간 임가공 무역 현황을 김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평양시의 한 소식통은 10일 “요즘 중앙과 지방 소속 무역기관(회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의류 임가공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유엔의 대북제재로 인해 섬유제품 수출길이 막히자 중국업체로부터 원단을 공급 받아 조선의 봉제공장에서 임가공으로 생산한 의류제품을 재수출하는 편법을 동원해 섬유제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조선에서 섬유제품 임가공을 하는 봉제 공장이 줄 잡아 1천여 개에 달하며 공장에서 일하는 봉제공들의 숫자는 100만명에 이른다”면서 “전국에 산재한 임가공 공장의 80%가 외국, 주로 중국업체로부터 의류임가공을 주문 받아 생산하는 중앙 무역기관 산하 업체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임가공을 대규모로 하고 있는 국가 무역회사들로는 중앙당 39호실 산하기관인 <은하지도국> <봉화지도국> <대성지도국> <모란지도국> <경흥지도국> <락원지도국> <청명알론지도국> 등 이 있다”면서 “이들 중앙기관들에 소속된 지방 공장들은 각각 중앙으로부터 생산 과제를 할당 받고 중국산 원단을 공급 받아 의류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우선 <은하지도국> 하나만 놓고 봐도 전국에 80여개의 지사를 두고 있으며 산하 공장들에 10만 여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다”면서 “이런 국영 무역회사 한 곳의 연 평균 생산량이 의류제품 100만장이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외에도 봉화지도국은 전국에 20여개의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가 해외에 보낸 7~8만명의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외화자금보다 현재 국내에서 수십만 명이 의류임가공으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훨씬 규모가 크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중국의 의류제조업체들은 세계 각국의 유명 상표 의류업체로부터 주문을 받고 있는데 그 물량이 어마어마 하다”면서 “중국업체들은 원단과 부자재를 우리나라의 봉제공장들에 들여보내고 임가공을 의뢰한 다음 완제품을 다시 들여가는 방법으로 의류제품을 만들어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런 방식으로 우리나라(북한)에서 임가공을 거쳐 완성된 의류는 각 나라의 유명 상표를 달고 중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원단과 부자재는 중국산이 맞지만 봉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제품은 엄연히 우리나라에서 생산해낸 조선산이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우리(북한)가 임가공으로 생산한 의류는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딱지를 붙여 보내지만 이들 제품 중에는 남한이나 일본의 유명 의류업체 상표가 붙어있는 경우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면서 “노골적인 생산지 바꿔치기가 결국 섬유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유엔 경제제재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