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시간에는 카타리나 젤위거 전 스위스 개발협력청(SDC) 평양사무소장으로부터 최근 북한의 홍수 피해 등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대담에 양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2006년부터 5년 간 스위스 정부 산하 개발협력청 소장으로 평양에서 거주하셨고, 그 외에도 1995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70 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다양한 인도적 지원활동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강원도와 황해도 등에서 홍수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홍수 피해 상황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계신가요?
젤위거 전 소장: 약간의 정보는 있지만 저도 현장에서 직접 정확한 내용을 들은 바는 없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국지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적십자사에서 수해로 안타깝게 집을 잃은 주민들에게 주방기기, 위생용품, 물통, 담요 등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동아시아 태풍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농작물 수확에 영향을 주는 농경지 홍수 피해가 더 악화되는 상황이 없기를 바랍니다.
기자: 한국 통일부 등에 따르면 이달 초순 강원도 평강군에는 북한이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었던 지난 2007년 같은 기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외부세계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는데요.
젤위거 전 소장: 저는 (100년 만의 심각한 홍수 피해로 고난의 행군의 출발점이 되었던) 1995년 홍수 이후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북한 국토 거의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었죠. 다만, 현재 북한 주민들은 그 때와는 다릅니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북한 당국도 자립경제를 다시 거론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북한 전역에 장마당이 있습니다. 아마 적십자사가 실태 파악(assessment) 중이고, 필요한 지원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현재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적십자사를 최대한 도와야 한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대북 지원 활동은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중단된 상태이니까요.
기자: 코로나19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한 북한 당국의 국경차단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북한 내 지원단체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사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운영 자금을 빌렸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젤위거 전 소장: 북한 내에서 활동하는 지원단체들은 은행 송금 통로가 없어 현금을 직접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희 코에이드(KorAid)는 평양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 지원활동을 위한 비용이 듭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대북 지원활동을 하는 유엔기구, 적십자사, 국제적인 민간단체들에게 송금 채널(banking channel), 즉 통로를 하나만 개설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저도 다른 소식통들로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현금을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데 (국경 통제로 그렇게 하지 못하니) 현금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원단체들이 은행을 통해 대북 송금을 한다면 송금 내역 기록이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위원회 등이 대북 지원활동으로 북한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audit)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요.
기자: 2015년부터는 직접 설립하신 민간단체 코에이드(KorAid)를 통해 북한의 장애인 지원사업을 하고 계시지요? 좀 소개해 주시죠.
젤위거 전 소장: 저희는 모두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홍콩에 기반을 둔 작은 단체입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하기도 하는데 모두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청각장애아 기숙학교와 같은 거주관리기관의 장애 어린이를 지원했습니다. 북한 조선장애자보호련맹(KFPD)이 필요한 지원 요청을 해 오면 저희가 상황을 평가해 지원하는데요. 강원도 원산, 함경남도 함흥, 평안남도 성천 등 기숙학교에서 영양개선을 위한 온실이나 기숙사 개보수를 지원했고요. 지난해 북한 내 10개 병원에서 9천 여명의 백내장 수술을 지원했는데 2015년 설립 당시 3천 명, 2016년 6천 명, 2017년 8천명, 2018년 9천500 명 이렇게 점차 지원대상을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카타리나 젤위거 전 스위스 개발협력청 평양사무소장으로부터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는 양희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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