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중국 주재 대사가 '무역통' 리룡남 전 내각 부총리로 전격 교체됐습니다. 경제난을 극복하려는 북한의 절실함이 반영됐다는 지적입니다. 지에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이 중국 주재 대사를 지재룡에서 리룡남 전 내각 부총리로 교체했다고 19일 발표했습니다.
전임 지재룡 대사가 주중 대사를 맡은 지 11년 만에 교체된 것으로 리룡남은 대표적인 '무역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4년 싱가포르 주재 북한 대사관 경제담당 서기관을 시작으로 대외경제성의 전신인 무역성에서 2001년 부상, 2008년 무역상, 2016년까지 대외경제상을 지낸 무역전문가로 2019년 내각 부총리 겸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올라 대외경제를 전담해 온 인물입니다.
리룡남 신임대사는 북한 간부로는 매우 젊은 편에 속하는 61세이며, 2008년 무역상에 임명됐을 당시에도 최연소 관리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이번 인사교체에 대해, 정성장 미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한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1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다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경제문제를 다시 논의한 것은 경제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특히, 자력갱생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절실함이 작용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정성장 연구위원: 북한이 올해 설정한 경제목표를 달성하고 경제회복을 위해서 주중대사를 전통적인 외교 엘리트가 아니라 과거 무역상, 대외경제상까지 지낸 장관급 경제 관료를 전격적으로 발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는 리룡남 신임대사가 베이징외국어대학을 졸업해 중국어도 능통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중국의 외교 엘리트 뿐만 아니라 경제 엘리트들도 두루 만나면서 북중 경제관계가 보다 더 전면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한, 북중 간 경제협력이 과거처럼 대표단 파견을 계기로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외교 경로를 통해 수시로 경협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리룡남 신임대사는 대외경제 분야에서 꾸준한 경험을 쌓은 기술관료(technocrat)라면서 지도부에 대한 연줄 보다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발탁된 것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북한이 경제 발전을 최대화하려면 부패 및 연줄이 중요한 체제에서 보다 정상화된 상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것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제재 등으로 멈춰있는 동안 김정은이 정권 내 일종의 정치적 변화를 주고, 어떻게 정권을 운영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계속해서 독재정권을 유지하겠지만 전문성 등의 기준으로 발탁된 관리와 더불어 정권이 이전과 비교해선 더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맥락에서 김씨 일가에 대한 연줄보다는 대중 교역에 밝은 인사를 주중대사로 전격 발탁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북중 관계가 실무진 차원에서 경제적 측면에 높은 비중을 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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