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각 지역에서 아스팔트 도로 보수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용차를 타고 다니는 간부들이 자기 편의를 위해 봉쇄가 일부 해제되자 '피치'부터 들여와 도로 보수에 나섰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북한은 자력갱생에 기반한 도와 도, 시 군과 시 군 사이 지역별 경쟁을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경쟁에는 지역 경제, 주민생활, 도시 미화 등 모든 분야가 망라돼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집권제 하의 북한 체제 특성상 지역 자체 힘으로 경제 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간 경쟁은 보통 도시미화사업과 국토관리사업에 한정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도내 각 지역에서 아스팔트 도로 보수 작업이 한창”이라며 “몇 년 만에 진행되는 아스팔트 도로 보수”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시내 도로 관리가 도시미화사업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며 “코로나 감염병 사태로 도로 보수에 쓸 피치를 들여오지 못해 지난 몇 년간 경성군에서는 아스팔트 도로 보수가 한번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경성군 읍내에서 주요 구간만 포장된 몇km 안되는 아스팔트 도로는 움푹 패이고 떨어져나간 구간이 많아 일반 흙 도로(비포장 도로)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일반 주민들은 사실 읍내 아스팔트 도로가 엉망이 돼도 별로 상관이 없다”며 “매일 차를 타고 도로를 이용하는 높은 간부들이 차가 덜컹거려 짜증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자가용차가 허용되지 않고 자전거가 시내에서 차 도로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아스팔트 포장이 된 시내 기본 도로를 이용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결국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일반 주민과 달리 차를 타고 다니는 간부들이 도로 보수에 더 극성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도로 상황을 보면 평양과 각 도를 연결하는 1급 도로 조차 포장이 제대로 안된 상태입니다. 평양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시내 중심부를 벗어나면 비포장도로가 이어집니다.
소식통은 또 “매년 가을 중앙 검열성원들이 전국을 돌며 도시 꾸리기, 녹화사업 등 국토관리사업 상태를 평가하는데 도로 관리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되어 있다”며 “지역 간부들이 자기 보신을 위해 주민 생활이 아니라 도로 보수에 더 관심을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도 1일 “지난주까지 단천에서도 몇 년만에 시내 아스팔트 도로 보수 작업이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원래 아스팔트 도로 보수는 도로시설사업소가 해야 할 몫”이라며 하지만 “아스팔트 도로 보수 작업을 앞두고 각 동 별로 주민 세대가 도로 보수에 필요한 콩 자갈(콩알 크기의 작은 자갈) 3바께쯔(양동이)씩 바쳐야 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특히 도로보수 작업이 시작되자 여느 때와 달리 못쓰는 자동차, 자전거 타이어와 고무 쥬브(튜브) 같은 것을 바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도로 보수를 위해 피치를 녹이고 자갈을 섞어 아스팔트 혼합물을 만드려면 석탄, 화목 등 많은 연료가 필요한데 이 연료를 충당하기 어렵고 또 화력을 세게 하기 위해 고무로 된 못쓰는 타이어 같은 것을 태웠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아스팔트 도로 보수에 필요한 피치는 각 시, 군에서 자체로 번 외화로 사와야 한다”며 “코로나로 막혔던 국경이 열려 중국에서 물자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자 간부들이 자기 편의를 위해 주민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피치부터 사다 도로보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