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의 금융분야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개혁개방의 신호탄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홍알벗 기자입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김정은 시대 북한의 금융제도 변화'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금융제도 분야의 다양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함경북도은행과 자강도은행 등 새로운 은행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단일은행 제도가 이원적 은행제도로 전환되는 등 조직적, 기능적 분리 상황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일반 주민은 현금으로 구매하고 기업은 예금통화와 비슷한 무현금만 거래에 사용하도록 하는 '현금-무현금 구분 제도'가 사회주의 금융제도의 대표적인 특징인데 여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업은 은행계좌에서의 현금 인출 및 기업 간 현금결제가 허용되는 등 종전의 무현금 화폐가 구매력이 있는 능동적 화폐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이와 같은 금융부문에서의 변화는 그 수준이 구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또는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변화를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는 걸까?
한국은행은 이와 같은 변화가 개혁성 측면에서는 진일보한 조치이지만 은행의 예금 규모가 극히 저조하고, 또 상업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변화의 실효성이나 발전성은 제한적일 거라고 분석했숩니다.
이에 대해, 마크 배리 국제세계평화학술지 편집장은 26일 전자우편을 통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과 달리 북한은 국제 상거래 및 국제 금융시스템의 대부분을 활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상태"라고 전제한 뒤 "이러한 북한 금융체계의 변화가 정확하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대북제재가 철회되고 북한이 국제금융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의와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대 샌디에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경제학 교수도 전자우편으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금융개혁을 한다해도 행위자가 그것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북한 무역회사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도 이날 "김정은 정권 하에서 북한은 개혁을 실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중앙 집중화로의 복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동안 계속되고 있다"면서 "북한이 어떻게 전염병에서 벗어 나는지 보기 전까지는 북한이 중국과 유사한 개혁과 개방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보기엔 너무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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