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정부의 미국인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다음 주로 유효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연장과 해제를 주장하는 논쟁이 뜨겁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9월1일부터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해 온 조치는 미국 국무부가 연장하지 않을 경우 1년 간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인 8월 31일 종료됩니다.
여행금지 조치를 연장할 지 여부에 대한 국무부의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여행금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금지조치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인터넷 등의 토론 공간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의료교류 차원에서 북한을 18차례 방문한 키 박(Kee Park)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교수는 지난 23일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에 기고한 글에서 여행금지 조치를 즉시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교수는 최근 진행되는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도 10만에 이르는 한인 이산가족이 북한의 가족을 찾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북한여행 금지조치가 이들의 가족상봉 길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재미 한인 이산가족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허용해 달라고 국무부에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키 박 교수 : 국무부에 여행금지조치 해제를 요청했습니다. 당장 해제가 안될 경우에도 인도주의 방문 비자의 유효기간을 일년 동안 보장하는 것과 이산가족의 가족방문 북한여행 허용 등의 예외 조치를 인정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북한에 농업 기술 지원을 하고 있는 미국의 비정부 구호단체인 미국친우봉사단(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도 최근 발간한 정책 제안서인 ‘대북 관여(Engaging North Korea)’ 보고서에서 미북관계 발전을 위해 인도주의 지원활동을 제한하는 미국 정부의 행정조치 완화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미국의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자신의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에 박 교수의 기고문을 소개하며 그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 당국이 주민의 이주 또는 여행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토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인들이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곳에 가서 북한 당국의 인질이 되거나 사망할 수도 있는 북한 여행금지 해제와 관련한 논쟁은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문제보다 시급하지 않다는 게 스탠튼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자신을 인권변호사라고 소개한 미국인은 스탠튼 변호사의 트위터 글에 찬성한다면서 노동교화소에 끌려간 북한 주민의 참담한 모습을 그림으로 고발한 탈북자들의 증언 등을 볼 때 북한 여행에 나섰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안전한 곳이라고 확신하기 전에 여행금지를 해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2017년 9월1일 자로 시행된 행정명령은 1) 언론인2) 국제 적십자요원 3) 인도주의 구호 요원 4) 그외 국익을 위해 여행하는 경우를 제외한 관광이나 단순 방문을 위한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합니다.
당시 조치는 북한 여행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곧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윔비어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였습니다.
미국 국무부 측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여전히 “현 시점에서 미국인에 대한 북한여행 금지 조치의 연장과 관련해 알려줄 정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We have no information to share about any possible extension at this time.)
앞서 미국 국무부의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은 지난 9일 한국전 참전 실종 미군가족 연례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는 지속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