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종일 ‘봄철 위생사업’에 시달리는 북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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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매년 3월과 4월은 '봄철 위생월간'입니다. 주민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겨우내 쌓인 오물과 흔적을 지우는 위생문화사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운흥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26일 “3, 4월 봄철 위생월간‘을 맞아 전국적으로 봄철 위생문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인민반과 직장에서 동시에 대청소를 비롯한 각종 환경미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월부터 겨울 내 8기 6, 7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농촌에 보낼 거름 생산 전투와 금속 부문에 보낼 파고철 수집으로 고생을 했는데 3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봄철 위생문화사업으로 또 들볶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인민반장이 매 집을 돌며 아침 동원에 나오라고 소리친다”며 “며칠 전부터 아침마다 집 창고 울타리 굴뚝에 회칠하기, 창문 유리 닦기, 인민반이 담당한 도로와 마을 주변 정리 등 위생사업과 관련한 새벽 노력 동원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직장에 출근해서도 봄철 위생검열에서 통과하기 위한 대청소와 회칠, 주변 정리 등 위생사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며 “위생검열에서 불합격 딱지를 받게 되면 생산을 중단하고 지적 받은 결함을 퇴치(없애는)하는 것은 물론 공장 기업소 책임 간부들이 추궁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봄철 위생문화사업은 매년 진행되는 일이지만 올해는 더 엄격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며 “요즘 위에서 무슨 문제를 강조하면 간부들 자체가 굉장히 눈치를 보고 조심스러워하는 등 분위기가 살벌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서는 통상 위생검열에서 불합격을 받는 등 낙후하다는 평가가 내려진 인민반과 공장 등 단위는 비판 대상에 오르지만 잘 했다는 평가에도 특별히 상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위생검열을 통과했다는 합격증을 출입문이나 사무실 벽 등 잘 보이는 곳에 내걸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요즘 전국적으로 위생문화사업 깜빠니아(사회적 운동)가 벌어지고 있다”며 “새벽에는 인민반에서, 낮에는 공장에서 위생문화사업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매일 새벽 주민들이 담당 도로, 아파트 내외부 청소와 회칠, 화단 정리 등 인민반에서 조직하는 위생문화 사업에 동원되고 있다”며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동 주민 전체가 시내 오수가 모이는 포항천 감탕(오물 섞인 진흙) 파기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출근해서도 공장 내외부 대청소와 유리닦기, 회칠 및 도색, 주변정리 등 위생사업으로 여념이 없다”며 “공장 운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간부들이 위생검열에서 합격하기 위해 위생사업에 총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4월 초에 인민위원회와 위생방역소 일꾼들이 각 기업소와 지역을 돌며 위생검열 판정을 진행한다”며 “위생검열 통과를 위해 새벽에는 인민반에서, 낮에는 공장에서 위생문화사업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은 정말 죽을 맛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