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달러 뇌물로 안전원이 된 북 장사꾼 “본전 뽑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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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부정부패가 만연한 북한에서 간부가 되거나 승진하는 데 돈과 뇌물이 오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3000달러 뇌물을 주고 안전원이 된 주민도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0일 “요즘 청진시 수남구역 신향동에서 주민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생겼다”며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장사만 하던 30대 초반의 동네 남성이 하루아침에 안전원이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후 수년간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중기(TV, 냉장고, 세탁기 등 부피가 큰 가전제품)장사를 해왔다”며 “동네에서 좋게 평가하지 않던 그가 얼마 전부터 안전원 정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동네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가 동네 친구한테 자기가 안전원이 되기 위해 시당 조직부의 모모한 간부에게 현금 3000달러를 뇌물로 주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특히 그가 힘들게 안전원이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본전을 뽑겠다는 말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모두가 놀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본전을 뽑겠다는 말은 안전원 완장을 차고 주민들을 수탈해 안전원이 되기 위해 뇌물로 바친 3000달러를 되찾겠다는 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돈벌이에 미쳐 돌아가던 사람도 돈만 있으면 안전원이 되는 현실을 이번에 직접 목격했다”며 “동네 주민들은 안전원이 된 지 한 달도 안 된 사람이 본전을 뽑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안전원이 법을 휘둘러 주민들을 단속하고 통제하는 자리여서 그런지 행정 간부보다 안전원의 인기가 높다”며 “능력과 수준이 아니라 빽과 뇌물로 안전원이 되다 보니 안전부가 일반 좀도적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안전원은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습니다. 법과 사회질서, 내부지침 등에 어긋나는 모든 행위가 안전원의 단속대상에 속하는데 예를 들어 주민 민원처리, 장사∙비디오 시청 등 각종 비사회주의 행위 검열과 단속을 하면서 눈을 감아주는 대신 뇌물을 받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운흥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북한이)나라가 돈이면 뭐나 다 해결되는 세상으로 변한 지 오래 되었다”며 “당 일꾼(간부) 특히 간부부(노동당 인사담당 부서) 일꾼들이 뇌물을 받고 간부사업(간부 등용 및 인사조치)을 해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에 내가 아는 40대 남자가 작은 기업소의 초급당비서로 임명된 일이 있었다”며 “그가 군사복무는 했지만 대학을 다니지 못했음에도 당일꾼인 초급당비서로 임명된 것에 대해 한동안 군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모든 간부의 임명과 해임은 노동당 간부부가 주관합니다. 간부가 되자면 우선 출신성분과 사회계급적 토대(가정환경)가 좋아야 하는데 이를 밝히기 위해 최대 8촌까지의 친인척을 모두 조사합니다. 이외 노동당 입당, 만기 군사복무, 대학 졸업 등의 세 가지 기준도 갖춰야 합니다.

소식통은 “말로는 간부가 되려면 수령과 노동당에 대한 충실성이 기본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권력이나 돈이 있어야 간부가 될 수 있다”며 “실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뇌물을 고이고 간부가 되어 거들먹거리는 꼴은 정말 못 봐주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