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굴지의 시멘트 생산 기지 평남 순천시멘트공장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식량 대신 시멘트를 배급하고 있습니다. 국가 식량 배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출근시키기 위한 방책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올해 제시한 주요 정책은 수도 건설과 지방 건설의 추진입니다. 방대한 건설이 진척되려면 시멘트 공급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시멘트 공장노동자들의 배급이 식량이 아닌 시멘트로 대체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순천시멘트공장 소성 직장 노동자들이 5일에 한 번, 1인당 시멘트 20kg을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성 직장이란 시멘트 생산 과정 중 하나인 소성로 설비를 담당하는 곳으로 소송로에서는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을 무연탄, 중유 등의 연료를 넣고 가열, 가공합니다.
소식통은 “직장에서 공급하는 시멘트는 식량 배급 대신 주는 것”이라며 “장마당에 시멘트를 팔아 식량을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식량 배급이 정상적으로 실시된다면 소성 직장 노동자들은 하루 약 600g 정도의 식량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현재 평안남도 순천 장마당에서 쌀 1kg 가격은 5,600원(0.64달러), 옥수수 3,500원(0.40달러), 시멘트 1kg은 마르카(메가파스칼, 시멘트 강도의 북한 단위)에 따라 500~800원(0.05~0.09달러)입니다. 공장 소성로에서 금방 출하된 시멘트는 마르카가 가장 높아 1kg당 도매가가 1,000원(0.11달러)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이어 “20킬로 시멘트를 장마당에 넘기면 내화 2만 원(2.29달러) 정도를 벌고 이 돈으로 옥수수 5킬로 나마(넘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어서 소성 직장 노동자들은 강냉이밥이라도 먹고 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도 “지난 3월부터 순천시멘트공장 소성 직장 노동자들에게 식량 대신 시멘트를 공급하는데 이는 고난의 행군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연간 300만 톤 규모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는 북한에서 가장 큰 시멘트 생산기지입니다.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석회석 광산과 석회질 벽돌을 생산하는 내화물분공장, 시멘트 공장 등이 연합기업소(산하에 계열사를 연합 운영하는 대형 기업)로 운영되는데, 이중 시멘트 최종 생산물을 다루는 단위는 시멘트 공장 산하의 소성 직장입니다.
소식통은 따라서 “식량 대신 시멘트를 배급하는 단위는 시멘트 공장에서 소성 직장뿐”이라며 “직장 간부들이 국가 계획 생산량에서 일부를 조절해 노동자들에게 배급을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공장 설비를 보수한 순천시멘트공장의 1일 시멘트 생산량은 평균 3~5천 톤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소성 직장 종업원은 200명 정도, 5일에 한 번 식량 대신 공급하는 시멘트는 4톤 정도라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시멘트 생산의 심장부인 소성로가 가동하려면 노동자들에게 식량을 공급해야 하지만 국가 식량 배급이 원활하지 못하므로 직장 자체로 시멘트를 배급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올해는 수도 건설에 이어 지방 건설까지 확대되면서 시멘트 자재 공급 단위가 늘어났다”며 “국가지표대로 건설 단위마다 시멘트 공급이 따라 서려면 노동자들이 일하러 나올 수 있도록 배급을 보장해야 하므로 이 같은 시멘트 공급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