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묘지 상돌(묘지 상석)을 만들어 시장에 판매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국영 시멘트공장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3일“청명일(4/5)을 맞으며 평양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승호리시멘트공장 소성직장에서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시멘트를 이용해 묘지 상돌(상석)을 8.3제품으로 생산해 장마당에 판매하고 있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8.3제품이란 1984년 8월 3일 평양에서 경공업제품 전시장을 시찰하던 김정일이 국영공장의 자투리 자재로 인민소비품을 생산 판매하도록 지시한 날짜로부터 유래된 제품을 말합니다. 즉, 국영공장에서 유휴자재와 폐자재를 이용해 국가계획 생산품 외 제품을 생산해 수매상점이나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소식통은 “시멘트공장에서 생산되는 8.3제품인 묘지 상돌은 묘지 앞에 놓는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할 때 쓰이는 크고 넓적한 돌을 의미하며 석재 대신 콘크리트로 만들어 내화 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묘지 상돌은 묘비석으로도 사용되고 있어 구매자들은 상돌 정면에 묘주 이름과 고인의 사망날짜를 새겨 넣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면서“주문을 받으면 묘지 상돌 판매자는 뾰족한 정대로 묘지 상돌을 쪼아 글자를 새기고 빨간색 입히는 작업까지 완성해주고 내화 1만원을 추가로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묘지상돌은 운송 배달도 가능한데, 묘지가 있는 산에까지 상돌을 운송해줄 경우 10리(4km)당 내화 3천원이 부과된다”면서“대가만 지불하면 거리에 관계없이 공장 차량이 묘지 상돌을 운반해주며,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금은 전부 공장 운영자금으로 충당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덕천시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청명을 맞으며 덕천탄광 마을 장마당에는 묘지 상돌을 손수레에 싣고 판매하는 남성들이 보이는데, 이들은 전부 지역에서 자체로 운영하고 있는 시멘트공장 8.3작업반 노동자들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8.3작업반은 공장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마당에서 수요되는 상품을 전문 생산해 판매할 수 있도록 공장 자체에서 승인한 별도의 작업반”이라면서 “해마다 청명 즈음에는 발술이나 먹는 집에서 묘지 상돌 수요가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짧은 기간 묘지 상돌을 생산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시멘트로 된묘지 상돌 가격은 1개당 내화 2만원 기준으로 쌀이나 기름(연료)등 물물교환도 가능하다”면서 “묘지 상돌 구매자들은 주로 이번 청명에 묘지를 이장하거나 지난해 사망한 고인의 묘지에 비석과 상돌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주들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전통적으로 북한에서는 조상묘지에 비석 따로, 제사상을 차리는 상돌 따로 설치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며 당국의 강압적 조치로 인해 변화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아사자가 급증하며 산마다 묘지가 늘어나고 비석이 빼곡하게 들어서자 김정일은 사회주의 도시 풍경이 훼손된다며 묘지 봉분과 비석을 없애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묘지는 평평하게, 비석은 사라졌는데, 비석에 새겼던 고인의 사망날짜와 상주 이름은 상돌 정면에 새기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시멘트공장에서 묘지 상돌을 생산해 장마당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라면서“코로나 사태로공장 운영이 어렵다 보니 장마당에서 수요하는 제품이라면 무엇이든지 생산해 공장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코로나 방역을 강화한다며 지난해까지는 청명과 추석날 산소로 이동하는 주민들을 통제했으나 올해는 코로나로 악화된 민심이반을 우려해서인지 주민 이동 통제를 상대적으로 완화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