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은 평양시내에서 군밤 매대를 운영하며 시민들에게는 당의 은덕에 의해 시민들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평양의 군밤매대에 공급할 밤 따기에 군부대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일 "총참모부의 지시로 평양시와 평안남도에 주둔한 일부 군부대들이 군인들을 밤 따기에 동원하고 있다"며 "군인들을 먹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양시에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에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아들이 팔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다녀왔다"며 "아들은 군부대 전체가 동원되어 평양시에 보낼 밤을 따다가 부주의로 밤나무에서 떨어지면서 팔뼈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아들 부대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부대들도 모두 군인들을 동원해 밤 채취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매일 군인 1인당 30kg의 밤을 따서 바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군인들이 딴 밤은 최고사령관의 이름으로 평양에 보내진다고 한다"며 "이전에 평양에 출장을 갔을 때 군밤 매대에서 밤을 사 먹은 적이 있는데 껍질 채 구운 200그람 정도 되는 밤 한 봉지가 내화 2000원으로 장마당 보다 눅은 가격(반값)으로 공급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그 밤이 우리 아들과 같은 어린 군인들이 동원돼 힘들게 딴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성천지역에서 나는 밤은 알이 크고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자기들은 먹지 못하면서 매일 30kg을 따기 위해 밤나무를 오르내리고 밤을 줍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 삼석구역에서 군생활을 한 한 탈북민은 같은 날 "내가 2016년 제대되기 전까지 해마다 가을이면 온 부대가 밤 따기에 동원됐었다"며 "밤나무가 다른 나무에 비해 약해 해마다 밤을 따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다치는 군인들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군밤 매대를 관할하는 평양시 채과도매소에 밤을 전문으로 보장하는 농장이 있지만 농장에서 나오는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그래서 해마다 가을이면 평양시 주변 군부대를 동원해 밤을 따 평양에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내가 군생활을 한 평양시 삼석구역의 야산에는 밤나무가 많다"며 "부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까지 가서 밤을 땄는데 하루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그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밤을 따러 오는 것도 막았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해마다 적지 않은 밤을 따서 바쳤지만 평양에서 10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군밤 매대에서 밤을 사 먹어본 적이 없다"면서 "평양에만 있는 이 군밤 매대가 인민들에 대한 당의 사랑이라고 북한당국이 TV와 신문을 통해 많이 선전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당의 사랑이 아니라 많은 군인들이 흘린 땀과 희생의 댓가"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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