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산 잣은 외화벌이 효자 품목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북한의 대중국 잣 수출이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그런지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마다 추석을 전후한 이맘때면 북한산 잣이 중국에 대량으로 넘어오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올 가을 북한의 잣 거래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소식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중국 단둥의 한 무역 관계자는 “조선의 대방 회사들이 잣을 수출하기 전에 대금의 반 이상을 선금으로 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 수입업자는 이에 응할 수 없다면서 서로 밀고 당기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중국 수입업자가 잣 수출대금의 선지급을 거부하는 이유는 조선에서 보내주는 잣의 품질을 믿을 수 없는 게 첫번째 이유”라면서 “조선의 대방들이 선금을 건네고 한참이 지나도 계약한 잣을 보내주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중국 수입업자들은 잣의 껍데기를 벗겨낸 도정한 잣을 수입하기를 원한다”면서 “도정하지 않은 잣은 속 알갱이가 제대로 여물었는지, 쭉정이는 없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도정하지 않은 잣은 1kg에 750개 이상의 잣 알갱이가 나올 수 있는 것만을 수입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변변한 (잣)도정 시설을 갖추지 못한 조선에서는 잣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 도둑 맞지 않으려고 알갱이가 채 여물기도 전에 수확을 하는 바람에 쭉정이가 많다”면서 “중국 대방들도 조선 잣의 품질을 인정해왔는데 수확과 처리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조선 잣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단둥의 또 다른 소식통은 “북조선 대방이 중국 수입업자로부터 선금을 받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는 잣을 먼저 중국으로 보낼 경우, 중국 수입업자가 원래 제시한 품질과 다르다는 이유로 값을 대폭 깎으려 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북조선의 수출 주력상품 대부분이 유엔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상태에서 제재 대상이 아닌 잣마저 헐값에 팔 수는 없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한 푼이라도 더 받고 팔기 위한 조선 무역회사들의 고육책으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