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무역회사 간부들이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인사들을 찾아 다니며 북한 무역회사의 ‘중국 대표’로 선임되었다는 위촉장을 남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이 중국인들을 무역회사 ‘중국 대표’로 위촉하고 있는 배경이 궁금하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선양의 한 무역관련 소식통은 26일 “요즘 중국에 출장 오는 북조선 무역회사 간부들은 화교나 조선족 등 북조선에 우호적인 중국인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면서 “북조선과 가깝게 연계된 인사들을 만나면 북조선 무역회사의 중국 대표를 맡아 줄 것을 요청하면서 북조선 무역(총)회사 명의의 대표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특이한 것은 북조선 무역회사가 미리 점 찍어 둔 중국인의 이름으로 본인의 동의도 얻기 전에 위촉장을 미리 만들어 왔다는 점”이라면서 “본인이 중국 대표 맡기를 고사하는 경우에도 온갖 설득과 함께 대표 위촉장을 반강제로 떠 안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얼떨결에 북조선 무역회사 중국 대표 위촉장을 받은 중국인들은 북조선과 사업상 유착관계에 있기 때문에 그들의 끈질긴 권유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단둥의 한 무역관련 소식통은 같은 날 “북조선 무역회사 명의로 중국인들에 발급하는 무역회사 중국 대표 위촉장은 말 그대로라면 중국에서 한 사람에게만 발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북조선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선양, 단둥, 다롄, 옌지 등 곳곳에서 수많은 중국인들에게 같은 회사 명의의 중국 대표 위촉장이 남발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 줄도 모르고 중국 대표 위촉장을 받은 중국인들은 자기 혼자만 북조선 무역회사의 중국 대표로 위촉된 것으로 착각하고 우쭐해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위촉장이 여러 사람에게 남발되었다는 사실을 나중에라도 알게 된다면 북조선 당국으로부터 우롱당했다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북조선 무역회사들이 중국에 중국 대표를 지명하는 이유는 뻔하다”면서 “중국과의 무역에서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이들을 중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홍보 전위대로 활용하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중국 대표로 선임된 이들이 북조선으로부터 받는 실질적인 혜택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굳이 혜택을 찾는다면 북조선을 방문할 일이 있을 경우, (북조선)입국비자를 남보다 빨리 받을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 무역회사들의 이러한 ‘위촉장’ 남발 행태는 중국의 투자를 한푼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의 일환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남한 측 시설을 철거하라는 갑작스러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지시와 관련해 중국 단둥의 한 조선족 사업가는 중국인들의 대북투자 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해외투자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재산권 보호 등 제도적 보완이 따르지 않으면 중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투자는 앞으로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