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업소에 “평양 살림집 건설 자원 청년 생활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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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평양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을 위해 북한 각 지역에서 탄원 청년들이 평양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건설 동원 기간, 청년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각 지역의 공장 기업소에 떠넘기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길주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22일 “엊그제 평양시 화성지구 2단계 살림집 건설장에 동원되는 청년들이 대열을 편성해 평양으로 떠났다”며 “각 공장 기업소들이 종업원들에게 돈을 모아 이들에게 필요한 각종 생활 물품을 마련해주느라 욕봤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군에서는 청년들이 평양으로 떠나기에 앞서 ‘충성의 결의 모임’을 열고 매 사람에게 ‘파견장’을 수여했다”며 “파견장에는 각 청년들이 김정은의 수도건설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 탄원(자원)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2월 초 수도건설에 동원될 인원들이 정해지자 당국은 각 공장 기업소에 이들이 불편없이 일할 수 있게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자를 충분히 마련해줄 데 대해 각별히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따라 각 청년들이 소속된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활 물품과 현금을 마련해줬는데 소식통이 속한 기업소에서도 “2명의 탄원 청년에게 각각 작업복, 비옷, 신발, 장화, 내의, 세면도구 등의 물품과 현금 10만원(12달러)을 준비해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요즘 장사가 어렵고 돈벌이가 안 돼 8.3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보니 공장에 여유 자금이 없어 결국 매 종업원이 6000원(0.7달러)씩 냈다”며 “6000원이면 노동자 한 달 노임의 2-3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종업원들은 ‘노동당이 청년들에게 평양시 건설에 탄원하라 강요하면서 생활 보장도 못 해주느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8.3(직장내 부산물 등을 재활용해 별도로 생산하는 제품을 일컫는 용어)은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장사나 돈벌이를 하는 대신 공장에 얼마간의 돈을 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8.3 근로자가 내는 액수는 지역과 시기, 공장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3~8(3.6~9.6달러)만원 정도입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22일 “지난 한 주간 각 공장들이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 동원되는 청년들에게 각종 생활 물품을 마련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년들이 수도건설 탄원(자원)했다지만 말이 탄원이지 사실은 거의 강제 선발”이라며 “평양 건설 현장에 가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생활 물품을 충분히 마련해주라는 당국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양강도 소식통이 속한 기업소 역시 여유 자금이 없어 “집을 떠나 1년간 수도건설에 동원되는 2명의 청년을 돕자며 종업원들에게 1만원(1.2달러)씩 돈을 낼 것을 호소했다”며 이 돈으로 “작업복, 내의, 비옷, 장화, 세면도구 등의 물품과 간식으로 닦은(볶은) 콩 3kg, 사탕 2kg씩 마련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돌격대는 집을 떠나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매일 힘든 노동에 내몰리는 곳으로 여전히 회피(기피) 대상”이라며 “노동당은 쩍하면 일반 주민들로 돌격대를 조직해 문제를 해결하는 인해전술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평양시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은 김정은이 지난 2021년 목표로 세운 평양시 5만세대(호) 살림집 건설 사업의 일환으로 2022년 1단계 공사에 이어, 2023년 2단계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2022년 1단계 공사에서 살림집 1만 세대 건설을 공언했지만 외부 공사만 마무리된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1, 2단계 공사에 동원되는 인력은 전국 각지에서 반 강제적으로 탄원하는 청년들, 군인 등 동원인력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