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한국의 코로나19 방역협력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한 가운데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며 김정은 총비서의 방역 실패를 시인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18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간 오전 9시 개시 통화와 오후 5시 마감 통화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북한은 여전히 한국의 코로나19 방역협력과 의약품 지원 제의를 담은 대북통지문 접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6일 오전 연락사무소를 통해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에게 권영세 통일장관 명의의 통지문 전송을 시도했지만 북한은 사흘째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겁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해서라도 대북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북한의 수용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 보건 분야 국제기구도 북한에 신형 코로나 백신 등을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다만 세계백신면역연합은 지난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공식적인 도움 요청은 없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에게 인도적 지원 수용은 김정은 총비서의 방역정책 실패를 스스로 시인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이 관련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바로 수용해버리면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 주도로 추진한 방역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아마 (코로나 사태를) 최대한 스스로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또 당장 필요한 긴급 의약품 등은 우방국인 중국에서 지원받되 그 외의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북한 당국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더해 김정은 총비서의 최근 발언은 기존의 통제 방식 고수에 방점을 두고 있어 북한은 당분간 외부 지원 요청보다는 확진자 격리, 비축 의약품에 의한 치료, 주민 통제 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열악한 의료 환경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대응은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며 외부의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경우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 우선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게 한국에 대한 지원 요청은 가장 순위가 낮은 선택지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 등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해 지원을 제의하면 북한이 여러가지 명분을 바탕으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홍민 북한연구실장 또한 지난 13일 발표한 ‘북한 당 중앙위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 및 코로나 확산 상황 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당장 한국이나 미국이 제안하는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의 최근 전력 증강 행보와 한미 간 북핵 공조에 대한 강경한 입장 그리고 한국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선제압 목적이 있는 북한이 선뜻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홍민 실장은 특히 북한은 올해 초부터 전술·전략 무기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고 향후 무기 실험을 위해서도 의도적으로 긴장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전망하며 북한이 인도적 지원 제안을 수용하면서 정세를 유화적으로 조성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신형 코로나 백신 접종을 추진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유입에 대한 우려로 인해 물자 반입이나 인적교류 재개는 요원해지고 북한의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앞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 발생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 조치가 북한 내 취약계층의 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며 북한에 인도적 지원 통로를 개방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