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AP평양지국장 “북, 외부지원 수용할 준비∙의지∙능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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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의 코로나19 방역조치가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힘들게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북한이 외부 지원을 받아들일 준비와 의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DC 민간단체인 '트루먼 국가안보 프로젝트'는 14일 코로나19 사태 속 미북 관계를 주제로 한 화상회의를 열었습니다.

AP통신 평양 지국장을 지낸 진 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 센터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가 분명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북 지원물자 반입을 매우 어렵게 만든 국경봉쇄 조치는 북한이 내린 결정이란 점을 지적했습니다.

진 리 센터장: 국경봉쇄는 북한에 의해 실행된 조치란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많은 기관들이 북한에 구호품을 보내기 위해 유엔 안보리에 제재면제를 신청하고 승인 받았지만, 북한의 제한조치로 구호품을 북한에 들여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점은 구별해야 합니다.

그는 이어 북한의 국경봉쇄와 검역조치로 인해 해외 지원단체들이 대북 구호품에 대한 분배감시 활동을 벌일 수 없게 돼 대북 지원물자 반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외부 대북제재 문제도 있지만 북한 스스로 내린 방역조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북한은 외부 지원을 받아들일 준비와 의지,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제재는 외교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북한이 협상을 위해 무기를 증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재는 미국의 대북협상을 위한 외교적 도구로 작용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리 센터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를 외부로부터 북한을 완전히 차단하는 기회로 이용해 북한 주민들에게 코로나19라는 외부 위협이 있다는 인식을 심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위민크로스DMZ'에서 활동하는 엘리자베스 비버스 변호사는 이날 화상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북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거의 없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 및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제재가 의약품 및 식량의 대북반입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서 우리가 북한 주민들을 더 많은 압박에 놓이게 하고 이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야기하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핵심적인 순간에 놓여있다는 겁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속 제재완화 촉구 목소리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앞서 3월 말 인도주의 물품이나 국제 기관의 인도주의 지원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며, 북한을 포함해 제재 대상국에 대해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